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제약바이오 지원 정책의 기시감
- 천승현
- 2023-04-10 06: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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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정책의 목표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 연 매출 1조원 이상 신약 2개 창출, 연매출 3조원 이상 제약사 3개, 의약품 수출 2배 등을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5년간 민·관 R&D 25조 원 투자, 차세대 유망 10대 신기술 발굴, K-바이오백신 펀드 규모 1조 원까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치, 약가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지원 정책을 제시했다.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의지는 당연히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어딘가 식상함이 느껴지는 기시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 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1개의 글로벌 신약은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신약 성과 부재가 정부 탓만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의 R&D 역량이 글로벌 기업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에 성과도 미흡했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 다만 정부가 R&D 지원 정책의 달성 여부를 단지 숫자 만으로 판단하면서 업계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지원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2011년부터 10년 간 진행된 KDDF의 지원 사업은 ‘글로벌 신약 10개 배출’을 목표로 천명했지만 3년 후에 목표를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 기술수출’로 수정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원 예산도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쳤다. 정부가 5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 지원받는 업체가 동일한 금액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R&D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KDDF의 R&D 지원금은 263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7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목표 투자 규모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매년 일정 금액의 예산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사용 금액에 따라 예산을 따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R&D 지원금이 계획에 못 미쳤다. 특정 해에 투입하고 남은 불용 예산이 발생할 경우 이듬해 예산이 깎이는 경우도 발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거창한 R&D 지원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더욱 시급하다는 견해를 많이 내놓는다.
대표적인 게 최근 진행 중인 제네릭 약가재평가다. 제약사들은 지난 2월까지 기등재 제네릭 제품의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출했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제네릭 약가재평가 대상은 총 2만6362개에 달한다.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은 제네릭은 수천개의 약가인하가 불가피해보인다.
제약사들은 아직도 이 정책의 명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단지 약가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을 약가인하를 모면하기 위해 또 다시 허가 목적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에 따라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도 제한됐다. 1건의 임상시험으로 4개의 개량신약이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네릭이 많다는 이유로 공동개발을 숫자로 제한하는 희한한 규제가 등장했다. 몇 년 전 규개개혁위원회가 이상한 규제라고 결론 내렸는데도 법 개정을 통해 10년 만에 공동개발 규제를 다시 시행했다.
제약사들은 지난 3년의 코로나19 정국에서 R&D 역량 강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총 2조7259억원으로 2019년 1조9168억원에서 3년 만에 42.2% 증가했다. 제약바이오기업 30곳의 연구인력은 2019년 5122명에서 지난해 6417명으로 25.3% 늘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 위협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은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핸 외부투자도 적극적으로 단행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10곳을 대상으로 총 824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보령은 지난해에만 총 819억원의 신규 외부투자를 진행했다.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우주헬스케어 사업에 광폭 투자행보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9개 기업을 대상으로 231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펼쳤다. 대웅제약은 1년 만에 12건의 신규 외부투자를 결정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오랜 기간 공들인 R&D 노력이 언젠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R&D 지원 정책도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다만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 순위다. 숫자로 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것보다 소통과 이해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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