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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바이오 진출 대기업에 필요한 두 가지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연초부터 제약바이오업계에 굵직한 M&A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인 한미약품그룹이 화학기업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했다. 알짜 바이오벤처로 평가받는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그룹에 인수됐다.

범위를 넓히면 대기업들의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해엔 한화그룹이 바이오 소부장 사업에 도전장을 냈고, 2022년엔 롯데그룹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했다. CJ제일제당은 HK이노엔을 매각한 지 3년 만인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복귀했다.

기존에 제약바이오기업을 운영 중인 삼성·SK·LG 등도 최근 대대적인 투자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주요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점찍었다는 분석이다. 향후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양한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해 투자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유력 후보물질을 글로벌 빅파마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사업모델이 자리를 잡은 것도 임상 완주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의 잇단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은 기존의 R&D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잠재력은 있으나 충분히 연소시키지 못했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생명력을 얻을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산업적 특성 때문이다. 흔히 업계에선 신약개발을 비용과 시간으로 표현한다. 천문학적인 투자와 함께 긴 인내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후보물질을 발굴해서 임상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10년은 족히 걸린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최소 4~5년의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1~2020년 신약 후보물질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확률은 7.9%에 불과하다. 설령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FDA 승인을 받아낸다 한들, 사업적인 성공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상용화 성공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적 성공은 거리가 멀다.

그간 대기업들은 각자 영역에서 ‘압축성장’ 방식으로 성공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압축성장이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재현될 지는 의문이다. 대기업들은 길고 긴 인내의 시간과 상용화 실패에 대한 부담을 분명히 인식하고 감수해야 한다.

한 대기업 그룹에 소속된 제약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 직원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제약바이오산업을 ‘돈 먹는 하마’ 쯤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그들 입장에서야 대규모 투자가 있었는데 그만한 성과를 당장 내놓지 못하니 답답해 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시선으로 인한 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산업 진출을 천명한 대기업들은 앞 다퉈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분명히 환영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규모 투자만큼 필요한 것은 바로 인내다. 임상에 걸리는 길고 긴 시간과 실패에 대한 부담까지 대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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