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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 확대...100만원의 개혁...민간의보 통제

  • 최은택
  • 2017-06-21 06:14:53
  • 건강보험 거버넌스 개혁 시급..."중심에 건보공단 세워야"

[종합] 건보공단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 토론

시민사회단체가 바라보는 건강보험 개혁의 핵심과제는 역시 거버넌스 개편이 초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보험자, 특히 건강보험공단의 역할 강화와 기능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구조에서는 가입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 진료비 부담을 국민이 감당하는 체계에서 정부, 국회, 공급자로 전환하는 시민사회가 발의한 '위험자 전환전략'이 제도화 될 필요가 있다는 주문과 함께 우선 추진과제로 '100만원의 개혁(상한제)'이 제안되기도 했다.

민간의료보험과 비급여 통제 강화 필요성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목표 보장률, 건강보험 기금화, 상병수당 등도 개혁과제 중 하나로 거론됐다.

국회(인재근·김광수·윤소하 의원)와 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노동조합이 20일 공동으로 마련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에서 거론된 의제들이다.

"박정희식-비스마르크식 의료보장 청산할 때"

신영전 한양대의대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한국의 의료보장체계는 '박정희식 의료보장'을 청산하고, '건강권과 연대의 정신에 기초한 의료보장제도'로 전환돼야 한다. '비스마르크식 의료보장제도'를 '지속 가능한 공적 의료보장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교수는 "이런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견고한 개혁목표와 원칙, 정교하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로드맵, 수준 높은 개혁추진 역량과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합의 기구에 준하는 조직이 제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건강권과 연대 정신에 기초한, 지속 가능한 공적 의료보장체계 구축은 단순히 상징적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이른바 '위험자 전환방식'으로 기능하도록 설계, 운영돼 한다"면서 "그 중 핵심과제가 '100만원의 개혁(상한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만원 상한제는 대통령 공약사항일 뿐아니라 정의당 등 야당의 공약에도 포함돼 있었다. 100만원 상한제 실현을 위한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조기에 정부가 초안을 마련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또 "이런 개혁과정에서는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건보공단이 진정으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지지를 받는 조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기존 역할을 넘어 의료보장 수준을 OECD 수준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진행해 나가는 국민적 합의기구의 중요한 운영자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파이경쟁 점철"...보건의료 전문가주의 극복할 문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보건의료 전문가주의'를 현 건강보험 운영의 특성과 주요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했다.

그는 "보건의료 공급자들은 전문성과 권위를 위주로 한 배타적 권한, 독점적 지위를 강조한다. 건강보험과 보건의료 분야 정책의제와 정책결정 헤게모니는 정부관료, 의료인, 직능단체, 산업체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의료전문가주의는 이른바 의권이나 진료권, 정부개입 배척(관치의료) 등으로 표출되고 있고,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접근은 직능, 진료과 간 파이 경쟁으로 첨철된다"고 했다.

목표 보장률 부재문제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장성 목표치 부재는 보장성 성과를 가변적인 요인으로 분류하고 정책집행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건강보험 개혁과제로는 '기본권 보장과 거버넌스 개혁중심' 전환을 제안했다. 특히 거버넌스 개혁의 경우 정부주도에서 복층적 거버넌스에 기반한 상호견제와 균형, 시민적 통제와 참여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위원회 기능과 권한 재정리를 위한 건보재정 기금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보험자 독립성 확보차원에서 보험료, 가격, 급여 등의 결정권한을 건보공단으로 이관해 가입자를 대리하는 보건의료 구매자 역할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험자로서 건보공단의 역할 강화 필요성은 민주노총에 의해 강한 지지를 받았다. 건강보험노동조합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인만큼 공단노조의 의견이 상당부분 수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자를 보험자 답게...급여여부 등 결정 건보공단 이관"

제갈현숙(사회학 박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이날 패널토론에서 "한국의 의료보험은 시민권 및 노동권에 입각한 사회보장으로서 기본권 확립이 아닌 국가적 시혜, 정치적 수단으로서 도입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로 인해 보험자 역할축소, 정책지배구조의 비민주성, 공급구조 및 비급여 통제력 상실, 보건의료 전문가주의의 심화 등의 문제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자는 건강보험제도가 사회보험으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제도전반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가입자 이해를 최대한 대변하면서 공급자와 협력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공단-심평원 간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보험자는 정부 정책결정 집행과 재정 수입 및 지출구조 전반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가입자 권익보호를 위해 보험재정 관리책임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공급자 중심의 급여결정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급여 여부 및 가격결정 등과 관련된 전문평가위원회를 보험자(건보공단)가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일부 이견을 제기했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이사는 "기본권 보장수단으로 보편적 건강보장을 목표로 운영체계를 개편하자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다만 "가입자를 대리하는 보건의료 구매자 역할로 건보공단의 위상을 정립하는 건 찬성하지만 다른 부분(보험료, 가격, 급여 등의 결정권한 이관)은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 상임이사는 또 "건강보험정책심의위를 가입자를 위한 구조로 바꿀 필요는 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로 규정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속히 결정되고 추진돼야 할 건강보험정책을 국회를 거쳐 결정한다면 의사결정이 어렵거나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보험자 위상 정립 동의...구체적인 건 공론화 필요" 신중론도

그는 이어 "공적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수입과 지출관리에서 배제되고, 보험료율 결정은 건정심이, 지출관리는 내용적으로 심평원이 맡고 있는 이런 형태로는 건보재정 누수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건보공단이 건보재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양 기관 노조의 성명을 통한 비방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상호 비판보다는 각자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건강이 얼마나 확보되고 좋아졌는 지 등을 먼저 생각하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김남희(변호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기본권으로서 건강권 보장방안, 민주적이고 투명한 건강보험 방안, 민간보험과 비급여 확장에 대한 대안 마련,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돌봄과 보건의료의 역할 재정립 등을 개혁과제로 꼽았다.

김 팀장은 특히 민간의료보험과 비급여 통제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민간보험법 제정과 혼합진료 금지 등을 선택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보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본인부담금 비율을 법률에 명시하고 의료비 상한제의 실질화, 상병수당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의료보험 통제와 억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날 좌장을 맡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새 정부가 시급히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제안했다.

민간의보-비급여 통제방안 시급...민간보험법 제정 필요

의료공급자 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토론회에 참석한 서인석 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이른바 '77패러다임'으로 지금까지 이룬 건강보험제도는 단점도 많지만 적은 의료비로 높은 접근성, 중증질환에서 높은 질의 의료수준과 환자의 선택권은 보장해 줬다"고 평가했다.

많은 개혁과제가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우리제도가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혁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 이사는 "거버넌스 개편과 건보공단의 역할 재정립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건보공단이 그동안 얼마나 가입자, 국민들을 대변해 왔는 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개선과제로는 "앞으로 5년간 지난 보장성 강화의 사각지대 해소, 지속가능한 건보제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동네의원 활성화, 공급자와 보험자가 함께 할 프로그램 개발, 정부의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책임증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경자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조만간 새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정책자문위와 간담회를 갖는다고 귀띔했다. 이날 제안되고 토론된 의제와 과제들이 국정기획정책자문위 테이블에 상당수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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