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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시선] 고덱스의 연명과 위기십결

  • 노병철
  • 2022-07-11 06:10:22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바둑을 두는 데 명심해야 할 열 가지 대원칙이 있다. 바로 위기십결로 과도한 욕심을 내지 말고, 공격하기 전에 자신의 결함을 살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버릴 것은 버리고 선수를 잡아야 하며,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상대가 강하면 수비에 힘쓰고, 고립되었을 때에는 화평책을 쓰는 등의 전략을 들 수 있다. 이중 절체절명의 위험에 빠졌을 때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를 꼽는다면 봉위수기다. 이는 위기를 만나면 과감히 돌을 버린다는 뜻으로, 판세가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 둔 작은 집을 버리고 대마를 살려 후일을 도모함을 뜻한다.

출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셀트리온제약 고덱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봉위수기 전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주성분인 비페닐디메틸디카르복실레이트(BBD)에 대한 약가만 취해야 한다. 그리고 리보플라빈, 시아노코발라민, 아데닌염산염, 항독성간장엑스, 오로트산카르니틴 등 보조적 성격의 원료에 대한 급여 혜택을 포기하고 보험등재 삭제가 아닌 삭감으로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급여 삭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지만, 삭감은 영업 재정비 후 원상회복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덱스의 임상적 유용성 증명을 통한 심평원과 원칙론적 협상도 방법일 수 있겠으나 행 간의 의미를 비춰 볼 때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번 급여적정성 재평가 본사업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계획된 상태로 ▲청구금액의 0.1%인 200억원 이상 ▲A8국가 중 1개국 이하의 급여 성분 ▲정책·사회적 요구·유용성 미흡 지적 약제 등이 기본 선정기준이다. 또한 고덱스는 지난 7일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해 1차원적 접근은 자칫 역풍을 불러올 소지도 크다.

다시 말해 심평원의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재외국의 임상적 유용성·의약품 가격 등을 국내 출시 약물과 비교해 합리적 약가를 도출하겠다는 의지 표출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번 재평가는 비교약물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고 있는 제품에 대한 급여삭제·삭감으로 재정 건전성 확보에 목적이 있다. 때문에 고덱스의 현 상황 타개법은 비교 약제 수준의 자진 약가인하로 여겨진다. BBD 외 6가지 성분이 추가된 복합제 고덱스 약가는 371원, 마늘유가 추가된 파마킹제약 2제복합제 펜넬캡슐은 312원, 단일제 닛셀정은 144원에 등재돼 있다.

고덱스의 허가 상 적응증은 트란스아미나제(SGPT)가 상승된 간질환이며, 닛셀정·펜넬캡슐은 지속적으로 ALT가 상승된 만성간염이다. 이들 약물은 모두 BDD를 주성분으로 하며, 최초 개발사는 1982년 중국 LIU사로 알려져 있다. BDD는 식·약품공전에 등재된 오미자 유효·지표성분을 표준화하고 합성한 물질로 항산화작용을 통해 간 염증수치인 GPT를 빠르게 낮추며, ALT 수치를 정상화시키고 투약 중단 시 ALT가 재상승하는 리바운딩현상이 적은 장점이 있다. 광의적 관점에서 동일 약물군으로 해석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론칭 시기는 다르지만 심평원 입장에서 볼 때, 매출 대비 약가 삭감 폭과 건보재정 절감 등을 단순 비교할 경우 고덱스에 불리한 측면이 많다. 고덱스는 2009년 434원→2021년 371원 등 8번의 약가인하 절차를 거쳤다. 닛셀정은 1999년 338원을 시작으로 2022년 3월 1일 기준 57% 가량 인하된 144원에 등재, 펜넬캡슐은 론칭 초기 450원에서 30% 삭감된 312원의 보험약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약가 인하 폭만 놓고 보면 고덱스가 14%로 가장 낮다. 2021년 기준 고덱스·펜넬·닛셀 연간 매출은 538억·59억·3억원 상당을 기록하고 있다.

고덱스의 경우 지난 20여년 동안 특허 장벽 및 부성분의 생동시험 데이터 도출 어려움 등을 무기로 사실상 관련 시장을 과점하며 대형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해 왔다. 문헌정보·임상자료를 기반한 효능효과 증명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나 '특허 존속'을 평가 기준점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행정예고의 적용 유무는 해당 제약사에 부담요인으로 지목된다. BDD 1세대 약물로 평가 받고 있는 단일제 닛셀의 경우 23개의 제품이 경합을 벌이며, 40억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BDD 복합제의 경우 후발 약물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재평가의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단일제 주성분의 분명한 효과에 따른 보험등재와 급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합제 고덱스의 급여 삭감 부당성' '제네릭이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제를 재평가 대상에 올린 것' 등에 대한 불합리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99.99% 완벽한 정책이 아니더라도 재정절감 로드맵으로 무장한 판세를 뒤집기란 쉽지 않다. 부당성을 근거로 소송도 가능하지만 추천 사항은 아니다. 남은 이의신청 평가기간, 최선의 방책은 주성분(단일·2제복합제)에 방점을 둔 합리적 자진 약가인하가 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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