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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1억 수익, 1400억 투자…녹십자의 차세대 먹거리 퍼즐

  • 천승현 기자
  • 2026-07-18 06:00:48
  • 요약
  • 작년 알리글로 매출 1500억...검증된 시장성에 대규모 투자
  • 녹십자, 오창공장 알리글로SC 생산라인 구축에 1400억 투자
  • 미국 자회사 지분 4621억에 양도...신사업 재원 활용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녹십자가 미국 혈액제제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 시장에 안착한 ‘알리글로’의 시장성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 개발과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미국 자회사 매각으로 8년 만에 4000억원 이상의 투자 수익을 확보하면서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충청북도, 청주시와 중장기 투자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오창공장에 2033년까지 향후 8년간 총 5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녹십자 오창공장

투자 계획에는 중장기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포함됐으며 녹십자는 오는 2030년까지 오창공장 내 신규 혈액제제 생산라인 구축에 1400억원을 투입한다. 새롭게 마련되는 생산라인에서는 피하주사형 면역글로불린(SCIG) 인프라가 구축된다. 향후 미국에 수출되는 차세대 알리글로의 생산기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녹십자가 공장 건설에 투자하는 1400억원은 최근 제약사들의 투자 규모와 비교해도 매우 큰 금액이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970억원을 들여 내용고형제 생산시설을 증설한다. HK이노엔은 오송 공장 잔여 부지 내 연면적 1만2562㎡ 규모의 신규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투자 기간은 오는 2028년 1월 31일까지다.  

HK이노엔의 자체 개발 신약 ‘케이캡’의 고성장으로 제조시설 증설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1분기 HK이노엔의 오송공장 내용고형제 제조시설 평균 가동률은 145%에 달했다. 해당 공장의 생산능력 1억4500만정보다 1억870만정 많은 2억5370만정이 생산됐다. 

부광약품은 최근 공장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300억원을 투자해 한국유니온제약을 인수했다. 부광약품 안상공장의 지난 1분기 가동률은 115%로 집계됐다.  

녹십자 오창공장은 지난 1분기 가동률이 74%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61%에서 점차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라인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AI 생성 이미지

녹십자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향후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생산 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은 알리글로는 혈장분획으로부터 정제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 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녹십자는 미국 자회사 ABO플라즈마로부터 공급받은 혈액으로 국내 오창공장에서 알리글로를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한다.  

녹십자는 2023년 7월 알리글로의 초도 물량을 선적 완료하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알리글로는 2024년 48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51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의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40% 증가한 1억5000만달러로 제시했다.  

알리글로의 시장 안착으로 얻은 자신감이 차세대 제품을 위한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의 배경이다. 

피하주사(SC) 제형은 투여 편의성이 높아 사용 확대가 기대된다. 정맥주사(IV) 대비 30%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IV 제형은 초기 도입기 환자, 고령층, 고용량 투약 환자 등을 대상으로, SC 제형은 만성‧유지 환자, 혈관이 약한 환자, 활동성이 높은 환자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녹십자는 고농도 피하주사형 알리글로(20% SCIG)를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핵심 자산으로 선정했다. 20% SCIG는 현재 비임상 단계가 진행 중이며 내년 미국 FDA에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 신청을 목표로 설정했다. 

녹십자는 독자적인 고수율 공정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농도 SC 제형 신규 공정은 알리글로 대비 수율을 1.6배 높이고, 공정 기간 단축을 통해 연간 생산량을 3.5배 증가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녹십자는 최근 기업설명회 자료에서 오창공장 내 기존 공간을 활용해 올해 공장 도면 설계를 최적화하고 내년 SC 라인 착공, 2028년 생산설비 도입 및 밸리데이션, 2029년 공장 준공 로드맵을 제시했다.  

녹십자는 투자 성공으로 회수한 자금을 대규모 공장 건설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녹십자는 지난 9일 일라이릴리로부터 큐레보 양도 계약 선급금 3087억원을 수령했다. 녹십자는 지난 5월 보유 중인 큐레보 주식 전량(2107만5336주)을 일라이릴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규제당국의 승인 등 지분 양수도 거래 종결 조건이 충족됐고 지분 양도가 결정됐다.  

큐레보는 녹십자가 2018년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세운 백신 개발 법인이다. 설립 초기 큐레보는 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프로젝트명 CRV-101)의 미국 임상 개발을 맡았다. 아메조스바테인은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차세대 단백질 재조합(서브유닛) 방식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이다.  

당초 계약 조선은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3066억원을 포함해 전체 양도금액을 조건부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4599억원으로 설정됐다. 이후 녹십자의 운전자본 증감분과 거래 종결 비용 등을 정산해 전체 계약금액은 4621억원, 선급금은 3087억원으로 확정됐다. 

향후 상업화 과정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할 시 지급되는 마일스톤은 1534억원이다. 녹십자가 큐레보에 투입한 최초 취득금액은 사업보고서 기준 보통주 55억원, 전환우선주 216억원 등 총 272억원 수준이다. 최대 양도금액 4621억원은 최초취득금액의 17배에 육박한다. 투자 8년 만에 4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실현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 재원이 마련된 셈이다. 녹십자는 큐레보 지분 매각 이유에 대해 “신사업 투자 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 1380억원을 들여 미국 혈액제제 기업 ABO플라즈마의 지분 100%를 인수했는데 이때도 투자활동으로 확보한 자금이 투입됐다. 당시 녹십자는 포휴먼라이프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823억원에 처분했다. 처분 금액과 함께 자체 보유한 현금 557억원을 투입해 ABO홀딩스를 인수했다.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는 지난 2021년 3월 각각 64억원을 투자해 포휴먼라이프를 설립했다. 이후 포휴먼라이프는 녹십자로부터 670억원을 투자받아 포휴먼라이프 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를 출범한 바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이번 대규모 투자는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알리글로의 성과를 이어갈 유의미한 결정”이라며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생산 인프라를 확충하고 혈장분획제제 영역에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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