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스마트폰 '면역항암제', 어디까지 왔나
- 어윤호·안경진
- 2018-01-02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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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세포 활성화 등으로 암세포 공격…PD-1부터 CAR-T까지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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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년전 만 하더라도 사망했을 환자가 약 하나로 수명을 연장하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물론 항암제의 발전과 진화는 지금이 완료형은 아니다. 아직 수많은 언맷 니즈(medical unmet needs)는 있지만 사실상 '독'이라 할 수 있는 항암화학요법이 전부였던 때와 비교하면 의사들은 확실히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정 바이오마커를 따라 특정 유전자 변이 환자에 대해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표적항암제는 이제 내성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할 만큼 진화했으며 면역항암제는 그 적응증의 제한이 느껴지지 못할 정도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현재, 우리가 만나게 될 항암제는 얼마나 더 똑똑해졌을까?
(2012년 미국 모 병원의 진료실)

톰: 뭐라구요, 완치율이 90%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주치의: 그랬죠, 일반적으로 표준치료법을 시행받은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소아 환자의 90%가량이 완전관해에 도달합니다. 나머지 10%는 에밀리처럼 치료효과를 보지 못하구요.
톰: 선생님,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에밀리는 이제 겨우 6살입니다!
주치의: 펜실베니아대학에서 CART-19라고 불리는 새로운 암치료법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직 허가 전이라 치료효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면역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방식이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구요, 마침 에밀리 같은 소아 백혈병 환자가 대상이라던데, 혹 임상시험에 참여시킬 의향도 있으십니까?
톰: 우리 에밀리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참여해 봐야지요!
위 대화는 지난해 10월 미국 매사추세츠 의학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실린 리사 로젠바움(Lisa Rosenbaum) 교수의 기고문(NEJM 2017; 377:1313-1315)을 토대로 데일리팜이 재구성한 내용이다.

네이처는 에밀리에게 '살아있는 증거(Living testimonial)'란 별명을 부여하며 '2017년 10대 인물(Nature's 10)'로 선정했다. 에밀리 외에도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의 90%에서 완전관해(CR) 효과를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암세포 살인마, CAR-T에 열광하는 이유는?
'#CAR-T 치료기술'은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T)' 허가를 계기로 과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2017년 제약바이오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였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CAR-T란 체내 T세포에 키메릭항원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를 발현시켰다는 뜻에서 비롯된 용어다. 암환자에게서 T세포를 추출한 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암세포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고, 재주입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기존 항암제처럼 계속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 하면서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사멸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암세포 연쇄살인마' 또는 '살아있는 약물(living drug)'로 불리고 있다.

