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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 첫 상용화…지금은 늦었지만 기회있다

  • 이탁순·김민건
  • 2018-01-03 06:15:00
  • 면역세포 활용 항암제 글로벌 트렌드…제약·벤처 손잡고 개발

2017년 한국은 세계 최초로 면역세포치료제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이 해 무려 4개의 면역세포치료제가 탄생했다. T세포를 활용한 이뮨셀엘씨, 이노락, NK세포 유래의 엔케이엠,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크레아박스-엘씨씨가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허가목록에 남아있는 제품은 이뮨셀엘씨(녹십자셀)와 크레아박스-엘씨씨(제이더블유크레아젠) 둘 뿐이다. 임상3상을 조건부로 허가를 받은 국산 면역세포치료제는 3상 허들에서 2개 제품이 미끄러졌다.

그리고 2010년, 미국FDA는 이 기관 최초로 면역세포치료제인 '프로벤지'를 허가했다. 프로벤지는 크레아박스-엘씨씨처럼 수지상세포를 활용해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2017년 FDA는 또다른 면역세포를 활용한 제품을 허가한다.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그 주인공. 킴리아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업그레이드, 기존 T세포에 반응하지 않은 암세포까지 사멸시키는 이른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치료제이다.

킴리아는 치료가 어려웠던 소아 말기 급성 림프구백혈병(ALL) 환자 대상 임상에서 약 90%가 완전 반응률을 보여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길리어드가 또다른 CAR-T 치료제 '예스카타'의 FDA 승인을 받으면서 CAR-T는 이제 암 치료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최초 면역세포치료제 프로벤지에서 CAR-T로 넘어가는데 고작 7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제일 먼저 면역세포치료제를 허가해 놓고도 다음 단계인 CAR-T로 넘어가지 못하고, 후발주자로 쫓는 입장이다.

녹십자랩셀 황유경 연구소장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황유경 녹십자랩셀 연구소장은 지난 연말 데일리팜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세포치료제 역사는 면역세포치료제가 먼저 품목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줄기세포로 넘어갔다"면서 "면역세포치료제 다음에 CAR가 장착됐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거기서 더 진화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해외보다 3년 일찍 나온 면역세포치료제...미국은 CAR-T로 진화했는데

다행인 건지 노바티스, 길리어드 등 빅파마들이 CAR-T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면역세포 연구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녹십자셀 GMP 시설에서 이뮨셀엘씨 공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T세포 유래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를 보유중인 녹십자셀은 CAR-T 치료제로 올해 전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로메드도 작년 CAR-T 치료제 개발을 공식 선언했고, 앱클론은 CAR-T의 부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 '유니버셜 CAR-T'를 서울대학교 정준호 교수팀으로부터 기술이전받아 연구에 돌입했다. NK세포치료제를 연구 중인 녹십자랩셀은 CAR-NK 전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사들은 FDA허가를 받고 상용화를 끝낸 빅파마와 비교해 후발주자 신분이지만, 한단계 진화된 연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현재 허가받은 CAR-T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노바티스의 킴리아나 길리어드의 예스카타는 혈액암에서만 효과를 입증했다. 아직 간암, 폐암 등 고형암은 CAR-T의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녹십자셀과 바이로메드는 고형암 대상 CAR-T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녹십자랩셀은 CAR-NK 개발로 폭발적인 T세포 증식 문제를 해결하고, 대량생산을 통한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황 소장은 "NK세포가 좋은 점은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T세포와 달리 오래 살아남지 않아 굳이 자살유전자를 넣지 않아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시 투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랩셀은 타인의 NK세포를 활용하는 치료제를 만들어 환자 본인 세포만 활용하는 현 수준의 CAR-T 치료제보다 생산량이 많고, 가격도 저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환자 자신에서 T세포를 채취해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조작한 뒤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따라서 세포 배양 제조시설이 근거리에 있어야 하고, 환자 본인 세포만 이용하다보니 생산량은 제한적이어서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킴리아 1회 투여비용이 우리돈으로 5억3000만원으로 부담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한적 생산, 비싼 가격은 국내 개발사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환자수가 적고, 별도 생산시설 구축 부담이 있는 빅파마들이 우리나라에 CAR-T를 진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천문학적인 치료비용은 우리나라 보험급여 체제에 편입하기 쉽지 않다.

