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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타트

도매업계는 고작 ‘바잉파워’인가

  • 데일리팜
  • 2004-07-05 06:50:46

전국 대형 도매상 3~4곳이 매출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둔 쥴릭에 대항하기 위해 일종의 ‘바잉 컴퍼니’를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단언하건대 잘못된 판단이다.

국내 도매상들은 쥴릭이 지표상 1조원이라는 외형을 갖추는데 대해 두려움과 함께 공포감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장을 잠식당하면 종국에는 기업의 운명까지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도매상일수록 시장잠식에 대한 공포감은 더 크기에 대형 도매상들을 중심으로 한 행보는 빨라질 도리밖에 없다.

우리는 국내 도매업계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대형 도매상들이 지분을 공동 투자한 연합회사를 만들어 생존을 모색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만 재론하건대 분명히 아니다.

대형 도매상들이 세우려는 바잉 컴퍼니는 쉽게 말해 ‘공동구매’ 회사다. 몇 개의 회사가 뭉쳐 공동구매를 하면 구매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도 대형 도매상이 연합한 회사라면 규모의 경제에 따른 반사이득이 클 것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바잉 컴퍼니를 설립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고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몇가지만 곱씹어 보자.

첫째, 대형 도매상들이 뭉쳐 공동구매를 하면 자신들은 의약품을 싸게 구매해 시장을 수성할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마진확보를 통한 경쟁력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담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잉 컴퍼니의 역할이 크면 클수록 거기서 소외된 대다수 중소도매상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개연성이 크다. 중소 도매상들은 생존을 위해 더욱 극심한 덤핑경쟁과 뒷거래에 빠져들어 유통시장이 더욱 혼탁해지게 된다. 바잉 컴퍼니는 소수 대형 도매상들의 이권을 보장하는 또 다른 ‘이권 카르텔’에 불과하다.

둘째, 제약회사들이 과연 바잉 컴퍼니를 신용하는가의 문제다. 외자 제약사들이 대량구매라는 이득만을 생각하고 쥴릭과 손을 끊은 뒤 바잉 컴퍼니에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해 줄지는 대단히 미지수다. 독점공급이 아니라고 해도 외자사들의 쉽게 바잉 컴퍼니에 의약품을 공급해 줄지는 의문이다.

쥴릭의 경쟁력은 강력한 여신능력과 거래 약정서에 대한 이행능력이다. 외자사들이 쥴릭과 독점 거래하고자 하는 핵심이유는 이처럼 철두철미한 신용의 끈이다. 반면 국내 도매상들은 솔직히 그렇지 못하다. 외자사들은 ‘대량구매’ 보다 ‘신용도’를 더 중시한다는 너무나도 초보적인 이유를 왜 간과하려 하는지 안타깝다. 바잉 컴퍼니 구상은 기름 없는 심지에 불을 붙이려는 헛된 노력이 될 수 있다.

셋째, 쥴릭에 대항하기 위해 전국 주요 도매업체가 연합해 만든 ‘지오영’은 속된말로 낙동강 오리알을 만들 생각인가. 지오영을 제대로 활용하면 가능한 일을 또 다른 연합회사를 만드는 헛수고를 해서는 안된다. 지오영과 바잉 컴퍼니가 시장에서 부딪쳐 잡음이 일어날 소지까지 있으니 걱정이다.

지오영에 참여한 도매상들이 앞뒤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새로 설립될 회사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돼 있다. 국내 도매상들 간에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 어떤 연합회사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국내 도매상들이 진정 쥴릭과 대항하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땜질만을 갖고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을 경고하고자 한다.

국내 도매상들은 말 그대로 중간마진을 챙겨 장사를 하는 '도매상'인 반면 쥴릭은 마진 개념 보다는 아웃소싱 수수료를 받는 '물류회사'의 성격이다. 국내 도매상들이 눈앞의 마진에만 급급한 바잉 컴퍼니 밖에 구상하지 못하는 한계가 바로 이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잉 컴퍼니가 커지면 도매업계의 가격경쟁이 심해져 가격과 서비스에서 모두 경쟁력을 가진 쥴릭은 더욱더 영향력이 커질 환경이 조성되는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국내 도매상들은 공동 투자한 물류서비스 회사를 만들어 쥴릭보다 우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약품 물류서비스에 먼저 나서야 한다. 바잉 컴퍼니는 결코 쥴릭에 대항해 국내 도매상의 미래를 담보해줄 근본적인 방책이 아니다. 국내 도매상들이 외자사들의 기본적인 생각이 무엇인지 조차 모른다면 안방고객인 국내 제약사들까지 줄줄이 쥴릭에 의약품 물류를 아웃소싱 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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