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규제시장서 갈린 성과…중국-도약, 한국-지체
- 손형민
- 2025-11-18 06: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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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혁신 신약 중심 재편…세계 시장 진입 활발
- 한국, 여전히 초기 임상…제도적 한계가 혁신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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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약 R&D의 무게 중심이 항암·희귀질환으로 재편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정밀의학 기반 표적치료제, 이중항체·ADC 등 고난도 파이프라인이 제약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규제기관의 허가 능력은 국가 연구개발(R&D) 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되고 있다.
하나의 항암제가 40개 넘는 적응증으로 연 매출 50조원을 기록하는 시대다. 일례로 지난해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하나의 항암제로만 글로벌 매출 43조원을 올렸다. 이처럼 확장성이 높은 항암 시장에서 누가 먼저 글로벌 허가를 확보하느냐가 제약바이오 시장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 3년 중국은 자체 개발 항암제로 미국 FDA 심사 단계에 연속 진입하며 이미 글로벌 항암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임상시험 건수와 후기 임상 비율 모두 가파르게 증가했고, 실제 미국에서 상용화까지 성공한 신약도 등장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임상 1, 2상 중심의 초기 파이프라인이 대부분이며, FDA 허가에 도달한 국산 항암제는 기술이전 기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완성된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사실상 유일한 성과다.
양국 성적표의 차이는 단순한 R&D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체계·약가구조·시장 접근성·자본조달, 즉 산업을 지탱하는 시스템이 상이하게 움직인 데서 비롯됐다.
수년 전만 해도 한국과 유사한 평가를 받았던 중국이 어느새 FDA 문턱을 넘어서는 사이, 한국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항암제 시장 확대...혁신신약 글로벌 허가 벽 통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2024년 기준 2500억 달러(약 350조원) 규모로, 전체 신약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다.
특히 면역항암제는 타깃 확장성이 뛰어나 제품 하나로 10~20개 이상의 적응증 진입이 가능해, 국가 R&D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읽고 R&D 설계 단계부터 FDA를 겨냥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중국 면역항암제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FDA 문턱을 넘은 것은 2023년이었다.
중국 쥔스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가 개발한 PD-1 면역항암제 '록토르지(토리팔리맙)'가 승인되며, 중국 제약사가 단독개발한 면역항암제 최초의 미국 허가 사례를 남겼다. 이전까지 PD-1 계열 면역항암제가 중국 내 허가를 받은 적은 많았지만, 글로벌 규제기관 허가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록토르지의 성공은 단일 사례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제약사들은 같은 시기 여러 항암 파이프라인을 FDA 심사 단계까지 끌고갔으며 허가 획득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특히 글로벌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서가 아닌 중국 제약사 단독의 성과라는 것이 의미가 크다.
비원메디슨은 지난해 '테빔브라(티스렐리주맙)'를 FDA로부터 승인받으며, 미국 시장에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표적항암제 '브루킨사(자루브루티닙)' 허가에 이어 연이은 성과를 보였다.
또 다른 중국 바이오텍인 아케소(Akeso)는 PD-1/VEGF 이중항체 '아니코(펜풀맙)'를 개발해 올해 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중항체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치열하게 경쟁 중인 고난도 플랫폼 기술로, 중국 기업이 해당 영역에서도 미국 심사 트랙에 올라 상용화까지 이뤄낸 것은 의미가 크다.
이중항체는 2개의 다른 항원에 동시에 결합하거나, 동일한 항원에 있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결정부위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약물이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야 약물 투과성을 높일 수 있다. 이중항체는 뇌혈관장벽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타깃 결합을 통해 BBB 투과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항원과 종양 세포의 특이적인 항원에 각각 결합하는 항체들을 조합해 다중항체를 개발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존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 PD-1에 새로운 타깃을 결합해 혁신신약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영역이다.
또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에서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허치메드는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2023년 대장암 표적항암제 '프루자클라(프루퀸티닙)'로 FDA 허가를 받았다. 프루자클라는 다케다에 기술이전된 이후 미국 3상을 완료해 허가가 이뤄진 케이스로, 중국 기업의 표적항암제가 미국 시장에 정식 진입한 첫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대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 임상2상 이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티움바이오, HLB, 지아이이노베이션, 이뮨온시아,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있다. 대부분 임상1상 신약후보물질이다.
중국 기업들이 임상3상을 종료해 글로벌 상용화에 근접해 있는 것에 비해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FDA 허가에 도달한 국산 항암제는 렉라자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단독 개발이 아니라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기술이전 모델을 통해 완성된 사례다.
