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종바이러스보다 위험한 '가짜뉴스'
- 안경진
- 2020-02-26 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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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9월 개봉했던 영화 '컨테이젼'의 포스터에 기재된 문구다. 기네스팰트로, 맷데이먼, 주드로, 케이트윈슬렛 등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유명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원인 불명의 전염병 사태로 인한 혼란상황을 다뤘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한 백인 여성이 갑작스럽게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에서 그녀와 접촉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하면서 펼쳐지는 갈등과 혼돈이 펼쳐진다.
포스터의 문구로 짐작 가능하듯, 영화 속 감염병은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신용카드를 주고 받거나 버스 손잡이를 잡고, 식당에서 다 먹은 빈 접시를 치우는 사이 감염되는 식이다.
영화에서는 병원균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소속 연구원들이 총동원된다. 똑똑한 데다 사명감까지 갖춘 과학자들이 최초 발병경로 추적과 항바이러스제 연구에 힘을 쏟은 끝에 백신개발에 성공하는 다소 식상한 결말인데, 최근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계기로 이 영화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공간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영화의 전개를 살펴보면 최근 '코로나 19' 사태와 공통점이 많다. 박쥐, 돼지와 같은 동물에서 시발점을 찾거나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접수되면서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전염병이 급격히 확산하는 한 도시를 통째로 폐쇄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정부의 결정까지 이번 사태를 예견한 것처럼 닮아있다.
하지만 정체모를 감염병 자체보다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건 가짜정보와 음모론이다. 영화에서는 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블로그를 통해 검증되지 않는 민간요법과 자신이 믿고 있는 공공기관의 음모론을 쏟아내면서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자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이는 시민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담겼다. 어쩌면 제작자는 전염병 자체보다 신뢰와 관계의 상실이 인간을 더 큰 위협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개봉한지 9년이나 된 이 영화가 새삼 다시 관심을 끄는 건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는 상황들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그라는 듯 보였던 코로나 19 사태는 31번째 확진자의 등장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에 공포와 고립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구 코로나', '한국의 우한' 같은 지역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00번째 확진자가 XX백화점, △△마트, XX일식집을 방문했다'는 식의 가짜정보가 유투브, 카카오톡,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 정보를 가장한 피싱 피해사례도 속출한다. 지하철에서 "우한에서 왔다.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라"고 고함을 지르며 확진자 행세를 한 유투버가 대중의 공분을 산 사례도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SNS 의존도가 높아진 틈을 타 가짜뉴스의 전파력은 5년 전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느낌이다.
WHO는 최근 "인포데믹(infodemic)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고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대책마련에 나섰다. 인포데믹이란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면서 혼란을 야기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정보전염병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도 수사기관 차원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강경대처를 선포했다.
유언비어는 신종 바이러스보다 강한 전파력을 갖는다. 무심코 전달한 가짜정보가 지역상권을 마비시키거나 방역업무에 차질을 일으키고, 무고한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인포데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고, 잘못된 정보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언론도 선정적인 속보 경쟁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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