세포배양 GMP 시설을 보유한 녹십자셀 안종성 연구소장은 "CAR-T를 보유한 빅파마들이 녹십자셀 생산시설을 이용하겠다면 모를까, 협소한 국내 시장에 별도 GMP시설을 두고 영업을 펼치기 힘들 것"이라며 "국내 면역세포치료제가 일찍 상용화돼 기술이 축적돼 있는 만큼 늦게 출발했다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김태억 사업본부장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은 "현재 상용화된 CAR-T는 기본적으로 혈액암을 대상으로 자가유래 시술방식으로 하고 있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 "이 세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시도를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궁극적으로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첨단을 따라가고 선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계적 트렌드 따라잡는 한국...제약기업 선도적 투자 고무적

CAR-T와는 달리 PD-1, PD-L1 단백질을 억제해 T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면역관문억제제는 국내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상업성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환자단체까지 나서 투쟁을 벌인끝에 건강보험 급여 문턱도 넘어섰다. 그만큼 국내 들어온 약 중 암치료에 가장 획기적인 약제라 할 수 있다.

키트루다, 옵디보로 대표되는 이 시장에도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베스트 인 클래스 전략으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이뮨온시아'. 이제 갓 설립 1년이 넘은 이 회사는 올해 PD-L1 겨냥 면역관문억제제 임상 착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건 유한양행이 미국 항체전문회사인 소렌토 테라퓨틱스(sorrento therapeutics)와 손잡고 세운 조인트벤처이기 때문이다. 유한은 1000만달러를 투자해 이뮨온시아의 지분 51%를 출자했고, 49%는 소렌토가 부담했다. 이뮨온시아는 PD-L1 항체뿐만 아니라 차세대 항암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하는 CD47 항체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대식세포도 면역담당 세포로 항암제 개발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2016년 12월 동아ST가 애브비에 기술수출한 MerTK 저해제도 타이로신 카이네이즈(tyrosine kinase) 일종인 MerTK(C-MER proto-oncogene tyrosine kianse)를 억제해 대식세포의 면역반응을 되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태억 본부장은 "동아에스티의 MerTK는 완전 노블(혁신신약)한 것"이라며 "동아는 기업 내부에 기초 연구인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라며 최신 트렌드 기업으로 평가했다.

한미약품도 이중항체 플랫폼 '펜텀바디'를 적용한 PD-1, PD-L1 항체 기반 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프로젝트는 북경한미약품에서 맡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바이오기업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해 상업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이다.

국내 상위제약 면역항암제 개발·투자 현황
고무적인 부분은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항암제 트렌드에 따라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유한처럼 해외 바이오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보령제약은 2016년 카톨릭대학교 기술지주 제1호 회사에 투자를 해 보령바이젠셀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 회사는 최근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pstein Barr-virus: 이하 EBV) 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 대상으로 임상2상 IND 승인을 획득하며 또 하나의 T세포 면역치료제 탄생을 예고했다.

녹십자그룹은 계열사인 녹십자셀과 녹십자랩셀의 세포치료 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용인 본사에 500억원을 투자해 셀(cell) 센터를 짓고 있다.

2007년 허가받은 2종류의 면역세포치료제가 그래도 지금까지 남은 배경에는 녹십자, JW중외제약 그룹이 당시 개발사를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10년 전 세계 최초 면역세포치료제가 탄생했을때 국내 제약사들이 선견지명을 갖고 더 활발하게 투자했더라면 아쉬움은 있다. 어쩌면 미국보다 먼저 CAR-T 치료제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업계는 그래도 최근 자금력이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분야에 뛰어들면서 상업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10년 전 벤처가 탄생시킨 면역세포치료제는 임상경험과 자금력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황유경 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항암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면서도 "산학연병이라는 협력 구조가 중요하듯이 작은 기업과 큰 기업의 협력, 즉 오픈이노베이션 형식으로 가져간다면 확률을 높일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년간 우리 기업들도 관련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며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고 덧붙였다.

김태억 본부장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패스트팔로우긴 해도 남들이 하는 것을 가지고 따라했었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10년쯤 뒤떨어진 기술들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최근 2~3년 동안 국내도 세계적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항암제 연구가 트렌드를 잡게 된 배경으로 10년 이상 쌓은 항체 개발 노하우, 한미약품 등 제약사의 기술수출 성과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과감하게 모험적인 투자를 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게 큰 자극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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