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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 의약품 성분 사용 확대'...제약, 득일까 실일까

  • 천승현
  • 2019-04-24 06:20:54
  • 식약처, 동식물 추출 의약품 성분 건기식 원료 인정 추진
  • 제약업계 "신규 시장 창출 기회 vs 기존 일반약 시장 잠식"

정부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의약품 성분 사용 확대 움직임에 제약사들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건기식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기존 의약품 영역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침체된 일반의약품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소비자 수요 반영과 기능성 강화 등을 위해 건기식 원료범위를 안전성이 확보된 일부 의약품 원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규정에서는 의약품에 사용되는 성분은 고시된 원료에 포함된 경우에만 건기식 제조에 사용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 기준 및 규격 고시' 규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원칙적으로 ‘의약품 용도로만 사용되는 원료’는 건기식 제조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됐지만, 동물이나 식물 추출 원료 사용 허용을 추진한다.

해외에서 식품 사용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의약품으로만 제한된 성분의 건기식 사용 허용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선 알파-GPC(인지능력 개선), 에키네시아(면역력 증진) 등 해외에서 식이보충제로 인정하고 있는 동∙식물성 추출물 성분이 건기식 사용 허용 의약품 성분으로 제시됐다. 알파-GPC의 경우 뇌기능개선제로 많이 사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으로 국내에선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성분이다.

국내에선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비롯해 달맞이꽃종자유, 포도씨엑스,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 은행엽엑스, 밀크시슬 등 다양한 천연물 추출 성분이 의약품으로 사용 중인데, 이중 일부 성분의 건기식 사용이 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루코사민, 오메가-3 등과 같이 의약품과 건기식 모두에 사용되는 성분이 더욱 많아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400mg 용량이 전문약으로 분류됐는데, 용량을 300mg으로 줄이면 건기식 사용을 인정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제약사 입장에선 일부 의약품 성분이 통째로 건기식으로 전환되는 분류 체계 변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즉각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건기식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만약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건기식 사용이 허용되면 의약품 시장 후발주자들을 중심으로 건기식을 내놓고 홈쇼핑 등 광고를 통해 적극적인 판매를 시도할 수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처방시장에서 1분기에만 800억원 규모를 형성할 정도로 대형 시장을 구축한 상태다.

의약품 영역에서 구축한 신뢰도를 앞세워 건기식 시장에서도 높은 수요를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기식은 의약품에 비해 광고 규제가 느슨하고 판매망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시장 창출에 유리하다. 화이자가 지난 2017년 종합비타민 '센트룸'을 일반약에서 건기식으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건기식 사용 성분 확대가 소비영역이 다소 중복되는 일반의약품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인사돌의 주 성분인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이 건기식 사용 성분으로 인정되면 제약사들이 건기식 제품을 내놓고 적극 시장을 두드릴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일반약 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반약 시장의 더딘 성장세는 건기식 시장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도별 건강기능식품 매출(왼쪽) 및 품목수(오른쪽) 추이(단위: 억원,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에 따르면 건기식은 매출 기준으로 2010년 1조671억원에서 2017년 2조2374억원으로 7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 2017년 일반약 생산실적은 2조9562억원으로 2010년 2조5310억원보다 16.8% 증가했다. 시장 규모가 8년 전보다 4252억원 확대되는데 그쳤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도 일반약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보였다. 2010년에는 건기식 매출이 일반약 생산실적의 42.2%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76.7%로 따라붙었다.

연도별 일반의약품 생산실적(왼쪽) 및 품목수(오른쪽) 추이(단위: 억원,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치료목적이 아닌 건강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영역에서 일반약보다는 건기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기식과 일반약은 품목 수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약 품목 수는 2010년 6401개에서 2017년 5652개로 1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건기식은 8526개에서 2만1500개로 무려 152.2%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약품에 사용하는 원료가 대거 건기식 원료로 유입된다면 건기식 시장 규모는 더욱 팽창하고, 일반약 시장은 더욱 축소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제약사들이 주요 거래처인 약국을 외면하고 건기식 시장을 적극 공략할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기식은 과거 글루코사민과 백수오 등 사례와 같이 홈쇼핑 광고를 통해 단기간이 시장이 급팽창할 수 있다”라면서 “제약사마다 신규 시장 창출과 일반약 시장 잠식 등을 두고 치밀한 전략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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