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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간판 제품 특허만료 돌파구...로슈의 승부수

  • 안경진
  • 2018-06-25 06:30:20
  • 분자정보기업 파운데이션 메디슨 24억 달러에 완전인수…"항암제사업부 시너지" 평가

로슈, 파운데이션 메디슨 24억 달러에 완전인수 합의

스위스계 제약기업 #로슈가 미국의 분자정보 기업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을 완전 인수한다고 선언했다. 2015년 파운데이션 메디슨의 지분 56.3%를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선지 3년여 만이다.

로슈가 파운데이션 메디슨의 잔여 보통주 전체를 주당 137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총 24억 달러에 이른다. 6월 18일 파운데이션 메디슨 종가에 29%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파운데이션 메디슨은 암환자의 분자 변화를 확인하고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등의 적용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유전체 프로파일 분석법을 개발하는 회사다. 로슈와 첫 거래 당시 100% 넘는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주당 50달러에 거래됐는데, 3년새 가치가 273% 증가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로슈 제약사업부의 다니엘 오데이(Daniel O'Day) 대표는 "파운데이션 메디슨은 기허가된 표적항암제를 비롯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과 종양특성을 매칭시키는 데 중요한 분자정보를 제공한다. 분자정보와 유전체분석이 부상할수록 암환자들을 위한 신약개발과 진단솔루션 분야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커질 것이라 확신한다"며 "파운데이션 메디슨의 독립 경영권을 유지하는 한편 성장을 위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허만료 위기? 장기투자로 대비하는 로슈의 여유

로슈의 과감한 투자는 블록버스터 약물 3종의 특허만료에 대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로슈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허셉틴과 리툭산,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가 활발하게 개발됨에 따라 향후 전문의약품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셉틴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가 3월부터 영국에서 판매 중이고, 셀트리온은 최근 FDA에 허쥬마 CRL (Complete Response Letter) 관련 보완자료를 추가 제출하며 허가가 임박했다.

단 인수대상을 두고는 다소 평가가 나뉜다.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나 바이오텍이 아닌, 데이터 분석 기업 등을 인수하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여론 탓이다.

실제 로슈는 올 2월 암특화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플랫아이언 헬스(Flatiron Health)를 19억 달러에 인수했다. 거래규모로 볼 때 2014년 이후 성사된 M&A 계약 중 상위 2건이 비제약 부문에 해당한다. 로슈는 2009년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던 생명공학기업 제넨텍을 44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제약분야 M&A 비용지출을 줄이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대신 유전자분석서비스기업 23앤드미나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GE헬스케어 등과 전략적 제휴를 시도했다. 플랫아이언과 파운데이션 메디슨 인수도 그 연장선상으로 평가된다.

급기야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행보가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릭 경쟁이 임박했음에도 후기 약물 개발에 거액을 쏟아붓는 대다수 기업들과 동떨어진 투자를 결정한 데다, 막대한 프리미엄을 부담했다는 이유에서다.

로슈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3종의 2017-2021년 매출전망(출처: 블룸버그)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로슈의 M&A 전략이 항암제 사업부에 시너지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다. 블룸버그에서 헬스케어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맥스 니센(Max Nisen)은 "로슈의 M&A 전략이 일반적이진 않다"면서도 "R&D에 주력한다면 향후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플랫아이언과 파운데이션 메디슨은 빅데이터를 통해 투자를 비롯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성공률이 높아지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유전자를 겨냥한 의약품 사업은 장기적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 분야다. 가령 로슈가 지난해 말 인수한 항암제 전문 제약기업 이그니타(Ignyta)는 ROS1 돌연변이 소견을 보이는 비소세포폐암과 NTRK 융합 유전자가 잠복된 고형암 환자를 타깃으로 엔트렉티닙(entrectinib)을 개발하고 있다. 즉 암진단 등 정밀의학 분야에 특화된 두 회사와의 결합이 향후 엔트렉티닙고 같은 치료제의 사용을 촉진하는 기폭제로 작용하리란 분석이다.

2012-2017년 로슈와 머크, 존슨앤존슨, 노바티스, 화이자의 R&D 지출현황(출처: 블룸버그)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 해외 애널리스트들이 블록버스터 약물 3종의 특허만료 이후에도 로슈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단 꾸준한 R&D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슈가 2017년 한해동안 지출한 R&D 비용은 113억 달러로, 머크(102억 달러), 존슨앤존슨(106억 달러), 노바티스(90달러), 화이자(77억 달러)의 R&D 비용을 웃돌았다.

다케다·샤이어·사노피…글로벌 M&A 활발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적극적인 M&A를 시도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산업 성장률이 둔화된 데다 대형품목의 특허만료 기간이 도래하면서 공백에 대처해야 하는 빅파마들이 나름의 생존전략을 세운 것이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글로벌 제약시장 임상파이프라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글로벌 제약사의 M&A 거래 규모가 크게 높아졌다. 거래 수에 큰 변화가 없는 데 비해 거래 규모가 커져 1건당 거래규모가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오픈이노베이션과 더불어 기존에 연이 없던 새로운 시장진출을 가능케하는 전술로도 활용된다.

연도별 글로벌 제약사 라이센스 거래 수 및 규모 추이(출처: GlobalData,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지난 4월 아일랜드계 제약사 샤이어 인수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다케다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 사례다. 다케다는 이번 거래 대가로 주당 49파운드, 총 460억 파운드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한화 약 70조원대로, 과거 일본 기업들이 추진했던 M&A 거래 중 최대 규모다. 대규모 차입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추진한 탓에 M&A 성사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 같은 다케다의 투자배경으론 일본 내수시장의 한계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만료가 꼽힌다. 다케다는 과거에도 미국의 암전문 제약사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즈(2008년, 계약규모 88억 달러)와 스위스 제약사 나이코메드(2011년, 140억 달러) 인수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케다 외에도 CAR-T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와 세엘진(90억달러), 혈우병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바이오베라티브(Bioverativ)와 사노피(116억 달러) 등 올해는 유독 굵직굵직한 계약이 많이 체결됐다.

흥미로운 건 초기 개발 단계에서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적응증별로는 암, 플랫폼, 신경질환, 희귀질환, 자가면역지환, 감염질환 등의 순으로 투자흐름이 이동하는 경향도 확인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M&A는 규모를 키우고 유망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길리어드와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자체적인 R&D 역량과 적극적인 M&A 덕분이었다"며 "국내 기업들도 기술수출을 넘어 해외기업 M&A가 성사돼야 한다. 국내 기업간 M&A도 적극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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