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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사 의약품 공장 90% 철수...한국 이탈 가속화

  • 안경진
  • 2018-08-02 06:30:50
  • 얀센·바이엘 한국공장 철수행보…인건비 상승·산업 환경변화 등 원인 지목

2021년 철수를 공식화 한 한국얀센의 향남공장(출처: 한국얀센 홈페이지)
한국얀센과 바이엘코리아의 국내 공장 철수가 예고되면서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 공장의 한국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시장 진출 당시 고용창출과 현지화 전략을 표방하며 적극적으로 공장을 설립했지만 2000년대 이후 연쇄 철수로 국내 공장의 90%가량이 한국시장을 떠났다.

이들은 인건비 증가와 노사갈등 심화, 완제의약품 수입에 관한 규제완화 등에 따른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해외 생산기지를 차츰 축소하려는 글로벌 추세와도 연관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이 한국 사회에 대한 투자에 소홀한 채, 수익창출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얀센·바이엘코리아, 의약품 공장 철수 예고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얀센은 오는 2021년 향남공장의 생산업무를 중단한다는 내부 결정에 따라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 거점을 차츰 줄여간다는 본사 전략에 기반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얀센은 지난달 말 직원들에게 "3년 반의 준비과정을 거쳐 2021년 말 향남공장의 운영을 종료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 전환의 일환으로 2021년 말 한국 향남 공장의 운영을 종료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자사의 제조 네트워크에 대한 진단 평가를 통해 환자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엘코리아도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조영제공장의 생산을 연내 종료한다. 바이엘은 지난해 5월 직원들에게 "내년(2018년) 6월 안성공장에서 조영제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1년 2개월 여의 준비기간을 가진 끝에 운영종료 시점이 6개월가량 미뤄졌고, 최근 17명의 퇴사자 명단과 퇴직조건에 관한 합의를 마쳤다.

바이엘 측은 조영제 공장의 생산종료일 뿐 철수가 아니라는 입장지만 안성공장의 핵심업무가 조영제 생산인 만큼, 생산 중단은 국내시장 철수 수순으로 예상된다.

다국적제약사 한국 의약품 공장, 20년새 18곳→2곳으로 축소

한국 제약공장 철수의 시발점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부터 경기도 구리시 소재의 공장에서 아스피린 등 의약품을 생산해 왔던 바이엘코리아는 27년만에 한국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경기위축과 경쟁심화로 생산시설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게 당시 회사 측이 밝힌 이유다. 바이엘은 국내 제약사에 공장매각을 시도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공장매각이 한층 가속화 하는 추세를 보인다. 2002년에는 화이자에 통합된 파마시아코리아가 횡성 공장을 대화제약에 매각했고, 한국노바티스와 한국애보트가 의약품 생산을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의 한국공장 설립 및 운영 현황(준공시기 확인이 어려운 회사는 한국진출 시기로 표기)
2005년 이후부턴 화이자에 통합된 한국와이어스를 필두로 한국릴리,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로슈, 한국MSD 등 다수 제약사가 본사 방침 또는 노사갈등 심화 등의 사유로 공장매각이나 폐쇄를 결정했다. 한때 두자릿수에 달하던 다국적 제약사 운영공장은 이때 5곳으로 축소됐다.

최근 생산중단 및 철수를 공식화 한 바이엘코리아와 한국얀센까지 합칠 경우 한국오츠카제약의 향남 공장과 얀센백신의 송도 공장,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청주 공장 등 3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존슨앤드존슨의 청주 공장이 주로 의약외품 생산을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약품 생산공장은 2곳만 남는다.

인건비 증가로 현지공장 매력 소멸…R&D 투자로 전환 추세

다국적 제약사들이 2000년대 이후 무더기로 한국공장을 철수한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본사 차원의 생산시설 구조조정과 시장환경 변화다. 한국이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국가들보다 인건비가 높아 제약 생산기지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고 노사갈등 심화로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 대상 우선 순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1985년 준공된 안성공장을 2008년 폐쇄한 로슈는 노사분규를 공장철수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본사의 글로벌 생산시설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한국공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2002년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3개월 넘게 파업을 겪었던 터라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완제의약품 수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현지 공장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일각에선 고용창출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한국에 진출했던 다국적 제약사들이 완제의약품 수입의존도를 높이면서 거대 수입상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 공장을 철수하면서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의 주요 업무는 완제의약품 수입과 판매로 역할이 축소됐다.

이와 관련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들은 생산에서 연구개발(R&D)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을 뿐,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제약산업의 성격이 제조업에서 R&D 중심의 지식사업으로 변모함에 따른 변화라는 것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업계는 일관성 있는 품질관리 향상과 비용절감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의약품 제조시설의 통폐합과 거점화를 표방한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는 OEM, 원료수입 등 다양한 형태를 활용해 생산시설 투자에 버금가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제조시설 유무보다는 제약산업 발전에 있어 실질적인 가치와 이익창출, 공헌 등을 글로벌 제약사들의 활동지표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산업발전을 위해 국내 제약사나 벤처기업, 병원, 연구기관들과 오픈이노베이션 차원의 협력을 추진 중이며, 그 결과 국내 신약개발 역량을 배가하고 기술수출, 해외시장 공동진출과 같은 고부가가치 창출에 일조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공장이 그동안 cGMP와 같은 선진화된 기술을 국내 제약업계에 전하는 데 기여해 온 만큼 한국공장 철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다국적 제약사 공장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생산시설을 차츰 줄여나가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선진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장 1~2개는 국내에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나. 다국적 제약사 공장들이 국내 제약업계의 생산품질 발전에 기여해 온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며 "외국 기업들이 한국공장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데 대해 정부도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오츠카제약의 향남공장 전경(자료제공: 한국오츠카제약)

한편 1989년 준공된 오츠카제약의 향남공장은 한국시장 자체 수급물량과 글로벌 수출물량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편이다.

오츠카에 따르면 향남공장에는 2018년 7월 기준 118명의 직원이 근무 중으로, 레바미피드, 실로스타졸 등 원료의약품과 아빌리파이정, 아빌리파이오디정, 무코스타정, 프레탈정, 프레탈 서방캡슐, 삼스카정 등 완제의약품의 생산 및 수출을 담당한다. 지난 4월에는 조현병 약물 디지털 정제의 제조 사이트로 결정됐으며, 2021년 미국 수출을 목표로 제조시설 구축 및 미국 cGMP 승인을 위한 준비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부에서는 2012년 한국오츠카제약이 다국적 제약사 중 유일하게 보건복지부 인증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15년과 2018년 재인증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향남공장의 기여도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슨앤드존슨 그룹도 비록 향남공장은 철수하지만 인천 공장에 항암제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등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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