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아니라 내정간섭이다
- 데일리팜
- 2006-07-13 06: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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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의약품 분야는 협상이 아니라 가히 협박 수준이고 나아가 주권침해에 버금간다. 한·미FTA가 미국 초거대 제약자본의 국내시장 식민지화를 더 용이하게 해주고 발 빠르게 침투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으로 미국 협상단이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잃은 것만 즐비한 것이 의약품 분야의 협상이다. 한마디로 희생양이다. 그런 회의조차 협상도중 퇴장하거나 아예 보이콧을 하는 미국 협상단의 태도는 주는 떡이 작다며 횡포를 부리다 못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자. 의약품 분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이 체결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리 제약산업이 미국시장에 침투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FTA와는 무관한 우리정부의 고유정책마저 결사 저지하겠다는 것은 국내 제약산업이나 약가정책까지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뭔가. 복지부의 5.3 약제비 절감방안이 미국 제약사들에게만 불리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하려는 것은 협상 잔꾀전략으로 보일 뿐이다.
백보 양보해 포지티브가 시행됨에 따라 미국 측이 약가에서 다소간의 불이익이 간다고 인정해 보겠다. 하지만 그 불이익은 정도의 차이지만 국내사든 외자사든 마찬가지다. 오히려 보험약에서 무수히 퇴출되는 국산 제네릭들은 사형선고를 받는 입장이다. 아울러 포지티브가 궁극적으로는 오리지널을 보유한 외자사들에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사실도 애써 모르는 척 하는 듯 한 느낌이다.
주요 의제만 봐도 의약품 분야 협상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우리의 문호를 확실하게 열어주기 위한 절차를 논의하는 장이나 다름이 없다. 그들에게 절대 유리한 협상이라는 점이다. 관세철폐에 따른 외자사들의 무차별 시장침투는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는 마당이다. 거기다 특허권과 허가권을 연계하는 의제는 외자사들이 국내 제약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마지막 수순이자 최종 완결판이다.
그뿐인가. 시장장악을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며 확실한 깃발을 꽂는 일이 또한 소위 ‘비위반 제소조항’임을 안다. 고무줄 잣대인 이 조항을 명시하면 언제고 어느 때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정부에 트집도 잡고 시비도 걸 수 있다. 아울러 한국정부가 하지 못하는 시장 봉쇄정책도 용이하게 하고 특정제품의 퇴출도 시킬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을 갖게 된다.
우리 정부에 강제실시권 발동의 제한까지 걸게 되면 긴급 상황 발생 시 내릴 수 있는 특허 예외조치까지 완전 봉쇄해 그야말로 외자사들의 독무대가 만들어진다. 이런 일련의 협상과정과 목적이 있음을 모르지 않고 그것을 관철시킬 강력하고 우세한 입장에 있음에도 처음부터 판을 깨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부터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시장 지배적 논리나 그들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우리 쪽에 강제 적용해 제2의 미국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보여진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지적재산권 문제는 FTA의 정신과 위배된다.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류를 위한 것이 FTA인데, 지재권은 오히려 그것을 가로막는 요소다. 그래서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재권은 협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우리 정부도 지재권에서는 배수진을 칠 것이 뻔한 것을 아는 탓에 협상 초기부터 강공 전략으로 가는 것이라면 잘못 판단했다. 아니 트집거리를 잘못 잡았다. 한 국가의 곳간을 아끼고 절감하려는 재정절감 방안까지 협상에 얽어매는 것은 내정간섭이다. 미국 정부가 재정절감 대책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협상의제에 넣어 보이콧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
FTA 협상은 경제교류에 관한 것을 협의하는 자리일 뿐 관행과 제도까지 서로 바꿔서 해보기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 협상단의 태도를 보면 한국 제약시장에 그들만의 관행과 제도까지 만들려 하는 욕심이 자리해 보인다. 그 언저리에 초강대국이라는 힘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이미 억울한 처지인데다 그렇다고 하소연할 데도 없기에 해도 너무하다. 제도와 정책 그리고 시장 환경까지 보장받으려는 듯 한 태도는 그 자체가 자유무역이 아니고 식민지 무역을 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냈음이다. 협상장을 뛰쳐나와야 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고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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