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14년을 관통한 하나의 질문
- 박준섭 이사
- 2026-10-08 06:00:4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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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etween the lines
- 제네릭 가격 관리에서 품질·품목수 관리로 확대
- 산정규정 3번 바뀌는 동안 21번째 약가 7.85%로 낮아져
- 약품비 절감 재원 신약 보상으로...제약사도 선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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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약사, 2027년 시험절차 간소화에 따른 핵심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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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리고 14개 이상 유발 제품군에 적용되는 다품목 등재관리. 2026년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이다. 얼핏 보면 전혀 새로운 제도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문을 한 줄씩 짚어 내려가다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그 기시감은 착각이 아니다. 이번 개편은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2012년부터 14년간 이어져 온 하나의 질문, "제네릭의 숫자와 가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세 번째 답이다.
두 번째 기고(다품목 등재관리, 왜 14번째인가)에서는 14라는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그 경계선의 근거를 짚었다. 이번엔 그 경계선 자체가 14년 동안 어떤 자리를 옮겨왔는지, 그 이동의 방향을 따라가 본다. 2026년 개편이 정말 새로운 정책인지는, 14년 전으로 돌아가야 답할 수 있다.
1. 순서가 곧 가격이었던 시절
2012년 이전, 제네릭 시장에 몇 번째로 들어오는지는 곧 얼마를 받는지를 뜻했다. 최초등재 제품은 80%로 조정되고, 제네릭은 동일제제 여섯 번째까지 68%를 받았지만, 일곱 번째부터는 직전 최저가의 90%를 반복 적용하는 계단식이 작동했다. 이 계단에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스무 번째쯤 되면 가격은 이미 10%대까지 내려가 있었다.
이 구조가 관리하려던 것은 단순했다. 시장 진입 순서 → 가격. 후발 진입을 가격으로 억제하는 방식이었고, 그 억제에는 사실상 하한선이 없었다.
2. 2012년, 정부는 계단을 없앴다
2012년 1월, 정부는 이 무한 계단식을 걷어내고 "동일성분 동일가" 원칙을 도입했다. 이제 제네릭은 몇 번째로 등재되든 순서와 상관없이 같은 53.55%를 받았다. 순서라는 변수가 완전히 사라진, 지금까지 네 시점 중 유일하게 평평한 구간이었다.

같은 시점, 1년간 가산 구간도 함께 설계됐고, 이어 같은 해 4월에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일괄 인하도 시행됐다. 새 원칙을 신규 제품에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 있던 제품까지 한 번에 새 기준으로 정리한 셈이다.
3. 2020년, 없앴던 순서가 돌아왔다
순서를 없앤다고 제네릭의 숫자가 줄지는 않았다. 2018년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에서 NDMA라는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정부는 제네릭 품질관리와 품목 수 관리를 하나의 문제로 묶어 다시 들여다봤다.
2020년 7월 시행된 개편은 자체 생동시험·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이라는 두 가지 품질 요건에 따라 가격을 요건별로 15%씩 차등했다. 등록 원료의약품 요건은 대부분 충족하는 만큼, 실제 차이는 생동에서 갈렸다.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53.55%, 자체 생동을 거치지 않은 품목은 45.52%(53.55%에서 15% 인하)다. 여기에 등재 순서에 따른 계단식도 다시 불러왔다. 다만 이번엔 순번이 20번째까지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압박은 21번째부터 시작됐다.
이 요건 차등도 신규 제품에서 멈추지 않았다. 기등재 제네릭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고, 생동을 새로 갖출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둔 뒤 2023년 9월 가격에 반영됐다.
답이 바뀐 지점이 여기다. 2012년의 답이 "순서와 상관없이 같은 가격"이었다면, 2020년의 답은 "같은 제네릭이라도 품질 요건과 진입 순서를 가격에 반영한다"에 가까웠다.
