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살리려다 국내 제약회사 다 죽인다"
- 특별취재팀
- 2005-12-26 06: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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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 제조-허가권 분리에 반발...도매업계는 '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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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진단|의약품 제조-허가권 분리법안 추진
의약품 제조업과 품목허가권을 분리하는 요지의 약사법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조용하던 연말, 제약업계가 깊은 우려와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개인에게까지 품목허가 문호가 개방될 경우 신용을 담보하지 않는 ‘미니 제약사’들이 우후죽순 난립, 더 힘들어지는 제네릭 경쟁과 저질 의약품 난립 등 제약산업 자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특히 도매상에서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를 우후죽순처럼 갖게되고, 제조업분야에서도 연구보다는 다방면 제품에 대한 허가확보를 통해 기득권을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돼 당초 입법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도매상은 제조품질관리를 해본 경험이 없고,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저가생산이 가능한 중소형 제약사에 제조업무를 위탁할 소지가 커서 국민보건에 역행할 공산이 크다.
나아가 현행 보험약가체계에서 그대로 진행하면 유통업과 외국 제약사(주로 인도)의 연합으로 보험약가 우위를 선점하게 돼 다국적회사의 경쟁력이 더 강화되고, 국내업체는 약화될 것이 뻔하다는 의견이다.
“시설없는 개인 누구나 제약사 사장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최근 의약품 시설기준에 의해 필요시설을 갖추고 수탁제조를 하고자 하는 경우 품목허가를 보유하지 않고도 제조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취득한 자에게 전면 위탁하고자 할 경우 제조업 허가 및 시설을 갖추지 않고서도 개별품목의 허가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때 기존에는 제조시설을 갖춰야만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대폭 완화해 도매상이나 미니벤처업체, 심지어 개인에게까지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할 예정이다.
“벤처 살리려다 기존 제약사 다 죽는다“
우선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 제조업과 품목허가를 분리하는 법안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의약품 유통질서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26일까지 회원사를 대상으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특히 생명공학 벤처기업을 육성해 신약을 생산할 수 있다는 명분보다는 소규모 제약사의 난립으로 안전한 의약품 생산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상위 제약사의 한 임원은 "도매업체와 제약사의 구분이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면서 "도매업체들은 품목 한 두개 라이센싱을 획득한 뒤 제조시설을 갖춘 제약사에 위탁생산을 의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중소제약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는 GMP시설에 대한 실사를 통해 하위업체는 퇴출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제조시설과 품목허가가 분리되면 과연 누가 골치아픈 GMP시설을 보유하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제약업계에서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면서 "이 법안은 GMP시설에 대한 관리문제, 위탁생산 했을 경우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문제, 재심사, 리콜 등 너무나 많은 하위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매업계, “치열한 경쟁속 새로운 돌파구“
반면 이번 법안에 대해 누구보다 희색이 된 곳이 도매업계다. 도매업계는 의약품 제조업과 품목허가를 분리하는 법안에 대해 대부분 찬성한다는 입장.
특히 해외거래선을 통해 라이센스를 실질적으로 확보했으면서도 허가는 제약사에 일임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 법안이 현실화되기를 기대했던 곳이 도매업계였다.
현재 제약사에 품목허가 및 위탁생산을 의뢰해 영업하는 도매업체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제조업과 품목허가가 분리될 경우 품목수는 물론 업체수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도매업계의 전망이다.
한 도매사장은 "도매업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 법안이 마련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국적사 "국내 GMP시설 가동률 높여줄 것" 찬성
도매업계와 함께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우 이번 분리 법안에 대해 현지공장의 유무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국적사들은 국내 공장철수를 가속화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위탁생산을 활발하게 해 국내 GMP 시설을 갖춘 공장의 가동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미 지난 여름 한차례 개최됐던 태스크포스에서 다국적의약산업관계자와 회원사 대표들은 이미 찬성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장설비가 없는 다국적사의 한 임원은 “제약협회에서 온 공문에 찬성의 입장을 표했다”며 “허가가 분리되면 품목허가를 가진 회사들의 위탁생산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현재 40~50%의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국내 GMP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장설비를 갖춘 다국적사 관계자도 “세계 선진국들의 경우 모두 분리돼 있고 일본도 오랜준비를 거쳐 작년에 분리했다”며 “위탁생산을 할 경우 국제적인 기준을 요구하게 돼 국내 제조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다국적사 공장철수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법안분리와 공장철수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비싼 인건비와 노조문제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이익이 나지 않으며 제품 품질면에서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공장철수는 이미 가속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국적 업계는 법안의 취지에 찬성하면서도 시행 이후 생길 각종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질이 낮은 원료를 수입하게 될 우려도 있다”며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개인 또는 업체에 대해 일정 요건을 명시해야 하며 위탁생산품목의 안전성과 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청, 사후관리 고심..."진입장벽 법에 반영"
이같은 우려에 대해 식약청은 미니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허가 부분에 대해서는 종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사후관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약의 개념이 없는 개인이나 미니벤처의 난립을 극도로 우려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우선 식약청의 사후관리가 아주 복잡해 질 것”이라며 “약에 대한 개념도 없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기에 이들의 진입장치를 법에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같은 법안 처리 계획에 따라 내년 6월 의약품 제조업과 품목허가를 분리하기 위해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의약품종합정보센터 설립도 6월1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병호 "송도 GMP시설과 전혀 무관"
한편 이 법안을 발의한 문병호 의원측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송도 GMP시설 투자업체와의 연관설에 대해 강력 부인하며 벤처기업 양성이 가장 큰 목적임을 재차 강조했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GMP시설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지역구 관리'차원의 법안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안이 준비되기 이전에 이미 그 업체에서는 투자가 끝난 상황이었고 그쪽에서 만나자고 했으나 만난 적도 없다"며 "이후에도 문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몇 천억원을 손해본다고 한 적은 있지만 법안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기술은 있지만 재정 여건이 안돼 제조시설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생산과 연구를 서로 분리하자는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지난 20일 공청회 등을 통해 제약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해, 예정대로 이달말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달말 법안이 발의돼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적어도 6월경에는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제약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준비거친 일본, 입법 내용도 국내와 상이
일본의 경우 스미야케(住割)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 각자의 기존 영역에 집중하며, 타영역에 진출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과 판매업의 분리당시 3년이상 준비기간을 거쳤다.
일본 제약회사와 라이센스관계에 있는 한 상위제약사 임원은 “의약품판매업을 단순판매업으로 보지 않고, 제조업에 대한 총체적 관리능력을 필요로한다고 보고 품질관리 및 보증업무에 대한 능력을 확보해야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점이 원천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즉, 판매업을 별도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판매업'이라는 업종은 존재하지 않으며 '제약업'과, '유통업'으로 구분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제약업'은 '제조업'에 대한 연구,관리,감독,보증업무를 수행할만한 능력확보를 전제로 하고, '유통업'은 기존의 약품 도매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의약품의 '보관' 및 '물류'기능을 위주로 구분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리스크가 큰 연구보다 단지 기업간의 계약행위로 기득권을 확보하고, 이에 바탕한 운영쪽으로 기울어질 소지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식견있는 제약사 개발임원은 “선진국의 제조업과 판매업 분리는 연구기능이라는 부가가치창출이 높은 쪽에 집중하기위한 방향으로 기능분화가 진행되나, 우리의 경우는 생산에 집중한 횡적인 확산으로 유통질서문란과 경쟁력약화로 진행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의약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있어 이와 가장 유사한 '위탁생산'에 대한 제반 문제점을 먼저 분석하고, 연관된 제도를 먼저 정비하는 충분한 연습과정을 거친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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