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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주가 하락기 증여, 무조건 꼼수일까

  • 이석준 기자
  • 2026-07-06 06:00:42
  • 요약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기업 오너의 증여는 시작부터 의심을 받는다.

주가가 오르면 "왜 비싼 시기에 증여했느냐"는 말이 나온다. 주가가 내리면 "절세를 노렸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어느새 기업 승계는 어떤 시점을 선택하든 의심부터 받는 일이 됐다.

최근에도 상장기업 오너 일가의 증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사업 전략이나 승계의 배경보다 증여 시점이 먼저 도마에 오른다. 주가가 저점이면 절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그 비판은 이내 '편법'이나 '꼼수'라는 단정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 번쯤은 다른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내리면 증여는 정말 죄가 되는 것일까.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현행 세법은 일정 기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한다. 따라서 주가 하락기에 증여하면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은 숨겨진 비밀도, 기업만 아는 편법도 아니다. 법이 정한 과세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절세와 꼼수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절세는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세 부담을 줄이는 행위다. 반대로 꼼수나 편법은 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취지를 훼손하는 경우를 뜻한다. 둘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우리도 절세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며,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를 꼼꼼히 챙긴다. 이를 두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법이 허용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 승계도 원칙은 다르지 않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을 납부했다면 그것은 제도의 활용이다. 현행 증여세 평가 방식이 적절한지는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제도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다.

물론 모든 저가 증여가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가치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해 증여 시점을 설계하거나,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떠넘겼다면 당연히 엄중한 비판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 시장의 감시도 바로 그런 행위를 향해야 한다.

아무런 위법 행위나 불공정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낮았다는 이유만으로 '꼼수'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 의심은 가능하지만, 의심이 곧 사실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기업은 언제 증여를 해야 하는가.

주가가 오르면 "고평가 시점을 이용했다"고 하고, 주가가 내리면 "절세를 노렸다"고 한다. 실적이 좋으면 비싸게 평가받는다고 문제 삼고, 실적이 나쁘면 싸게 평가받는다고 의심한다. 어떤 시점을 선택해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면, 과연 정답은 무엇인가.

기업 승계는 언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경영 행위다. 특히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승계를 무조건 미루는 것이 항상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승계가 늦어질수록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배당이나 지분 매각, 담보대출 등 또 다른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증여 시점이 아니다. 승계 과정은 투명했는가. 적법하게 세금을 납부했는가. 소액주주의 권익은 보호됐는가. 승계 이후 책임경영으로 기업가치를 높였는가. 시장이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질문들이다.

감시는 필요하다. 의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의심이 곧 결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가가 낮을 때 증여했다는 사실은 검증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 자체가 꼼수라는 결론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주가가 낮을 때 증여한 기업이 아니다. 법을 악용하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기업이다. 

주가가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증여가 죄가 될 수는 없다. 죄가 되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원칙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이석준 기자(wiviwivi@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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