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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뷰노, 237억 영구채 승부수와 이례적인 CB 재매도 왜?

  • 차지현
  • 2025-01-03 12:00:11
  • 표면 이자율 0%·높은 전환가액·리픽싱 조항 없는 CB, 237억 조달
  • 영구 CB 회계상 '자본' 분류…뷰노 자본확충·유동성 확보 동시에
  • 가파른 금리 가산 조항 부담 요소, 기존 소액주주 희석 우려도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뷰노가 코스닥 상장사로선 이례적으로 만기가 긴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번 CB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데다 표면이자율이 0%인 등 발행 회사에 유리한 조건이다. 뷰노 입장에서 이번 CB발행은 낮은 금리로 미래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는 '묘수'다.

다만 이번 영구 CB에는 시간이 갈수록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스텝업 조항이 있다. 회사가 기존 보유 중이던 CB를 매각하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뷰노는 영구 CB 발행을 공시한 날 자기 CB 매도 계획도 공시했는데, 해당 CB 전환가액은 현재 뷰노 주가의 4분의 1 수준이다. 공교롭게 기존 CB 매수자는 이번에 발행한 영구 CB 인수인과 동일하다.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있는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선 '꼼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사채 만기 2054년 영구 CB 발행, 표면이율 0% 등 뷰노 유리한 조건 눈길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뷰노는 지난달 27일 3회차 사모 영구 CB를 발행했다.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주식연계채권이다. 채권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번에 뷰노가 발행하는 CB는 237억원 규모다. 스마트 헬스케어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에스더블유-엠 브이 신기술조합, 원 코스닥벤처 멀티전략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7호, 2022 에스비아이 혁신성장 펀드, 시냅틱미래성장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인수하는 형태다. 칼립스캐피탈이 대표 주관사다.

이번 CB의 표면 이자율은 0%다. 뷰노가 무이자로 자금을 융통한다는 뜻이다. 채권자는 금리 수익보다는 뷰노의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이번 CB에 투자한 셈이다.

1주당 전환가액 역시 CB 발행 결정 당시 주가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이번 CB의 1주당 전환가액은 2만5337원이다. CB 발행 이사회 결의일 지난달 24일 종가 기준 뷰노 주가 2만4600원보다 약 3% 높다.

전환가액은 추후 CB를 주식으로 전환 시 1주당 바꿀 수 있는 가격이다. 통상 CB 전환가액은 현재 주가보다 낮게 설정한다.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낮아야 투자자가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CB에는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도 빠져 있다. 주식연계채권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 주요 목적인 만큼 발행 시 떨어진 주가에 맞춰 전환가액을 낮추는 리픽싱 조항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뷰노는 리픽싱 조건을 넣지 않았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청구 시점은 오는 12월 27일부터다. 약 1년 동안은 CB를 주식으로 바꿀 수 없다. 전환청구 기간을 1년이나 기다려야 함에도 전환가액을 현 주가보다 높게 결정한 점,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건을 넣지 않은 점 등은 그만큼 투자자가 뷰노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CB의 사채 만기일이 2054년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발행회사 의사에 따라 만기를 무제한 연장할 수 있는 '영구 CB'다. 이번 CB에는 채권자가 중도상환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조항도 없다. 뷰노 마음먹기에 따라 영원히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뷰노가 발행한 영구 CB는 부채 성격을 띠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코스닥 시장에서 영구채를 통한 자본 조달은 흔치 않다. 대부분 영구채 성격의 CB에는 시간이 갈수록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되는데, 이는 기업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동안 영구채가 일정 수준 재무가 뒷받침되는 코스피 상장사의 자금조달 방식으로 주로 활용돼 왔던 이유다.

이번에 뷰노가 발행한 영구 CB에도 스텝업 조항이 존재한다. 이번 CB에는 사채 발행 2년이 되는 날부터 1년마다 금리가 4%씩 가산되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뷰노가 올 2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 27일부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에 4%를 가산하는 조건도 있다. 단 지난해 2분기 대비 올 2분기 매출 성장률(YoY)이 25%를 초과하면 손익분기점 조건은 사라진다.

현실적으로 뷰노가 스텝업 조항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영구 CB 발행은 주가 상승과 손익분기점 달성에 대한 뷰노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뷰노는 올 1분기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을 지난해 4분기로 예상했으나 1분기 미뤘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이 시장 추정치보다 커지면서다.

