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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제약-식약청-기관 "생동조작 네 탓이오"

  • 정시욱
  • 2006-07-10 06:49:54
  • 행정조치 맞서 지리한 법정공방 예고...의·약사는 뒷전

[월요진단]생동조작, 책임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생동성 시험을 조작했거나 이를 위탁받은 품목이 최소 100품목 이상 밝혀지면서 모두가 생동조작 피해자라고 나서는 반면, 책임 당사자는 아무도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1차 조작발표 때와 달리 조작품목 보유 제약사와 생동시험기관이 동시에 행정소송을 준비하며 식약청의 행정조치에 반기를 들고 나서 앞으로 지리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결국 이번 조작 파문에 대해 식약청은 ‘당연한 조치였다’는 입장인데 반해, 제약사와 생동시험기관들은 선의의 피해를 봤다며 법정에서 진위를 가리자고 나선 형국이다.

반면 조작됐다는 약을 처방하고 조제한 의사·약사들은 미묘한 이들의 ‘삼각관계’를 바라만 봐야하는 입장에 처했다. 책임자는 없고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터에 조작약에 대한 환자 불만이 있어도 고스란히 의약사들만 짐을 지게 됐다. 식약청, 시장 퇴출은 행정상 불가피한 조치 “근거가 있으니 법정에서도 당당하다”

우선 식약청은 2차에 걸친 생동조작 발표를 통해 1차 조작 10품목, 위탁 18품목, 2차 조작 30품목, 위탁 30품목, 조작의심 55품목 등 100품목이 넘는 품목들을 허가취소 또는 확인 후 조치할 방침이다.

식약청은 이번 발표를 통해 해당 생동기관들이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임의로 고쳐 출력, 복사하거나 한번 분석한 자료를 다른 품목에 변형해 적용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하며 조작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곧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자료를 조작한 혐의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허가취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

식약청 관계자는 “허가 과정에서 서류상 문제가 있어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내리는 것이며 해당 약품의 질과 유해성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식약청 입장에서는 이들 의약품에 대해 허가취소 등의 행정적 조치가 합당하다고 주장하며, 불만이 있는 제약사들은 법적 소송을 통해 판단을 맡겨달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왔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조작이 밝혀진 품목에 대해 허가취소, 수거폐기 명령 등 해당 품목의 시장 퇴출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며, 법정에서도 당당히 말할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지난 1차 조작발표 후 제약사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수거폐기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일정부분 수용됐지만, 허가취소에 대한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행정조치에 대한 당위성과 자신감을 피력했다.

제약사, “기관이 조작했는데 피해는 제약사가 맞는 꼴”

반면 제약사들은 생동조작의 1차 원인이 분업이후 건강보험재정 적자 해소책 일환으로 생동시험을 권장한 식약청에 있다며 식약청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해당 제약사나 생동기관의 해명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허가취소를 내리는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악덕 제약사’로 규정지었다고 피력했다.

제약협회도 이번 조치에 대해 "정책추진에 따른 시험기관 인력부족, 시설미비 등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채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생동시험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식약청은 1989년 제도 도입 이후 공인된 시험기관을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다며, 생동조작 품목 폐기처분 명령에 대해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의약품 품질에는 하자가 없을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조작 명단에 포함된 제약사들은 식약청과 함께 생동기관에 대해서도 껄끄럽기는 매 한가지.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약사가 시험을 빨리 끝내달라는 것도 아니었고 조작을 주도한 것도 아닌데 비싼 비용 지불하고 피해는 제약사들이 본다”며 “기관의 해이함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고 전했다.

위탁업소 “가장 억울한 것은 바로 우리다”

위탁업체들은 이번 파문으로 인해 가장 억울하고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는 시험기관과 수탁제약사와는 별개로 사실상 '제 3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명단발표로 인한 신뢰도 추락과 제품허가 및 대체조제 금지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골다공증약을 위탁제조한 모 업체의 경우 허가만 받아놓고 생산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탁업체의 생동제품이 1차 발표때 의심품목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항생제 위탁품목이 생동조작으로 확인된 모 업체 관계자는 "생동기관과 수탁제약사만 믿고 제품 생산을 의뢰한 것 외에 우리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정부가 인정한 생동통과 품목을 믿었고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생산을 의뢰한 업체들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야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해당 제약사들은 1차 발표 후 행정소송을 진행한 것과 같이 2차 명단에 포함된 곳들이 잇따라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주 중으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위탁제조 품목들의 경우 공동 소송을 준비하는 곳도 감지되고 있으며, 랩프런티어에서 적발된 11품목은 생동기관 주도로 소송이 전개될 예정이다.

생동시험기관 “동등성 여부 문제없다” 생동시험 조작사건에서 그간 숨죽여왔던 생동시험기관들도 식약청의 2차 발표 후 주도적으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2차 발표에서 가장 많은 11품목이 걸린 랩프런티어는 내부조사결과 동등성 여부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식약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억울함을 벗겠다는 각오다.

특히 이번 소송의 주체는 피해를 호소하는 해당 제약사들이 되겠지만, 변호사 선임부터 소송 제반 준비사항들까지 시험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해 피해 제약사들의 변호까지 자임한 상황이다.

랩프런티어 관계자는 "1차 발표 후에는 해당 제약사들이 소송진행 후 알려와서 직접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며 “식약청 자체적으로 재시험을 실시해 동등성 여부를 심판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료 제출 열심히 하고, 더 잘하려다 되려 피해를 봤다는 주장으로 행정조치에 대해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식약청, 제약사, 생동시험기관이 포함된 3각 소송은 최소 1년간의 법정싸움을 통해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지역 약사회 한 관계자는 “제약사, 식약청, 생동기관 모두 나름의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의사나 약사들은 조작된 의약품을 환자에게 건낸 잘못을 직접 마주하게 될 것인데 누구에게 토로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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