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기금화, 의약사에 毒인가 藥인가
- 정웅종
- 2005-03-01 06: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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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계 "수가 못 올린다" 우려 속 복지부·공단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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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건보재정기금화 찬반 입장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논의에 대한 정부, 공단, 의약계, 시민단체간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각자의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의약계 쪽에서는 '수가인상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5년전 의약분업만큼의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고, 건강보험공단은 국회, 기획예산처의 통제를 받게 돼 기관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금화 논의에 보건복지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지만 기금화에 대한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계 "앞으로 수가 못 올린다" 영향력 감소 우려
"기금이 되면 보험료, 수가 등을 국회서 결정하게 되면 선거때마다 보험료 올리기가 쉽지 않다. 의약계보다 국민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에게 당연한 선택이다".
기금화 논의를 바라보고 있는 의약계의 솔직한 심정이다.
기금화가 되면 수가인상을 보험자인 공단측과 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결정 등 나름대로 이해당사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보험료, 급여범위, 수가 등에 대한 결정권은 1차적으로 기획예산처에, 최종적으로는 국회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보험재정의 기금화 검토' 회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건강보험재정이 기금으로 바뀌면 지금의 건강보험은 지난 의약분업만큼의 큰 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공단 "흑자 나니까 이제 와서‥"...간섭 배제
기금운영의 직접적 당사자인 공단은 사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공단은 보험료와 수가가 기금운용계획에 의해 조정될 경우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돼 제도의 근간인 수가계약 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단측은 "현재 건강보험재정은 정부의 관리감독과 국회의 국정감사, 감사원을 통해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굳이 또 통제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기금화 반대 이유로 보험료, 수가, 급여범위 결정은 국가의 책임성보다는 관계전문가,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등 당사자간의 결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인 '시어머니'도 모시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획예산처와 국회 등 더 많은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좋을 리 없다는 게 공단의 속마음이다.
이 같은 입장을 설명하듯 최근 검토 회의석상에서 공단은 "차라리 조제료, 진찰료 왕창 올려줘서 1조쯤 적자 낼 걸 그랬다"는 농담반 진담반 같은 얘기도 나왔다는 전언이다.
국회 "기금운영에 따라 독인지 약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기금화 추진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치권의 입장은 다르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그 운영에 달린 것이지 무조건 반대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현재 기금화 추진에 나서고 있는 보건복지위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금화 하려면 건강보험기금법을 만들고 기금운영위 등 조직도 생기게 된다"며 "어떻게 운영,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장단점이 분명해 질 수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역시 필요한 보험료 인상이 자칫 표를 의식한 정치권 때문에 보험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여론 눈치로 보험료를 못 올리는 것은 복지부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그것이 반대논리는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현재 국회와 기획예산처는 건강보험은 향후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정부사업인 만큼 '기금'을 통한 정부재정의 틀 속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복지부 '정면대치' 비췰까 전전긍긍...시민단체 '관망'
찬반논리가 분분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반대입장을 정리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재정 기금화 논의의 단초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곳이 대통령직속기구인 지방분권위원회이기 때문에 자칫 '정면대결'로 비춰질 우려를 갖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기금화 논의가 가시화되고, 3월경 기금 관련 연구용역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지방분권위와 적극적인 조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도 일단 현재로서는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기금화가 보장성 확대에 기여할 지와 함께 가입자단체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시민단체 역시 기금화에 따른 영향력 감소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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