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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일반약 살릴 더 큰 수가 필요하다

  • 이탁순 기자
  • 2026-08-18 06:00:42
  • 요약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표준제조기준(표제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일반의약품이 더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에 추가되는 일반의약품은 별도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없이, 10일 이내 처리 가능한 신고만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으로 비타민 중 정제와 액제가 함께 포장된 이중제형, 글리시리진산·메퀴타진 성분 감기약, 인도메타신·피록시캄·펠비낙 외용진통제, 히드로코르티손·히드로코르티손아세테이트·프레드니솔론·프레드니솔론아세테이트 외용 진양제가 한결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중제형 비타민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된다면 약국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지난해에도 표제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성분의 감기약 등에 문호를 열며 다양한 일반약의 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모두의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식약처의 이러한 표제기 확대 노력은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일반의약품 시장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밀려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값싼 처방약에 수요가 쏠리면서 일반약(OTC) 산업의 기반도 크게 약화됐다. 제약사들 역시 막대한 홍보·광고 비용이 드는 OTC 제품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수요도 공급도 저조한 시장으로 전락했다.

다만 일반의약품만의 독자적인 장점이 있기에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더욱이 처방약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 기조, 약국의 수익성 제고, 소비자 접근성 확보 등을 이유로 최근 일반의약품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커진 상황이다.

표제기를 통해 길을 열어주면 제약사는 제품 개발 투자 비용을 아끼고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약국 역시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나 경영상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의사 진료 없이 손쉽게 약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해진다.

하지만 표제기 확대만으로는 만성 침체에 빠진 일반약 시장을 살리기에 역부족이다. 표제기로 신설되는 제품들이 해외나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 시장에서는 이미 흔히 보던 것들이라 시장에서의 신선도도 떨어진다.

결국 소비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일반의약품 카테고리를 풍성하게 만들려면,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전문의약품을 대거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의약품 재분류에 미온적이다.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는 것은 의사 눈치를 보고, 일반약을 전문약이나 안전상비의약품으로 변경하는 것은 약사 눈치를 보다 보니 결국 어느 것 하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대규모 재분류가 이뤄진 2012년 이후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상시 재분류 시스템'은 이익단체의 갈등 속에서 사실상 멈춰 서 있다.

AI 시대를 맞아 정보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지금, 정책의 우선순위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에 두어야 한다.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제약업계와 신제품 부족에 시달리는 약국, 그리고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바라는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정부는 단순히 표제기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문약의 일반약 재분류 확대라는 보다 전향적인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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