만약 뷰노가 2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전환청구 시점이 도래한 하반기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면 스텝업 직전 CB를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뷰노는 사채 발행 1년 뒤 이번 영구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풋옵션(매도청구권)을 걸었다. 뷰노가 신규 채권을 발행해 이번 CB 차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뷰노 관계자는 "스텝업 손익분기점 조항에는 올 2분기 매출 YoY가 25%를 넘으면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다"면서 "이는 수익성 외에도 성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항목"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증명되는 2025년 말에는 주가가 전환가격 이상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스텝업 조항 적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리종목 유예 끝난 뷰뇨, 영구 CB로 유동성 확보·자본 확충 두 토끼

뷰노는 이번 CB 발행으로 유동성 확보와 자본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2021년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한 뷰노는 2023년 12월 31일자로 관리종목 지정 요건 중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 유예가 만료됐다. 기술특례 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춘 제도다.

기술 특례 상장 업체는 일정 기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는 ▲최근 사업연도말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본의 50% 초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법차손 요건은 상장 연도 포함 3개 사업연도까지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뷰노는 상장 이래 매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했다. 상장 연도인 2021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86.56%였고 이듬해에도 83.79%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법차손 비중이 311.33%로 불어났다.

영업적자로 결손금이 쌓이고 누적 결손금이 자본금을 갉아먹은 결과다. 뷰노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2023년 연결기준 뷰노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33억원과 157억원이었다. 매출이 전년보다 60%가량 증가했지만 적자 폭이 소폭 늘었다. 같은 기간 법차손은 156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뷰노의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은 161.11%였다. 이미 유예 기간이 종료된 만큼 올해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수순이다.

법차손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실적을 회복해 법차손 폭을 줄이거나 외부 조달로 자본을 확충하면 된다. 뷰노는 이번에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영구 CB를 발행함으로써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해소했다.

이번 CB 발행 목적이 채무 상환 등이 아닌, 회사 미래 성장을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뷰노는 CB로 확보한 237억원을 해외 영토 확장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올해 80억원, 2026년 80억원, 2027년 이후 77억원의 비용을 해외 진출에 투입한다. 뷰노는 2021년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 뷰노메드(VUNO MED)를 설립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보유 CB 매각 결정, 전환가액 현재 주가의 1/4…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

다만 뷰노가 기존 보유 중이던 CB를 매각하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뷰노는 영구 CB 발행을 공시한 지난달 24일 자기 CB 매도 계획도 함께 공시했다. 뷰노가 들고 있던 1회차 사모 CB를 19억7079만원에 매도하는 게 골자다. CB 매도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다.

앞서 뷰노는 2022년 50억원 규모로 1회차 사모 CB를 발행한 바 있다. 해당 CB에는 회사가 돈을 갚고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매수청구권) 조항이 붙어 있었는데, 뷰노는 2023년 11월 콜옵션을 행사해 1회사 사모 CB를 만기 전 다시 사들였다. 당시 뷰노가 1회차 CB를 취득한 금액은 6억7594만원이었다. 뷰노는 이전에 갖고 있던 CB를 약 3배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이다.

문제는 뷰노가 매도하는 CB의 전환가액이다. 이번 CB의 1주당 전환가액은 5904원이다. 2일 종가 기준 뷰노 주가 2만5150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CB 매수자는 전환청구권 행사와 동시에 326%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해당 CB의 전환청구 시작일은 2023년 11월 2일이었다. 이에 따라 매수자는 CB 취득 즉시 전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대량의 주식전환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 이번에 발행한 영구 CB까지 주식으로 전환되면 잠재 매도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향후 뷰노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1회차 CB를 사는 주체는 이번에 뷰노가 발행하는 영구 CB 인수하는 FI와 동일하다. 스마트 헬스케어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3억6957만원), 에스더블유-엠 브이 신기술조합(7391만원), 시냅틱미래성장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1억1087만원) 등이 1회차 CB 매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CB 발행은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한방에 얻는 뷰노 입장에선 묘수지만, 적잖은 주주가치 희석을 감내해야 하는 기존 소액주주 입장에선 꼼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뷰노가 1회차 CB를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에 넘기는 대가로 영구 CB를 발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뷰노 관계자는 "영구 CB 인수 FI 중 일부는 1회차 CB를 매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거래가 완전히 동일한 건 아니다"라며 "1회차 CB 매도 건의 경우 영구 CB 기준가 대비 할인가로 팔았기 때문에 투자자 측도 이익이 있고 자본 확충 측면에서 회사 측도 이익을 보는 상호 윈윈 계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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