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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故 민관식 회장이 떠난 자리

  • 데일리팜
  • 2006-01-19 10:41:46

약업계의 산 증인이자 버팀목이었던 고 민관식 명예회장의 타계는 갑작스럽게 날아든 비보다. 늘 꼿꼿하고 정정하게 노익장을 과시하며 건강을 유지하던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영면에 임한 것은 차라리 충격이다. 그의 타계가 슬픔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그가 남긴 족적이 워낙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 보다 인간적인 의리와 정리 그리고 절제된 용기 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은데 있다.

7선의 국회의원, 7선의 약사회장, 7개의 명예박사학위, 5선의 체육회장 등은 그의 인생역정에서 보면 일부 이력이다. 그는 감투가 달린 이력 보다는 현역으로 살기를 원했고 그렇게 살았다. 고인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에게서 인간적인 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인은 나이에 맞지 않게 항상 초롱초롱한 눈매로 거침없는 말투와 분명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절도와 절제를 잊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약업계와 체육계 그리고 교육계와 정계의 큰 별 그리고 대부가 타계했다고 말하기보다 인간 민관식이 떠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인도 그렇게 안타까워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고인은 그 영향력에 비해 모든 분야에서 정치적인 행보를 하지 않았고 늘 맏형 같은 자세로 임했다. 그래서 항상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였다. 평생 현역이라는 지조처럼 대부로 행세하기 보다는 범인으로 살기를 그는 원했고 그런 모습을 사람들은 따르고 좋아했다.

그렇게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조타수가 떠난 약업계는 이제 그가 떠나버린 배를 어떻게 몰아야 할지 모르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새해 정초가 되면 약업계의 중량급 인사들은 한결같이 그의 말 한마디에 방향을 잡고 싸움과 갈등까지 접었었는데, 이제 그런 역할을 해줄 맏형이 없어졌다. 누군가 그 역할을 대행해 주기에는 고인이 펼쳐 들었던 우산이 너무나 컸던 탓이다.

그의 행보가 정치적이지 않았지만 작은 손짓 하나, 지나가는 말투 한마디가 정치적 행보 보다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그의 인생관과 그의 철학이 되레 평범했기 때문이었다. 고인은 그런 식으로, 그렇게 인간적으로 약업계가 나아갈 방향과 좌표를 제시해 주었고 잘못된 길을 다잡아 주었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긴 족적 보다 기록되지 않은 족적들이 우리들 앞에 더 많이 남겨져 있다.

고인은 또 영면하는 그날까지 소박하고 검소했다. 그의 평소 생활신조와 유지를 받들어 장례절차를 가족장으로 소박하게 치른 것 역시 그 다운, 현역 다운 면모가 후손들에게까지 다가갔음이라고 보고 싶다. 좀 더 거창하게 체육계나 약사회 차원에서 장례절차를 밟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생각이 오히려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은 그가 가진 범부의 생각이 감화를 일으키는 탓일 게다.

인간 민관식이 없는 약사사회는 공허함에 빠져 있다. 약사회의 전·현직 임원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으레 고인에게 의탁해 조언을 구하고 방향을 잡았다. 이제 그럴 사람이 없다.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고 앞으로 닥쳐올 어려운 일들도 적지 않은 가운데 고인은 그렇게 갑자기 떠났다. 모두들 비통해 하고 슬퍼하는 자리가 그렇게 클 줄은 또한 서로가 몰랐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고대하고 있지만 지금은 없다.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고인의 자리를 모두가 대신해야 한다. 또 다른 대부를 찾기보다 고인의 자리를 채울 각오와 다짐이 필요하다. 대립과 갈등을 접을 수 있는 마음들이 하나로 조화와 협력을 이룰 때 고인이 비워 놓은 자리는 채워질 것이다. 소강(小崗)이 비운 자리를 약사사회는 반드시 그리고 빨리 채워야 한다. 그것이 고인이 바라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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