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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 '코로나19'와 약사의 역할

  • 유창식 새물결약사회장

"손소독제 있어요?", "마스크 있어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설 연휴가 지나고 필자가 약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손소독제가 없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이 약국 저 약국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정 장소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해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꼭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수도시설이 편리하게 설치돼 있으니 휴대용 액상비누를 가지고 다니면서 자주 손을 씻으면 된다고 알려줘보지만 그럼에도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더 신뢰하는 모습을 겪을 때마다 야속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간 몇 번의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을 겪으면서 정부와 국민의 대응 능력이 많이 나아진 것은 다행이다. 2009년 신종플루 때는 당국으로부터 일선 병원 약국으로 대응지침이 내려오는데 거의 이 주일이나 걸렸다.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요령이 신속히 발표되지 않아 상당 기간 많은 사람들이 혼란과 불안을 겪어야 했다.

필자는 당시에도 작은 동네약국을 운영하고 있었다. 신종플루의 병원체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토대로 판단해보건데 비누와 알코올로 사멸을 기대할 수 있고 비말을 통해 감염될 것이 예상되므로 당시 구하기 어려웠던 N95 필터마스크가 아니어도 일회용 마스크나 방한대도 어느 정도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안내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 약사로서 지닌 전문성이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전국민이 관심을 갖는 건강 이슈가 발생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사태 뿐 아니라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물질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도 이렇게 유해물질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례다. 내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 살균제가 오히려 독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기에 소비자들이 받은충격은 더 컸을 것으로 짐작한다.

약사는 약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약사가 대학에서 배우는 과목 중에 독성학이 있다. ‘모든 물질은 독’이라는 파라켈수스의 말이 시사하듯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인체에 독으로 작용하거나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아직 대중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위해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조언하는 것도 약사가 맡아야 할 사회적 책임 중 하나다.

사회의 이목을 끄는 건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과연 우리 약사사회가 전문가 집단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는지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watch-dog로서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약사회는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을 미리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인체에 작용하는 물질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후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의약품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약사회가 평소에 꾸준히 내왔더라면, 2011년 정부가 일반약을 편의점에 풀겠다고 했을 때도 약계의 반대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좀 더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필자가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약국에 찾아와 손소독제를 찾는 고객이 내가 해준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탓하기에 앞서 전문가로서 권위와 신뢰를 만들어가려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약사를 대표하는 기관인 대한약사회가 건강 관련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각종 안전성 이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는 건강 관련 사건사고에 기민하게 대응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좋은 내용을 꾸준히 이야기하는 사람의 발언에는 자연스레 무게가 실리는 법이다. 이러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때 약국을 찾는 고객이 약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질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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