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 낙점, 개혁법안 탄력 받는다
- 홍대업
- 2006-01-09 06: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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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과잉약제비환수법 등 추진...의료계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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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盧心)이 결국 유시민을 낙점했다. 이를 두고 의약계도 들썩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재경위)의 튀는 발언 보다는 개혁성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유 의원의 의정활동을 통해 향후 의약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 의원을 내정하면서 올해 최대 국정현안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을 주문했다. 유 의원도 평소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 그러나 의약계는 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국회 보건복지위원 시절, 그의 활동상이다.
복지위원 시절, 의약계 현안 '맹타'..."공단에 실사권 주자"
유 의원은 16대 국회 후반기, 그러니까 2003년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 이후 17대 초반까지 보건복지위에서 약 3년간 활동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는 의약계의 쟁점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입성 이후 첫 국정감사(2003년 10월)에서는 건강보험공단에 현지조사권을 부여하자고 목소리를 키웠다. 공단이 현지확인을 통해 징수하는 행위가 복지부의 실사권을 배제하거나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유 의원은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의료기관을 복지부 인력만으로 실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공단의 환수활동에 대해 복지부가 문제삼는 것은 부당청구 진료비를 환수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의약품 유통 불투명" 지적...실거래가상환제 개선 주장
유 의원은 2004년 10월 국감에서는 의약품 유통문제를 지적하면서 의약품등재방식의 포지티브방식 전환등 실거래가상환제 개선을 공식 주창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복지부 및 심평원 관계자 등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법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는 난제.
유 의원은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1조2,000억원(25.3%)에서 2003년 1조4,000억원(26.7%)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의약품 유통이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아 실거래가 상황제도가 시장원리에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의약품 등재방식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보험등재 및 상환금액 결정시 '경제성 평가기법' 활용으로 약가를 조정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실거래가상환제도의 재평가를 통한 합리적 보험약가 산정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나이롱 환자' 척결..."통합심사 필요"
유 의원은 의료계에서 '나이롱 환자' 척결 문제도 제기한 바 있다. 부당허위 진료비를 차단하기 위해 산재와 자동차보험, 건강보험을 통합, 심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
유 의원은 2004년 10월 "산재 및 자동차보험 등의 진료비에 대한 심사전문성과 시스템이 건강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부당허위 진료비를 조사하는 전문조직이 없는 실정이며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의 행정조사만 일부 수행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환노위) 등과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산재보험, 자동차보험의 진료비 누수를 막고 효육적인 심사·평가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이를 통합심사하는 '의료심사평가원'(가칭) 설립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이듬해 3월까지 이어졌고, 입법 공청회가 이를 반대하는 산재환자들의 난립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과잉약값은 의사 책임"...과잉약제비 환수법안 추진
의약분업 이후 의약계의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인 과잉약제비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강한 톤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 역시 법안까지 준비한 상황이었지만, 지난해 4월 재경위로 옮기는 바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사안이다.
과잉약제비 환수법안의 골자는 과잉약값의 원인을 제공한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하자는 것. 유 의원은 2004년 10월 "과잉처방을 처방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한 것은 의약분업 이전부터 일관성 있게 적용해 온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그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처방과 조제가 분리됐다 하더라도 약제비 과잉지급의 원인은 처방의사에게 있는 만큼 이전과 달리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약사의 경우 현행 처방전에는 상병명 등 구체적으로 급여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처방에 대해 의사와 조제 전에 상의할 수 없고, 약사법에 따라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조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무상의료엔 '부정'...보건의료산업육성엔 '긍정'
유 의원은 민노당이 주창하는 무상의료엔 부정적이면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산업육성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유 의원은 2004년 4월말 MBC TV의 한 토론회에 출연, "현재 의료보험체계에서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전무한 무상의료가 실현되면 그 수요는 무한대로 증가할 것"이라며 "수요증가로 인한 실제 의료비 지출은 몇 배가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현재 의료서비스 가격을 고정시켜 놓고 추계한 다음 부유세를 걷어서 충당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꿈"이라며 민노당의 정책을 정면 반박했다.
반면 그는 보건의료산업에 대해서는 "세계 일류로 만들기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복지부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표한 공식입장을 통해서다. 이는 노 대통령과 복지부가 그간 추진해왔던 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나마 의료계에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대목이기는 하다.
잠자던 개혁법안 탄력 예고...의료계 '전전긍긍'
유 의원의 입각이 확실시되면서 잠자던 개혁법안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복지부가 올해 3대 과제로 내세운 국민연금 개혁, 사회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은 그대로 이어받는 한편 의약계 현안에 대해 칼끝을 겨누지 않겠느냐는 것.
유 의원이 국회 상임위 활동에서 개진했던 내용은 물론 법안을 추진하다가 주춤거리고 있는 사안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그가 반(反)의료계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공단에 실사권을 부여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 유 의원이 장관직 수행과정에서 그간 복지부의 입장과는 달리 공단에 실사권을 부여할 경우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보험자인 공단은 전국 지사를 활용, 보험료 누수차단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감시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의약품 유통과 관련해서도 현재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와는 별개로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될 전망이다. 자연 의약품종합정보센터의 설립과 리베이트 척결문제 등이 수면위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짙다.
복지부는 현재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와 도매상, 이를 수여한 의사와 약사 등을 동시에 행정처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여기에 적발시 행정처분 감경기준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보험료를 갉아먹는 '나이롱 환자'의 척결문제 역시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일원화를 위해 보다 전문적인 심평원으로 관련 업무가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외형적으로는 산재환자의 반발이 거센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내심 의료계의 불만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에 유화적 제스처...영리법인화는 "글쎄"
특히 과잉약제비 환수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 의원의 입각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그간 부당청구 환수와 관련된 소송에서 매번 패배하고 있는 복지부와 공단, 심평원에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과잉약제비로 이득을 본 쪽은 약국"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경우 의약정간 또 한차례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 의원은 보건의료산업육성에 호의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는 기존정책 방향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복지부장관 내정자로 발표된 직후 보건의료산업을 세계 일류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반발기류가 심한 의료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 곧 '영리법인 허용'과 연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노 대통령이나 김근태 전 장관이 선(先) 보장성 강화론자이고, 유 의원 역시 그 뒤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를 전형적인 시장론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유화적인 제스처는 일단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장관 임명장을 받기 전까지는 한껏 자세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약계 쟁점현안, 정면 돌파할까
올해 복지부의 예산은 10조4,144억원이고, 다른 부처의 사회복지예산까지 합칠 경우 54조원에 달한다. 국가 예산의 37%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만큼 복지부장관의 자리는 막중하다. 5월 지방선거 외에도 차기 대선에서도 복지정책의 국민수용도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급반전할 수 있는 계기도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유 의원은 의약계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의 경우 3월 중순에는 의사회장 선거가, 12월초에는 약사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따라서 양측을 자극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가능한 피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미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튀는 언행으로 비판을 받아온 만큼 최대한 몸을 낮추고, 기존 정책을 대과없이 수행하는데 무게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개혁성향이 관건이다. 특유의 언변과 논리로 서슴없이 의약계 현안을 정면돌파할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가 실세장관인데다 업무추진력이 탁월하다는 점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벌써부터 '차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적극적인 실천을 모토로 삼고 칼을 빼들었을 때, 앞서 언급한 의약계의 쟁점현안이 그 대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
유 의원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먼저 드러낼지,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술을 구사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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