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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규제개혁이란 정치 슬로건과 국민 건강

  • 신광식 보건학박사
  • 2022-06-12 23:57:57
  • 신광식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보건학박사)

요즘 샴푸 중에 머리를 감기만 하면 새치머리가 염색이 되는 제품이 나왔나 보다. 근데 여기에 들어가는 성분 하나가 유럽집행위원회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EC SCCS)가 안전하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식약처가 화장품 사용금지 물질로 지정하려 하니 신정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1,2,4-trihydroxybenzene이란 이 물질을 급하게 검색해보니 세포 내에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DNA 손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에서 확인되고 있다. 국내연구로서는 이 물질로 유도된 림프구 유전자 변형을 방지하기 위한 생약실험이 나온다. 이 물질을 생체에 적용시키면 대체로 유전자 독성이 일어난다는 말이고 특정 생약을 쓰니 이 변형이 적어진다는 내용의 실험이다. 다시 말하면 이 물질은 생체에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표준 유전자독성물질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의 사용을 허락하여야 한다고 한 데는 이 물질이 샴푸에 쓰이는 것이고 극히 적은 양이 흡수되어 안전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EC SCCS의 관련 자료를 보면 이 샴푸를 사용하였을 때 두피로 흡수되는 양을 실측하여 확인하고 있고 이 자료를 포함한 장기간에 걸친 방대한 실험자료를 검토한 끝에 이것의 체계적인 사용은 세포 내 과산화수소의 생성과 잠재적 유전자 독성 및 DNA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짓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식약처가 유해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판매중지가 중지되며 그때까지 2년 6개월간 국민이 사용해도 되도록 결정하였다고 한다. 무엇을 더 증명하라는 것인가? 그들은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활동의 묻지마 허가를 한 건이라도 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고 있는가? 규제 하나의 제거가 그들의 실적이 되고 정치적 성과가 되는가? 그래서 국민의 건강도 규제개혁이라는 정치 슬로건에 밀리고 있는 것인가?

가습기 살균제로 우리나라에서만 수백명이 죽었고 미국 정유회사는 납이 인체에 해롭다는 사실이 증명될 때까지 납이 함유된 휘발유를 수십년 간 계속 판매하며 세계인의 건강과 환경을 해쳤다. 이 끔찍한 사고들도 같은 논리로 벌어진 일들이다.

답을 찾고자 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든 물어보라. 발암성 물질을 사용한 샴푸를 쓰고 싶은가? 문제의 발암성을 숨기고 판매해도 좋은가? 거기에 대한 답이 나온다면 결론은 명백하다. 국민은 샴푸를 소비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새치는 샴푸의 판매를 위하여 생기는 게 아니다.

필자 약력

*서울대 약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 *전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장 *전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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