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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약사의 길대로 가면 아무 탈 없다"

  • 정웅종
  • 2006-07-15 06:52:52
  • [인터뷰]국내 최고령 현직약사, 노장헌 씨

영등포시장 로터리 건물 1층에 5평 남짓한 약국이 있다. 2만여 현직 약사 중 최고령을 자랑하는 노장헌(89) 약사가 운영하는 성모약국이다.

1918년 출생해 경성제대 공학부를 나와 1964년 약사면허를 취득한 노 약사는 올해로 42년째 한 자리에서 약국을 지켜오고 있다.

모든 약사의 아버지이자 선배인 노 약사를 만나 우리시대 약사상이 어떠해야 하는지, 약사의 본분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오지 말랬더니, 왜 왔어?"

극구 인터뷰를 거부하던 노 약사를 설득하러 들어선 기자에게 던지 첫마디였다. 국내 최고령 현직약사를 찾던 기자에게 노 약사는 놓치고 싶지 않은 취재대상이요,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약국을 찾아갔다.

노 약사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약사의 덕목을 말했다.
노 약사는 그전까지 모습과 달리 운을 띄우기 무섭게 요즘 약사에 대해 쓴소리부터 던졌다.

"약사가 일반 서민들보다는 경제적이든 사회적 지위로 보나 좀 낫잖아? 국민에 봉사하고 그 대가로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해야지."

노 약사는 "그 이상 욕심 내면 안된다"며 "그러면 꼭 탈이 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요즘 주변에서 약사가 딴짓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노 약사는 '약사는 천직'이라고 강조했다.

노 약사는 "약사라는 것은 하늘에서 주신 천직"이라며 "천직을 받아들여 딴짓하지 말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요즘 그런 모습 못봐서 아쉽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했다가 실패하는 약사를 많이 보는데 다 약사 본분에 충실하지 않아 생기는 일"이라고 말할 땐 노 약사의 눈빛은 따끔했다.

"몸아픈 사람 병만 고쳐주는 게 약사가 아니다"라는 노 약사는 약사에게 하나 더 필요한 덕목은 정직과 인정이라고 말했다.

노 약사는 "나만 잘 살겠다고 한다면 약사 그만둬야 한다"며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못살고 힘든 사람들 보듬어 주는 것이 약사에게 부여된 본분"이라고 힘줘 말했다.

"내 나이에 이제 약국을 정리할 때지."
노 약사는 요즘 약사들의 행태가 영 못마땅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주위로부터 "저게 무슨 약사냐"는 소리이 안 나오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그의 불만이다.

"정직하고 약사의 길 대로 가면 아무 문제 없어. 이 길을 떠나 딴짓을 하는 약사들이 있어. 그렇다보니 요즘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니까." 노 약사의 쓴소리는 그칠줄 몰랐다.

요즘 근황에 대해 묻자 노 약사는 "약사 가운을 입고 있는 오늘이 나에게 행복"이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하루 받는 처방전이 10~20건 사이인데 혼자서 하기에 알맞은 정도라고.

"사람을 쓴다는 것은 생각도 안해봤어. 내 나이에 약국 경영을 넓히기보다는 이제 정리할 때지." 노 약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환자가 오면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라며 깍듯이 인사를 했다. 미수(米壽)를 지나 졸수(卒壽)를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독수리 타법으로 청구프로그램을 쓰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 나이 되면 누구는 잠도 잘 안온다고 하는데 나는 잠도 많아. 하하. 눈이 어두워지고 몸이 안좋아지면 이제 들어 앉어야지."

약사를 말할때 날선 칼날같던 노 약사의 눈은 어느새 성품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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