노바티스와 길리어드 외에도 존슨앤존슨(J&J), 화이자, 로슈, 다케다 등에 이르기까지, 내로라 하는 회사들은 기업인수 또는 지분투자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CAR-T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CAR-T 관련 임상건수만 1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AR-T 와 관련된 글로벌 임상건수만 1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다행히 국내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발 맞춰 다양한 연구들이 추진 중이다. 2015년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CAR-T 기술을 미국의 바이오기업 블루버드바이오에 이전했던 바이로메드를 필두로 녹십자셀, 유한양행, 앱클론 등 국내 기업들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표적항암제→면역요법…항암치료 패러다임 전환
CAR 기술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가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찾아가 공격하게 만든다. '키메릭항원수용체'라는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에 '암세포에 대한 선택성'과 '암세포 살상을 위해 필요한 T 세포 활성화 기능'을 동시에 담아낸 것이다. 덕분에 항원제시세포나 별도의 T 세포 활성 신호 없이도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없앨 수 있었다.
1989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소개됐던 이 기술이 30년도 되기 전에 빛을 보게 된 건 최근 몇년새 면역요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깊다.
2010년 FDA는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덴드리온(Dendreon Corporation)이 개발한 전립선암 백신 '프로벤지(시풀룩셀-T)'를 허가했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에서 동반됐던 부작용 없이 전립선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치료용 백신의 개념이다. 세포면역요법이 공식적인 암치료제로 인정된 첫 사례였다.
신라젠을 통해 잘 알려진 항암바이러스가 상용화된 것도 비슷한 시기다. 2015년 FDA 허가된 암젠의 '임리직'은 피부 및 림프절에 나타난 흑색종 병변을 치료하는 최초의 종양용해성 바이러스 치료제로서, 병변 부위에 직접 주사할 경우 암세포 내부에서 복제를 거듭해 사멸시키는 기전을 갖는다.
키워드는 T세포…암 면역치료제 개발 열기 증가
IMS 연구소에 따르면, PD-1, PD-L1 항체를 필두로 CDK 억제제, CTLA-4 항체, CAR-T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유형의 암 면역치료제 개발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T세포는 최신 면역치료제 개발의 핵심 키워드다. PD-1, CTLA-4, LAG-3, TIM-3 등의 면역체크포인트를 억제하거나 OX40, CD137, CD27, CD40 등 보조활성인자를 자극하는 것과 같이 T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Treg, MDSC, TAM, IDO 등 체내 면역기능 억제를 유발하는 인자들을 억제하거나 화학요법 및 방사선요법을 통해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것처럼 T세포를 간접 자극하는 시도도 확인된다. 그 외에는 NK cell과 대식세포(macrophage)를 타깃하도록 디자인된 치료제들이 개발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재균 바이로메드 연구소장은 "주노테라퓨틱스가 5건의 환자사망 이후 연구중단을 선언하면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며, "CAR를 발현하는 T세포가 환자의 몸에서 머무르는 기간을 조절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CAR 유전자를 mRNA에 담아 T세포에 전달함으로써 CAR 발현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시점에 T세포의 활성 스위치를 끄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CAR 기술의 발전을 위해 고려돼야 할 과제로는 ▲적절한 항암 표적 발굴과 선정 ▲CAR 디자인의 최적화 ▲상업화를 위한 생산, 유통의 효율성 제고 등을 꼽았다. 현재까지의 성과가 B세포 유래 혈액암에 국한돼 있고, 대개 환자 본인에서 유래한 자가 T세포에 CAR 유전자를 전달해 치료제를 만들고 있어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소장은 "세포 치료제의 특성상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쉽지 않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비용을 높여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거나 사업화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화이자가 프랑스계 바이오기업인 셀렉티스와 함께 건강한 타인의 CAR-T를 암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방법을 개발 중인 건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며, "동종유래 T세포 외에도 NK 세포를 이용하거나 냉동보관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료계, 면역항암제 병용으로 장기 생존 기대감 키워
의료계는 암환자들의 장기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해법을 '면역항암제의 병용'에서 찾는다.
MSD의 키트루다와 BMS·오노의 옵디보,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 화이자·머크의 바벤시오(아벨루맙), 내년 초 허가가 예상되는 사노피·리제네론의 '세미플리맙'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면역관문억제제가 상용화 됨에 따라 병용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T세포 활성화 전략은 암환자의 전체 생존기관을 증가시킴은 물론 치료반응의 지속성을 장기간 유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현재 나와있는 PDL-1, PD-1, CTLA-4 등 수용체에 작용하는 면역항암제들은 기전이 달라, 병용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후 다른 바이오마커를 타깃으로 하는 약제들도 개발중이기 때문에 면역항암요법의 미래는 '병용'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대부분 드라마틱한 치료 효능을 보이지만 반응률 자체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반응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병용요법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안전성이다. 탄게이 시워트 시카고대학교 종양내과 교수는 "2개 이상의 면역항암제 병용시, 아마 반응률은 현저히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면역 과잉으로 발생하는 감염 등 치명적 부작용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따라서 환자의 특성에 따른 적합한 조합을 찾아 최대한 독성 관리가 가능한 컨디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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