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이름도 전략 자산…상표·허가·안전성까지 검증"
- 황병우 기자
- 2026-07-10 06:00:46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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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규필·송주한 브랜드인스티튜트 코리아 대표
- 성분명·임상시험명·브랜드명까지 단계별 전략 강조
- 상표권 넘어 FDA·EMA 명칭 심사까지 고려
-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염두에 둔 준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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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늘면서 의약품 네이밍(Naming) 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성분명, 플랫폼 기술명, 임상시험명, 브랜드명까지 개발 단계마다 요구되는 이름이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표뿐 아니라 규제기관의 안전성 검토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네이밍 과정을 지원해 온 브랜드인스티튜트 코리아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팜은 윤규필·송주한 브랜드인스티튜트 코리아 대표를 만나 의약품 네이밍의 중요성과 전략을 들어봤다.

성분명부터 브랜드명까지…신약 이름도 전문 영역
브랜드인스티튜트는 미국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전문 네이밍 컨설팅 기업이다. 국내에서는 윤규필·송주한 대표가 브랜드인스티튜트 코리아를 이끌며 국내 및 중화권 제약바이오 기업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윤 대표는 뉴질랜드 약대 졸업 후 뉴질랜드와 호주 약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국내 제약사 개발부와 대웅제약 글로벌 RA팀을 거쳐 2016년 브랜드인스티튜트에 합류했다. 송 대표는 미국 유콘(UConn) 약대와 서울대 임상약학 석사를 거쳐 대웅제약 임상팀에서 근무한 뒤 브랜드인스티튜트에 합류했다.
윤 대표는 의약품 네이밍이 브랜드명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제약산업에서 네이밍은 단계별로 필요하다"며 "전임상 단계에서는 플랫폼 기술명, 임상 초기에는 성분명, 주요 임상 단계에서는 임상시험명, 허가 단계에서는 브랜드명까지 각각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성분명은 국제일반명(INN·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을 뜻한다. INN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관리하는 의약품 성분명으로, 같은 성분을 전 세계에서 통일된 이름으로 식별하기 위한 비독점 명칭이다.
송 대표는 "INN은 WHO가 관할하는 과학적 이름이고, 구조나 작용기전 등을 반영해 의약품의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상표만으로는 부족…허가 문턱 넘어야
일반 소비재 브랜드와 의약품 이름의 가장 큰 차이는 허가와 안전성이다. 상표권을 확보했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이 이름을 승인하지 않으면 해당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
송 대표는 "회사가 어떤 이름의 상표를 갖고 있더라도 FDA나 EMA가 승인하지 않으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그 이름으로 판매할 수 없다"며 "상표의 허들과 허가의 허들을 모두 넘어야 하는 것이 소비재와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명 심사의 핵심은 환자 안전이다. 이름이 비슷하게 보이거나 들릴 경우 처방·조제·투약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초콜릿은 이름이 비슷해 다른 제품을 먹어도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약은 잘못 투약되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름 자체가 심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규제 체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상표를 출원·등록하면 이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별도 명칭 심사 규정이 있고, 왜 거절되는지까지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직접 판매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규정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바이오시밀러를 오래 해온 일부 기업들은 필요성을 잘 이해하지만, 전통 제약사나 초기 바이오텍은 아직 인식 차이가 있다"고 봤다.
후보 1000개서 6~8개로…처방 시뮬레이션까지
실제 네이밍 작업은 후보 몇 개를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다. 제품 프로파일과 개발 전략을 분석하고, 이름 후보를 대량으로 도출한 뒤 상표·규제·언어학·시장성 검토를 거쳐 최종 후보를 좁힌다.

송 대표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제품 프로파일과 이름에 담고 싶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전략 미팅을 진행한다. 이후 본사에서 약 1000개 이름을 만들고, 자체 알고리즘과 1차 검토를 거쳐 약 75개 후보로 줄인다.
고객사가 후보군을 선정하면 글로벌 상표 검토가 이어진다. 이후 허가 검토와 안전성 조사, 시장조사, 언어학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6~8개 후보를 추천하는 구조다.
허가 검토에는 실제 의료현장을 가정한 시뮬레이션도 포함된다. 의사·약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손글씨 처방, 음성 처방, 유사 발음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윤 대표는 "실제 의사, 약사, 간호사에게 발음 녹음을 들려주고 손으로 쓴 처방을 보여주며 다른 의약품과 혼동될 가능성을 테스트한다"며 "이름으로 인해 처방이나 투약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실제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름 선점, 라이선스 아웃 이후도 고려해야
브랜드인스티튜트가 국내 기업들에 강조하는 대목은 이름의 소유권이다. 라이선스 아웃을 하더라도 개발사가 성분명과 브랜드명 전략을 먼저 확보하면 원개발사로서의 흔적과 주도권을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작은 바이오텍은 라이선스 아웃을 사업모델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성분명은 원개발사로서 직접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직접 신청하고 등록하면 글로벌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물질의 오리지네이터로 기록되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송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례를 들었다. 그는 "과거에는 파트너사가 이름을 짓다 보니 파트너십이 종료되면 해당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고, 파트너십을 하더라도 브랜드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고 소개했다.
두 대표는 국내 바이오텍일수록 이름 전략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INN은 임상시험이 시작되고 한 명이라도 투약되면 신청할 수 있는 만큼, 임상 1상 중후반부터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작은 바이오텍일수록 홍보할 수 있는 도구가 많지 않다"며 "임상 1상 중후반에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바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브랜드명도 허가 직전이 아니라 임상 2상 무렵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FDA는 임상 2상 종료 회의(EOP2·End-of-Phase 2 meeting) 단계부터 브랜드명 사전 검토를 받을 수 있으며, EMA는 허가 신청 약 18개월 전부터 브랜드명 사전 검토가 가능하다.
같은 이름을 글로벌 시장에서 쓰려면 상표와 허가 양쪽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인스티튜트 코리아의 목표는 국내 기업들이 의약품 네이밍을 개발과 허가 전략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히 이름을 대신 짓는 회사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이름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이름을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무기로 활용했으면 한다"며 "이름과 스토리가 있어야 마케팅도 가능하고, 허가와 파트너십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한국발 글로벌 신약 브랜드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아직 바이오시밀러 외에 국내 신약이 한국과 해외에서 같은 이름으로 쓰이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한국에서 시작된 블록버스터 제품이 전 세계에서 같은 이름으로 팔리는 사례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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