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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다국적제약도 자유롭지 않다"

  • 정웅종
  • 2006-06-05 06:59:49
  • 판매비 반영, 적정마진율 인정 등으로 공멸 막아야

|창간특별기획|의약품 리베이트 실상을 고발한다

'리베이트 없는 영업은 없다.' 제약회사 일선 영업사원이 밝히는 리베이트 수법만 수백 가지에 이른다. 정상적인 영업방식으로는 의약품 채택이 불가능하게 된 제약업계와 의약계 현실. 국민들이 지불하는 약값의 수십%는 바로 이러한 리베이트 거품으로 사라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 사이에는 방식과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번 특별기획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지능화, 체계화된 리베이트 실상을 고발하는데 목적이 있다. 제약사와 의약계간 처방을 대가로 이루어지는 이 같은 비정상적 돈거래는 여러 회사가 같은 약을 생산하고 이를 보험급여로 인정해주는 현 약가제도 때문에 기인한다.

------------------------- ① 불법 로비의 유형 어떤게 있나 ②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사간 리베이트 비교 ③ 리베이트 '음지에서 양지로' --------------------------------------

얼마전 지방의 대형병원에서 조직적으로 제약사 리베이트를 받아온 증거자료들이 폭로돼 파장을 불러왔다.[데일리팜 자료사진]
제약영업 15년차 국내 모제약사 간부 인터뷰

시내 한 커피숍. 영업 10년차가 넘는 한 제약사 A간부와 만났다. 그는 "이런 자리에 나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리베이트 관련 취재를 위해 제약영업 담당자가 기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1시간 30분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A씨는 "다국적사는 지능화되어 있다"며 "전사적으로 협조체계도 잘 되어 있어 국내제약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종의 세련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로 이루어지는 리베이트 형태는 학회지원, 학술지원, PMS 등 공식적인 행사가 많다는 것.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국내제약사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라는 게 A씨의 증언이다.

A씨는 "다국적 제약은 현금 리베이트가 없다"며 "결재를 본사에서 받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고, 이를 의사들도 알기 때문에 좀체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보니 다국적사는 늘 리베이트 얘기만 나오면 '우린 그런 것 없다'는 식으로 잡아뗀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내제약사는 여전히 현금과 현물 등 증거로 남을 만한 리베이트 유형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렇다 보니 국내사는 물량공세를 펴고, 다국적사는 지능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다국적사도 국내 현실에 맞추는 조짐이 보인다고 A씨는 설명했다.

"일부 다국적사는 국내사와 같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청교도적 영업으로 세계최고 제네릭회사로 정평이 나 있는 한 다국적사는 한국식 영업형태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최근 몇 년 새 보여주고 있다."

A씨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다국적사의 리베이트 형태를 설명했다.

"모 다국적사는 여름휴가 때 리조트 하나를 통째로 빌린다. 의사와 그 가족들이 휴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영업사원 가족도 함께 휴양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나중에 소요된 돈은 모두 사원복지비 명목으로 지출된 것처럼 꾸민다. 법망에 걸릴 리가 없다."

"다국적사는 자신들의 회사명을 띤 칼리지를 만들어 의사를 선발해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주최 등 외형은 관련 학회에서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모든 진행은 다 제약사 몫이다."

A씨는 이 같은 경우 몇 십 만원에서 몇 백 만원의 금액으로 승부하는 국내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큰 돈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A씨는 "리베이트, 이런 식으로 가다간 모두 공멸한다"고 우려했다.
국내제약사는 어떨까. A씨는 "일반적으로 현금과 현물 위주로 이루어지며 병의원 20%, 약국 2~5%로 정형화되어 있다"며 "주로 의사들은 현금을 요구하고, 약국은 현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분업 당시에 의사의 절반정도만 리베이트를 받았지만 지금은 일종의 '마진'으로 인식돼 모든 의사들이 받는다"며 "일부 의사는 청구프로그램인 '의사랑'의 실제 청구량을 속여 영업사원에 제시하고 그 만큼의 리베이트를 더 받아 챙기는 사례도 있을 만큼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약국의 할인·할증은 이미 일반화된 로비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 방안인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전환에 대해 제약사가 봉착한 문제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A씨는 "국내사들은 최근 포지티브 방식에 대해 판촉비 비중을 줄이는 고민에 빠져있다"며 "큰 물량을 소화하는 의료기관 한두 곳에 리베이트를 집중하던 것을 잘게 쪼개 리스크를 줄이면서 판촉비도 동시에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방식 전환을 꾀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약사는 사기업으로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리베이트는 필요악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영업행태가 결코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될 순 없다"고 단언했다.

어느 시점에 가면 모두 같은 조건이 되고 약의 마진이라는 게 뻔히 아는 상황에서 결국 평준화 단계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제약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A씨는 "검찰과 복지부도 이 같은 리베이트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선진국처럼 일종의 가이드라인은 인정하면서 리베이트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리베이트, 음지에서 양지로' 해결책 없나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서는 현 약가제도 개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선별적 의약품등재(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으로의 전환, 약가산정시 제약사 판매비 반영, 마진율의 적정 허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리베이트 공익신고 활성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신형근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제약업체의 판매일반관리비용은 일반제조업체의 3배 가량인 32%를 차지한다"며 "과다한 판촉활동의 음성적인 행태가 각종 리베이트 명목으로 공공연히 사용되는 만큼 약가산정시 판매비 인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또한 ▲현금화 가능한 상품권 등을 사례품 및 기념품에서 제외 ▲접대비 제한 ▲학회 지원시 의사 개인에게 직접 후원 금지 ▲신용카드 및 세금계산서 비용만 인정 ▲판관비 과도한 제약사 실사의뢰 등을 포함하는 공정거래 규약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의경 박사는 "뒷거래에 의한 마진폭을 분석한 결과 제네릭 제품, 복제품이 많고 단독제품이 적은 제약사, 경영난이 심한 중소병원 등일수록 그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현행 보험약가제도와 실거래가제도에서도 보험상환가보다 낮은 가격과 음성적인 방법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요양기관은 보험상환가와 실거래가간 약가 차액을 마진으로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약품의 실거래가 투명화를 위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박사는 "인센티브제도는 실거래가제도의 근본 취지인 '무마진 원칙'에 위배되는 만큼 마진율의 적정한 허용과 가격결정에 보다 경쟁적인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영업사원 개인영업 차단 및 정확한 실거개가격을 파악할 수 있는 의약품구매전용카드 도입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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