유한양행은 2015년 7월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1조 40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1년 1월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국내 허가받으며 단일제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얀센과 협업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미국에서 허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의 글로벌 진출 모델은 사실상 오픈이노베이션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바이오 기업의 드럭 디스커버리 이후 국내 제약사의 라이선스인, 글로벌 빅파마로의 기술이전 이후 후기 임상 진입이 성사돼야만 글로벌 허가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이는 안전성·효과성 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추세와 더불어, 불확실성이 큰 항암·희귀질환 영역의 허들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잇달아 FDA 심사 단계에 진입하거나 실제 허가까지 도달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특히 중국은 현재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ity Law), 최혜국대우(MFN) 약가 정책 등 여러 정책적 압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가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 규제기관의 심사 문턱이 더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중국 항암제가 허들을 넘어섰다는 것은 중국 신약의 데이터·품질·임상 설계 수준이 일정 기준을 달성하고 있다는 실질적 신호로 해석된다.
규제·지원 격차가 만든 신약 경쟁력 차이...혁신신약 대우도 차별화
중국 항암제가 잇따라 미국 FDA의 문턱을 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양국의 규제·평가 체계 차이가 결국 신약 성과의 격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혁신적으로 규제를 개편하며 FDA형 R&D 시스템을 구축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절차 중심·보수적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R&D 규제가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제약사와의 협력 관계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글로벌 임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가일수록 기술이전·공동개발·공동임상 등 다양한 형태의 신약개발 협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 수행 경험이 풍부한 국가에 더 많은 파트너십을 배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후기 임상 진행이 용이하고 규제 절차가 간결할수록 현지 기업과의 공동개발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임상 수행 역량은 단순히 임상시험 유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글로벌 R&D 네트워크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핵심 연결고리이자 향후 기술이전 계약의 성사 가능성까지 좌우하는 구조적 강점으로 작용한다.
중국의약품허가관리감독국(NMPA)은 지난 10년간 가장 급격하게 변화한 규제기관으로 꼽힌다.
중국은 2015년이 돼서야 글로벌제약사가 중국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그 이후 변화 속도는 폭발적이었다. 2017년에는 글로벌 규제 기준을 관장하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공식 가입하며, 임상·품질·제조(CMC) 기준을 미국·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어 2018년, 임상시험계획(IND) 검토에 '60일 이의제기제도'를 도입했다. 과거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던 승인 절차를 60일로 고정시키고, 기존 허가 기반 심사 방식을 미국과 유사하게 이의제기로 바꿨다. 이러한 변화를 거쳐 글로벌 임상 진입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승 기간이 30일 이내로 줄었다.
이후 중국은 혁신신약을 위한 우선심사, 조건부 허가, 실사용근거(RWE) 기반 추가 허가·급여 제도까지 도입하며 신약 개발 환경을 정비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에서 임상 1·2상을 동시에 수행하고, 중국 기업은 개발 초기부터 FDA 제출용 데이터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식약처는 법적으로 IND를 30일 내 승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기한 내 승인을 내준 사례는 0건이었다. 실제로는 추가 보완요구가 반복되며 통상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허가 심사도 중국의 6~9개월보다 긴 12개월 이상 소요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신속심사 제도가 존재하지만 적용 범위가 매우 좁고, 실제 심사 기간 단축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건강보험 급여 진입이다. 중국은 혁신신약을 신속하게 보험 등재해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는 반면, 한국은 약가협상·재평가·예비급여 등 절차와 기준이 복잡해 허가를 받은 후에도 실제 시장 진입까지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수다.
한 글로제약사 한국법인 관계자는 "중국은 신약은 산업경쟁력이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규제·급여 체계를 동시 개편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안전성 중심 규제에 머물러 혁신신약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며 "동일한 상태에서 출발했어도 국가 시스템의 차이가 결과를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2022년부터 GIFT(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제도를 도입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특히 식약처는 GIFT에 선정된 약제를 대상으로 허가 → 평가 → 협상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기존 직렬 심사 구조를 병렬화해 혁신신약의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업계 현실은 여전히 냉담하다. GIFT의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고, 급여 과정에서 혁신신약이 제 값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가, 평가, 협상 시범사업 1호 약제인 '빌베이(오데빅시바트)' 조차도 기한 내 통과가 어려웠다는 게 주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빌베이가 병행 시범사업 1호 약제에 선정됐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협상 과정만큼 정부와도 의견 충돌이 많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급여까지 성사됐다"라며 "허가 초기 단계에서 전문가들이 포함돼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평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제도는 도입됐지만 신약 생태계를 구성하는 규제·평가·급여의 근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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