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은 개혁색채 버리려나
- 데일리팜
- 2006-02-13 0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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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신임 장관이 온갖 우여곡절 끝에 과천 종착역에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진땀나는 관문을 힘겹게 통과한 유 장관의 과천행 첫 발걸음은 여전히 계속되는 장관 자질론에 대한 정치적 시시비비 논란 탓에 반만 내딛은 어정쩡한 모양새다. 그런 이유일까. 유 장관의 톡톡 튀는 행보가 갑자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 장관의 달라진 행보에 대해서는 오죽했으면 하는 동정론이 일기에 인지상정 이해가 간다. 그러나 유 장관의 개혁적 이미지가 식지 않기를 기대하는 여론도 못지않게 많았었음을 주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뭔가 다른 장관의 행보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개혁적 이미지와는 전혀 달라진 행보에 실망하고 있다. 그의 첫 과천행보는 역대 장관들이 했던 요식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특히 취임사는 그야말로 식상하기 그지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고개를 숙인 장관을 소개하기 위한 인사치례용 언사로 비추어졌다. 톡톡 튀는 창조적 이미지의 장관이라는 보기에는 고답적이고 실망스러운 취임일성이다. 복지부동의 전형인 눈치보기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인사말 어디에도 특유의 언행이나 소신으로 신선한 의지를 드러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인사말의 화두로 꺼내든 ‘상의하고 지혜를 모으고 책임을 나눈다’는 말은 합리적 용어이기는 하지만 그의 색깔로 봐서는 지극히 상투어다. ‘각계의 지도자들과 폭넓게 상의하겠다’는 것도 역대장관들이 그렇게 해 왔지만 특별할 것이 없었던 전례를 보면 역시 시답잖다. ‘이해 당사자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 또한 누구나 하는 통상적 언사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장관들의 의례적 말이다.
물론 부임하는 자리에서 이런저런 정책방향을 구체적이고 소신 있게 언급하기 힘들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부서별로 업무보고를 받아 세부적인 업무현황을 파악한 뒤 소신과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유 장관이 그동안 복지부를 상대로 해 온 일단의 언행들과는 갑자기 달라져 어색하다. 이는 유 장관이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좀 각별한 색채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에게서 묻어 나오는 능숙한 정치적 언행이 거부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숨이 턱에 걸칠 정도로 힘들었던 과천행 길이었던 탓에 숙인 고개라고 이해할 만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답지 않은 행보를 시작했다. 정치인을 버리고 국민만 생각하겠다는 그의 생각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그의 취임일성은 뭔가 의욕적으로 일을 내겠다는 깃발을 내거는 것이었을 줄 기대했는데, 막상 두루뭉술한 수사로 대신한 것을 보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우리는 유 장관의 마구 토해내는 말투에서 원고 없는 취임사를 기대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꼭 가고 싶어 했기에, 그리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3년간 상당한 식견을 쌓았을 것으로 기대했기에 그의 입에서는 최소한 혁신을 기대할 만한 화두가 과감히 튀어 나올 줄 알았다. 그런 기대를 접어야 한다면 유 장관은 정치적 노림수를 겨냥해 복지부로 들어왔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있으나 마나’한 정치적 자리로 임기가 채워지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든다는 점이다.
진보적 성향을 가졌기에 혁신을 기대했던 역대 복지부 장관 중에는 이태복, 김근태 두 장관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장관직을 대과없이 하느라 힘쓴 것인지는 몰라도 큰 현안들에서는 복지부동만 하고는 떠났다. 유 장관도 그들의 뒤를 밟을 생각이라면 애초부터 복지부에 꼭 가고 싶다거나 그곳에서 개혁적 일들을 할 것이라는 말들을 흘리지 말았어야 했다. 신임 유 장관은 그 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확고한 깃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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