4. 2026년, 대부분은 낯설지 않다
2026년 8월 1일 시행된 개편만 놓고 보면 새로운 숫자가 많다. 기준선이 53.55%에서 45%로 낮아졌고, 요건 미충족 시 감액 폭이 15%에서 20%로 커졌으며, 계단식이 시작되는 지점도 21번째에서 14번째로 앞당겨졌다.
하지만 14년의 흐름 위에 올려놓으면, 이 변화들은 대부분 낯설지 않다. 기준선 45%만 해도, 2020년 자체 생동을 거치지 않은 품목이 받던 45.52%와 거의 같은 자리다. 기준가격을 낮추는 것도, 요건에 따라 차등하는 것도, 후발 순번에 계단식을 적용하는 것도, 새 기준을 기등재 제품까지 넓히는 것도 이미 2012년과 2020년에 있었던 정책 수단이다. 이번 개편의 상당 부분은 기존 기전의 강도를 조정한 것에 가깝다. 이번에도 45% 기준선과 요건 미충족 시 20% 감액은 기등재 제네릭에 연도별로 나눠 적용되지만, 결국 모두 같은 요율에 도달한다.
그런데 하나만은 다르다.
5.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
지금까지 산정규정 안에서 등재 이후 가격을 바꾼 것은 가산 종료처럼 내 제품의 조건이거나, 일괄 인하처럼 정책 자체의 변경이었다. 2026년 개편은 여기에 처음으로 타사의 동시 신청이라는 변수를 더했다.
그 변수를 담은 장치가 이번에 새로 도입된 다품목 등재관리다. 기등재 동일제제가 12개 이하였더라도, 같은 달에 여러 회사가 함께 신청해 기등재 품목과 신청 품목의 합이 14개 이상이 되면, 그 달 함께 신청한 품목들은 정해진 시점이 되면 15% 추가 인하된다. 별도의 사건도, 재심사도 없이.

다시 말해, 이제는 등재 순번만으로 앞으로의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같은 달 누가 함께 신청했는지까지 알아야 한다.
6. 21번째 품목이 보여주는 것
순번별로 실제 받는 가격을 계산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나온다. 10번째 품목만 놓고 보면, 2012년 이후 세 시점의 차이는 기준선 조정(53.55%에서 45%) 정도에 그친다. 차이는 계단식이 시작되는 지점 이후에서 벌어진다.
21번째 품목이 받는 상한금액은 2012년 이전 14.00%에서, 계단을 없앤 2012년 1월에 53.55%로 올랐다. 2020년 7월에는 32.89%로 내려갔고, 2026년 8월 이후에는 7.85%다. 2012년, 정부가 없애기로 했던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식 그 자체였다. 그런데 14년 뒤, 21번째 지점의 가격은 그때보다 오히려 더 낮은 자리에 와 있다. 계단을 없앴다가 다시 불러오고, 그 끝을 더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
순번별 상한금액, 네 시점 비교

답이 겨냥한 대상은 계속 넓어졌다
그 이유는 네 시점을 나란히 놓고 볼 때 드러난다. 달라진 것은 정책이 바라보는 대상이다.
2012년에는 '가격'을 관리했다. 순서라는 변수를 없애 가격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2020년에는 여기에 '품질과 숫자'가 더해졌다. 어떤 제네릭에 같은 가격을 줄 것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함께 진입하는 동일제제의 품목수까지 가격에 연결하는 장치가 처음 도입됐다.
45%라는 기준선, 기등재 13개에 이른 뒤 들어오는 14번째부터 작동하는 계단식, 기등재와 동시 신청의 합이 14개에 이르면 작동하는 다품목 등재관리. 이 숫자들은 각각 독립된 결정이 아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 겨냥하는 대상을 조금씩 넓혀 오면서 나온 숫자들이다.
