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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선결조건은 침략행위다

  • 데일리팜
  • 2006-07-24 06:30:19

한·미 FTA 협상이 이른바 4대 선결조건 파문에 휩싸여 진실게임 공방에 빠진 사태를 보면 참으로 황당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이 나서 ‘용어’는 수용하되 ‘국익을 손상시키지 않았다’고 입장정리를 하기는 했으나 그 자체로 충격이다. 설사 선결조건에 양보를 하지 않았더라도 협상에서 선결조건이라는 것 자체가 있었다는 사실은 한·미 FTA가 협상이 아니고 한쪽의 일방적인 위협이고 압력임을 보여준 일단의 사건이다. 선결조건 문제에 대한 진실공방은 질질 끌 사안이 아니다.

건강보험 약가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선결조건에 포함돼 있는 것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미국이 한국 제약시장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작지 않다는 얘기다. 언뜻 이해하기는 어렵다. 연간 9조원 시장을 독식한다고 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그다지 비중 있는 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의약품이라는 상품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잠재적 무기다. 독점만 하면 수급물량 조절을 통해 가격을 통제할 수 있어 3~4배 또는 그 이상의 시장창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진율은 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한국과의 협상내용이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는 교두보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그런 점에서 의약품 분야는 미국에게 선결조건에 들어갈 만한 사안이라고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이런 내용을 한국쪽 의약품 분야 협상단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협상 전에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렇다고 알고 임한 것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인지를 못했다면 그야말로 한심한 수준이고, 인지를 했다면 협상은 선결조건 폐기를 우리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어야 했다. 그것이 어려웠다면 애초부터 한·미 FTA 협상은 없었어야 했다.

선결조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 하는 것은 협상이 힘의 논리에 의해 그리고 일방적 압력에 의해 타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관철되면 한·미 FTA 협상 전체가 완벽하리 만큼 불리하게 돌아간다. 아울러 개별 사안별로 보면 의약품 분야는 농산물이나 영화 못지않게 정말 절실한 사안이다. 의약품이 국가 기간산업이 아니라고 해서 선결조건의 희생양이 될 수 없는 것은 압력에 굴복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선 협상의 의제로 설정하는 것이야 양보한다고 하지만 선포기를 강제화 하는 선결조건이 가당키나 한가.

의약품 분야 협상단은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선결조건의 내용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면 그동안 어떤 대응을 해왔고 우리는 미국 쪽에 어떤 조건을 내세워 왔는지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론의 의혹을 풀지 않고서는 협상 자체에 의미가 없다. 나아가 여론을 등에 업고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했다. 만약 인지하고서도 몰랐다고 발뺌을 하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위장을 하면서 협상에 임한다면 속된말로 국민을 속이는 짜고 치는 것 밖에 안 되고, 그 교감도 항복문서의 문구조항을 정부 독단적으로 조절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의약품 협상단이 선결조건의 내용을 정말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역시 떳떳하게 그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놔야 한다. 정부 내부에서 조차 그런 교감 없이 FTA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있는가. 실제 그런 교감 없이 협상에 임했다면 철저한 반성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공식입장을 들어야 하겠다. 국민들은 정말 한심하다는 푸념을 하겠지만 그것이 협상의 새로운 시작이다. 전혀 기대할 것이 없는 협상에서 그나마 기대할 상황을 만드는 단초다. 한·미 FTA 협상에서 정부는 지금 어린아이 같은 유치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라. FTA가 미국이 그린 그림으로 진행될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다. 그 첫 관문이 4대 선결조건으로 불거져 나왔다. 그런 것이 없었다고 그리고 몰랐다고 발뺌한다고 해서 국민들은 납득하지 않는다. 특히 희생양으로 올려진 의약품, 농산물, 문화 등의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정부의 말을 온통 신뢰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협상이 우리 쪽에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지 똑똑히 묻고 싶다.

미국은 지금 사상 유례없는 천문학적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초강대국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쏟아 붇는 군사 및 우주개발 관련 비용이 주요인이다. 그 보전책의 하나가 한·미 FTA 협상임을 웬만한 국민이면 모두 안다. 그렇다면 과거 식민지 시절 강대국의 내부 침략명분이 쌓이고 이어 벌어지는 외부와의 무력전쟁이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끝까지 몰라야 하는가. 선결조건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미 FTA는 즉시 철회돼야 한다. 설사 수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터무니없게 조건을 들이미는 협상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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