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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프레디 머큐리와 에이즈 치료 발전사

  • 데일리팜
  • 2018-12-13 13:10:15
  •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김대철 부교수

영국 록 밴드 퀸과 프론트 맨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두 달째 신드롬 수준 인기를 구가중이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는 당대 전세계를 열광케 했던 수퍼스타 면모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영화 엔딩부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장면에서는 중년 감성탓인지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 어려웠다. 프레디 삶의 마지막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인한 폐렴이다. 그는 이 질환을 계속 부인하다 1991년 11월 공식 인정했고 그 다음 날 숨을 거뒀다. 프레디는 1987년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깨달았고, 퀸의 멤버들은 1988년 그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세계가 에이즈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에서 치명적인 폐렴 환자 다섯 명을 보고하면서부터다. 이 환자들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남성 동성애자들이었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동성애자들의 성병으로 오해를 유발했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나 마약중독자가 전체 에이즈 환자의 절반이 넘는 통계가 집계됐고, 1982년에야 에이즈 즉, 후천성면역결핍증이란 병명이 지어졌다. HIV 감염 후 에이즈로 발전되는 질병 진행속도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인 약물 치료를 받지 않으면 HIV 감염에서 에이즈까지 약 9년~10년 정도 걸리고, 에이즈 확진 시 평균 생존기간은 채 10개월에 못 미친다.

HIV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를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 파괴해 면역반응을 붕괴시키며 에이즈로 발전한다. 이 때문에 프레디의 HIV 감염시기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프레디가 에이즈로 사망했을 당시는 아직 치료제가 만들어 지기 전이니, 대략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이전으로 추정된다. 질환 진행 소요 시간이 10년 가량이므로 프레디의 HIV 감염 시기는 1980년대 초로 예상되는데, 당시는 동성애자들과 HIV 감염자에 대한 시선이 극도로 차가웠을 때라 검진도 어려웠을 터다.

에이즈 치료는 상당기간 더딘 발전속도를 유지하다 1995년에야 전환기를 맞는다. 고강도 항바이러스요법(HARRT, 칵테일 요법)이라는 치료법은 HIV에서 에이즈로 진행을 늦추고 생존기간 연장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HARRT를 적절히 받는다면 일반적인 평균 수명까지 충분히 살수 있게 됐다. 에이즈가 감염 시 생존률이 희박한 질환에서, 고혈압·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며 지낼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2007년에는 HARRT요법과는 다른 신규 기전의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화이자는 에이즈약 '마라비록'을 허가받는데, 이는 HIV가 T세포를 감염시킬 때 침투경로로 이용하는 'CCR5 수용체'를 경쟁적으로 차단·억제한다.

2009년에는 독일에서 HIV 감염 환자 완치 판정 보고가 나왔다. 이 환자는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으면서 치료됐다. 골수 기증자가 우연하게도 CCR5 수용체 유전자변이가 있었던 게 완치에 영향을 줬다. 환자는 HARRT요법 중단에도 혈액 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HIV 감염에서 벗어났다.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에이즈 치료 사례는 2015년에 나왔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는 1세대 유전자 가위 ZFN으로 에이즈 환자 면역세포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한 후 다시 체내 투여하는 방식을 임상 시험으로 검증했다. 지금도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지만 예방약으로 허가 받은 제품은 있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트루바다'다. 출시 당시에는 HAART 표준요법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백본 치료제로 쓰였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에이즈를 대부분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해 미국과 유럽에서 예방약으로 허가됐다. WHO도 2017년 HIV 예방 필수약으로 유일하게 트루바다를 지정했다.

한편 에이즈와 연관된 유명인사는 프레디 외에도 많다. 1983년에 사망한 독일 가수 클라우스 노미는 에이즈로 숨진 최초의 스타로 꼽힌다. 영화 무기여잘있거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 배우 록허드슨 역시 1985년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에 에이즈를 알렸다. 로봇 SF소설 거장이며 로봇공학 3원칙으로 잘 알려진 아이작 아시모프는 감염 혈액을 수혈 받은 탓에 에이즈에 걸렸고 1992년 72세로 생을 마감한다. 이 유명인사들은 치료법이 제대로 없을 때 감염된 탓에 사망했지만, 치료법 덕을 톡톡히 본 유명인도 있다. 전직 농구선수인 매직 존슨은 에이즈 예방과 사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영화 플래툰과 못말리는 비행사로 유명한 배우 찰리쉰은 HIV 신약 임상에 참여해 완치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프레디는 HIV 감염 진단 후 동성애자라는 사회적 매장,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음악가로서 꿈을 지켜나갔다. 퀸의 동료들도 그와 꿈을 함께하며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 "난 에이즈 예방 포스터 속 흔한 환자처럼 에이즈의 희생양이 되진 않겠어(I'm not going to be anybody's victim, AIDS poster boy or cautionary tale.)" 영화에 나오는 이 대사가 에이즈 환자로서 그의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이즈는 더 이상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다. 프레디의 삶에서 엿볼 수 있듯 에이즈는 세상을 병마로 휩쓸었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예방·퇴치법을 연구중이다. '머큐리 피닉스 트러스트'처럼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한 따뜻한 손도 있다. 에이즈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우리 의무다. '인생을 사랑하며 노래를 부른 사람' 스위스 몽트뢰에 선 프레디 추모 동상의 글귀는 우리 사회가 왜 에이즈 환자를 품어야 할 지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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