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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약사회, 대정부 협상력·홍보전략 아쉽다

  • 데일리팜
  • 2019-08-25 18:57:45
  • 유창식 약사(경기 의정부시 센트럴약국)

재작년 12월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복지부 회의 도중 품 속에서 칼을 꺼내 자해한 사건이 있었다. 편의점약 품목 조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부가 품목 확대 쪽으로 결론을 몰아가자 논의를 어떻게든 중단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이다.

약사라면 유쾌할 리 없는 일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사건이 약사회의 협상력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실 의약분업 이후 십수 년 동안 대약이 추진한 정책 중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는 대약이 지금보다 강한 대정부 협상력을 지닐 수 있었다.병의원이 충분히 확충되지 못해 지역약국이 사실상 일차의료의 한 축을 담당했고, 정부도 약국의 이러한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국이 지역주민과 친밀한 관계여서 여론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던 것도 정치권이 약사를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에 한몫 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

대약이 정책 협상력을 높이려면 두 방향으로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약사가 국민에게 쓸모 있음을 보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다. 특히 국민 신뢰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약사는 분명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직능이지만 의사처럼 대체불가능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약사회가 상대 직능의 견제를 넘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우호적인 여론이 매우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반성할 부분이 있다. 한약분쟁 이후 언론에서는 약사를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이 때문에 대약이 언급하는 각종 정책이 자기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약사사회 전체로 볼 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신뢰받는 전문가’로 인지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단적으로 언론에서 약에 관한 인터뷰를 약사가 아닌 의사가 하는 것을 흔히 본다. ‘약에 대해서는 약사가 전문가’라는 인식이 확고하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로서 권위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약사는 인체에 적용되는 모든 물질의 전문가임에도 흡입기 살균제 문제 등 각종 안전문제가 터졌을 때 약사들의 주도적인 역할이 적었던 것은 아쉬운 면이 있다.

대약은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 발생했을 때만 목소리를 낼 것이 아니라, 평소 국민 안전이 걸린 사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문가로서 권위와 신뢰가 쌓이게 된다.

최근 MBC에서 약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대약도 이를 활용해 여러 홍보 노력을 하는 모양이다. 좋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한 간접적인 이미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국민이 직접 약국을 이용하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이다. 특히 불법을 저지르거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약국은 약사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약사사회의 좀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홍보 전략과 전문성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대약 회무 중 가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영역이 홍보가 아닐까 한다. 특히 약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인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약업계 현안에 대해서는 약사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일반적인 홍보 전략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편의점 상비약 투쟁이 한창이던 2011년에는 대약도 이를 고려했다. 그러나 투쟁 국면이 끝나자 곧 흐지부지돼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약사회의 홍보는 개별 정책을 알리는 것을 넘어 약사 브랜드 형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 수단을 개발하고 통합해 운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단편적인 시도가 아닌 장기적 전략과 큰 그림이 필요하다. 홍보 전략의 혁신을 통해 약사가 신뢰받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더 강한 정책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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