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는 포기, 식약처는 방치"…지사제 사태가 남긴 상처
- 이탁순 기자
- 2026-07-13 06:00:59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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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처 '불인정'에 제약사 백기… 천연 점토 제네릭의 한계
- 비용·시간 계산 제약사, 행정 편의주의 식약처…환자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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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아직도 모르면 큰일 나는 약국 신제품 정리 ‘팜노트’
- 팜스타클럽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국내 약국가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설사 치료의 '치트키'로 통하던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 제제의 소아·청소년 적응증이 전격 삭제되면서 일선 보건의료 현장이 유례 없는 대혼란에 빠졌다.
당초 업계에 알려진 조치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앞당겨 기습적으로 허가 변경이 단행된 데다, 처방을 차단해야 할 행정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현장의 약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오리지널 제품의 한국 시장 철수가 부른 국내 제약업계와 보건당국 민낯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팩트체크 ① 왜 갑자기? 핵심은 수입 오리지널의 철수와 천연 점토 원료의 한계
작금의 혼란을 야기한 근본적인 화근은 2020년경 오리지널 개발사인 프랑스 입센(Ipsen) 사가 한국 시장에서 전격 철수하면서 시작됐다.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화학 합성 의약품이 아니라 자연의 흙(천연 점토)을 정제해 만드는 특수 성분이다. 오리지널 제품인 '스멕타'가 사라진 후 국내 제약사들은 각자 제3의 광산에서 원료(API)를 수급해 제네릭을 생산해 왔다.
문제는 광산마다 흙의 성분과 중금속(납)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식약처가 국내 제네릭 원료에 대해서도 오리지널과 동등한 수준의 소아 안전성 자료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오리지널사는 성인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아에게 안전성을 대입하는 ‘수학적 모델링(외삽)’을 입증해 냈으나, 국내 제네릭사들이 국내에서 추진한 소아 외삽 자료에 대해 식약처는 "소아 사용의 안전성을 확인하기에는 임상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반려했다.
결국 천연 광물 제네릭의 독자적 안전성 입증 한계에 부딪힌 제약사들이 선제적으로 소아 적응증 삭제를 신청했고, 식약처가 이를 수용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즉, 품질 불량에 따른 독성 검출이나 제품 회수(리콜) 사유는 아니다.
팩트체크 ② 7월 13일이라더니 왜 6일에 기습 변경됐나?
행정상 위법은 없었다. 하지만 식약처의 소통 기술은 정교하지 못했다.
약사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은 '허가 변경 날짜'다. 당초 시장에는 제약사들의 전언으로 7월 13일자로 소아 적응증이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식약처는 일주일 앞선 7월 6일자로 전격 변경 승인을 내렸다.
확인 결과, 7월 13일은 허가 변경 예정일이 아닌 식약처의 '민원 처리 기한'이었다. 따라서 행정 절차가 빨리 마무리되어 6일에 변경 고시가 난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행정 편의주의’에 있었다. 식약처 규정상 직권에 의한 안전성 정보, 신약 등의 재심사, 통일조정(안전성·유효성 심사) 등은 사전 예고를 하지만, 제약사가 스스로 신청한 허가 변경은 별도의 사전 예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건은 동일 성분의 모든 제품이 한꺼번에 변경되고 소아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의약품이었다. 그럼에도 약사회나 의사협회 등 의약단체에 사전 예고도 없이 당일 소통한 것은 식약처의 명백한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소아 포기한 제약사·방치한 식약처, "환자는 안중에 없었나"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대목은 제약사와 규제 당국 모두 '소아 환자의 치료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점이다.
우선 국내 제네릭 제약사들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식약처가 임상 시험 보완을 요구하자, 제약사들은 추가적인 투자나 재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려는 노력 대신 소아 적응증을 '자진 포기'하는 가장 손쉬운 우회로를 택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소아 임상을 다시 하느니, 성인 시장에 안주하겠다는 건 명백한 '기업 이기주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오랫동안 자사 제품을 믿고 찾았던 소아 환자와 부모들의 신뢰를 철저히 외면한 처사다.
이는 규제 당국인 식약처 역시 마찬가지다. 중금속(납) 관련 안전성 정보가 처음 터져 나와 1차 허가 변경이 진행된 것이 2019년이다. 위험성이 인지된 지 무려 7년이 지나도록 명확한 안전성 확증 없이 소아 시장에 이 약물이 계속 쓰이도록 방치하다가, 이제야 제약사의 자진 신청 형식을 빌려 소아 허가를 삭제해 주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허가는 6일자로 이미 바뀌어 소아에게 판매하면 안 되는데, 병의원 처방을 걸러내야 할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거 기준인 '2세 미만 금기' 팝업만 뜨고 있다. 약사들은 처방전이 입력되어도 시스템상 걸러지지 않는 약을 일일이 수동으로 확인하며 차단하느라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식약처는 앞으로 소아 사용 등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 신청에 의한 변경이라도 사전 예고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당장 스타빅이나 포타겔 등 국내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가 소아에게 다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졌다. 향후 제네릭사들이 소아 안전성 자료를 완벽히 구축하던가, 프랑스 오리지널 사가 한국 시장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당분간 소아 설사 시장은 화학 합성 전문의약품과 유산균 제제 중심으로 강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안전성 검증 능력이 부족한 제네릭사의 무책임한 포기와 규제 기관의 안일한 행정이 결합해 낳은 '스멕타 잔혹사'는 결국 보건의료 최전선에 있는 약사들과 소아 환자들의 피해와 혼란으로 고스란히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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