재원의 관점에서 본 제네릭과 신약
정부가 2026년 3월 건정심 의결과 함께 밝힌 설계는, 이 질문이 향해 온 방향을 읽는 단서가 된다. 약가 인하로 절감한 재원을 중증 환자의 부담 경감과 혁신 신약 보상에 쓰겠다는 구조다.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다고 보면, 신약이 들어설 자리를 넓히는 일과 기존 약의 가격을 조정하는 일은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앞서 본 숫자들이 다르게 읽힌다. 순번, 품질 요건, 13개라는 문턱은 제네릭 하나하나의 가격을 정하는 규칙이면서, 동시에 제네릭 전체가 차지하는 몫을 조정하는 규칙이기도 했다. 가격을 낮추는 일과 품목수를 관리하는 일은 서로 다른 정책이라기보다, 제네릭의 몫을 조정하는 두 가지 방법에 가깝다. 이 재원의 흐름을 약품비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제네릭에서 줄어든 몫이 신약의 자리를 넓히는 구조로 읽힌다. 다만 첫 번째 기고(가중평균가의 역설)에서 봤듯, 같은 인하가 모든 신약에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경제성평가를 거치는 혁신 신약에는 재원이 되지만, 가중평균가를 기준으로 삼는 비열등 신약에는 출발선을 낮춘다. 어느 쪽이든, 제네릭의 자리는 제네릭 안에서만 정해지지 않는다.
앞으로의 조건, 그리고 선택
제네릭의 가격은 비율로 정해진다. 비율로 정해진 가격은 비율 하나로 함께 움직여서, 한 번에 조정하기 쉽다. 특허가 끝나 다수의 동일제제가 경쟁하는 시장이라는 점도 있다. 재원의 여유가 줄어들 때 제네릭이 먼저 조정의 대상이 되기 쉬운 이유다. 14년 동안 계단의 모양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제도의 기준점은 68%에서 53.55%, 다시 45%로 내려왔다. 그 방향은 늘 제네릭이 쓰는 재원의 몫을 줄이는 쪽이었다.
이 구조에서 제네릭의 수익은 가격이 지켜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게 된다. 좋은 약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해진 가격 안에서 그 약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먼저 물어진다. 2020년 이후 품질이 경쟁의 조건이 되었다면, 이제는 채산성이 지속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을 누구의 잘못으로 볼 일은 아니다. 신약에 대한 보상을 넓히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한정된 재원 안에서 그 재원이 나올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다음 개편이 어떤 모양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흐름은 이미 드러났다. 14년의 개편을 이어 읽고 나면, 앞으로의 조건이 지금보다 너그러워질 것이라고 기대할 근거는 찾기 어렵다.
이 흐름 안에서라면, 경쟁이 치열한 성분의 제네릭이 앞으로 어떤 가격에 놓일지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적어도 과거처럼 제네릭만으로 회사의 미래를 담보하던 구조는 약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남은 길이 하나인 것은 아니다. 신약과 개량신약, 희귀의약품, 라이선스 전문, 위수탁 생산, 소품목 대량생산까지 선택지는 여러 갈래다. 특히 연구개발은 몇 년 단위의 제도적 보상보다 훨씬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어려운 선택인 만큼, 그 시간을 견딜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
남은 질문
기등재 제네릭의 단계적 약가 인하는 2033년, 혁신형·준혁신형 기업은 2036년에야 마무리된다. 이번 개편이 시장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돌아보면 14년 동안 정책이 붙들어 온 질문은 하나였다. 제네릭의 숫자와 가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답의 모습은 매번 달랐지만, 가격의 기준선을 낮추는 방향은 반복되어 왔다. 2026년 개편은 그 질문에 내놓은 또 하나의 답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지점은 남는다. 가격을 낮추기에 앞서 필요한 지원책을 먼저 검토하고, 이를 꾸준히 보완하면서 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하나씩 손보는 방법은 없었을까. 가격을 먼저 낮출 것인가, 시장을 먼저 살필 것인가. 그 순서가 조금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이제는 제약사도 자신의 답을 내놓을 차례인지 모른다. 제네릭을 몇 개 더 등재할 것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회사로 남을 것인지. 어쩌면 그동안 미뤄왔던 선택일 것이다.
정책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제약사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결국 두 선택의 결과는 달라질 시장과 산업의 모습 속에서 함께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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