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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제약 특허 분쟁 불확실성, 조속히 제거해야

  • 김관식 한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변리사)

김관식 교수
그동안 스포츠 중계하듯 쏟아졌던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마음이 매우 심란했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유행했었겠는가. 그런데 그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특허법을 주로 강의·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주목할만한 소식을 하나 접하게 됐다. 글로벌 제약기업 중 하나인 에브비가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이 있는 자사 제품(칼레트라)의 글로벌 특허를 포기한다는 소식이다. 이제 누구든지 칼레트라의 제네릭(복제약)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약분야에서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단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의약품을 특허를 보호하고, 나아가 특허권을 연장시켜 독점기간을 하루라도 더 늘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소식은 역설적으로도 들린다.

국내외 제약기업들은 특허권으로 보호되는 독점 기간을 더욱 길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이다. 특허권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 되는날까지 존속하나 일정한 경우에는 5년을 한도로 연장이 가능하다. 의약의 경우에는 특허를 받더라도 곧바로 판매할 수 없고, 유효성, 안전성 등의 임상시험 자료에 기초한 시판허가를 식약처로부터 얻은 후에야 비로소 시판이 가능하다. 이러한 허가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에 대응하여 5년을 한도로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특허권이 소멸한 제품인 이른바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여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침해가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근래의 유명한 사건에서는 특허된 의약품과 약효의 차이는 없지만 식약처의 품목허가는 별도로 받아야 하는 정도로 의약의 일부 구성 성분을 변경한 제품을 판매하였을 때,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에서는 비침해로 판단한 하급심과 달리 침해로 판단하여 관련 업계에 파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존속기간 연장의 기초가 된 품목허가 당시에는 인정되지 아니한 효능·효과에 관한 제품을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하는 행위가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침해가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해당 제약사는 특허심판원에 이른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해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에 의하여 분쟁해결의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심판 관련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허가를 위한 절차를 모두 갖추어 시판을 앞둔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그 동안의 존속기간 연장과 관련된 특허 소송에서 거듭 쓴잔을 마신 제약사가 일종의 묘수로 새롭게 찾아낸 제품의 판매가 ‘절차의 지연’이라는 장벽을 만나 좌초하는 결과로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심판 및 후속의 소송은 한국 제약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의약품 주권과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정성, 환자, 그리고 우리나라 제약산업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제약기업들의 피해가 국내의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허법은 발명을 보호·장려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허심판원 및 법원에서 이러한 취지에 맞게 합리적인 판단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제약기업들이 모처럼 활짝 웃게 되고 나아가 국내 관련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관식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박사 특허청 특허심사관 한남대 법과대학 특허법학 전공 교수 대법원 지적재산권조 전문직 재판연구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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