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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제네릭 불신 끊을 획기적 정책 내놔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올 초 수익성 문제로 한국시장을 철수한 파킨슨병치료제 '마도파정'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환자들은 마도파정이 떠나고 유일하게 남은 제네릭약제가 부작용이 심하다며 마도파정을 재소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리지널 약제의 약가산정 문정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정부는 급한 불을 끄자며 마도파정의 보험급여 삭제 적용 유예기간을 오는 7월 31일에서 12월 31일로 연장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재고로 남아있는 마도파정을 처방해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예기간 연장은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12월 31일이 지나면 환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 명확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행 약가정책 내에서 마도파정을 재소환할 수 있는 방법을 거론하고 있다. 약제 상한금액 조정제도를 통해 상한금액을 인상할 테니, 식약처 재허가를 획득하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식약처 재허가 후 급여 등재를 신청하면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면서 제약사가 수입 원가 등 근거자료를 제출하면 상한금액 조정제도를 통해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앞으로 오리지널이 철수하고 제네릭만 남은 시장에서 이 같은 상황은 또 불거질 수 있다. 그때마다 오리지널을 재소환 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약가제도 질서를 유지시키기 어렵고, 무엇보다 제네 릭약제에 대한 불신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당장 환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방안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제네릭 불신을 끊어낼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환자들이 부작용을 이유로 제네릭을 신뢰할 수 없다면 보건당국이 각종 자료와 환자 인터뷰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부 부작용 사례가 부풀려진 건지, 실제로 제네릭 약물에서만 부작용이 나타나는 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제네릭약물에서만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그 배경을 찾아 허가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 식약처가 진행하는 약효 동등성 검증만으로도 놓치는 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환자와 여론만 잠재우려는 단기 처방일 뿐이다. 일이 복잡해지더라도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제네릭 신뢰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2023-07-23 16:31:44이탁순 -
[기자의 눈] 물밑거래 병원지원금 압박할 입법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신규 개설을 앞둔 병·의원과 약국 간 처방전 몰아주기나 특정 의약품 처방을 약속하는 대신 금품을 주고 받는 병원지원금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병·의원, 약국 개설을 완료한 의·약사가 아닌 '개설하려는 자' 즉, 개설예정자 간 금품 수수 정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모호성이 해소되지 않아 위험하고, 과잉 행정 측면이 있다는 일부 법사위원들의 우려를 완벽히 해소하지 못한 영향이다. 병원지원금 처벌 법안의 입법 성공 여부는 다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처지가 됐지만,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법사위 심사장에서 내보인 병원지원금 입법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는 인상 깊었다. 박민수 차관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약사, 브로커 간 병원지원금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왜 개설자를 넘어 개설예정자를 처벌 할 수 있게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했다. 박 차관은 현행법으로는 개설예정자 간 금품 수수 정황이 확인되더라도 처벌할 수 없고, 이에 의사가 브로커를 통해 자신이 개설할 의료기관에 대한 인테리어 비용 등 리베이트를 약사에게 전가하고 있으므로 개설하려는 자까지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특히 의사와 약사가 갑을 관계가 형성돼 사실상 약사는 의사에게 금품을 강제로 요구받는 상황에 처해 있고, 이는 결국 의약분업 원칙을 훼손하고 과잉의료·처방을 촉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약사가 지불한 병원지원금을 수수한 의사는 해당 약사가 개설한 약국으로 처방전이 유입될 수 있도록 편법 처방을 계속하면서 의사와 약사 간 담합으로 상호 이익을 챙기는 문제를 입법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게 박 차관의 법제사법위 심사 당일 태도였다. 이 같은 설명에 다수 법제사법위원들은 수긍했다.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이 완료된 이후 처벌을 하면 이미 부당행위가 모두 이뤄진 후라서 실익이 없다는 데 법사위원들이 공감을 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의사와 약사, 브로커 간 암암리에 처방전 프리미엄을 주고 받는 불법 지원금 관행이 사라지기 어렵거나, 적발이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개설예정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약사법에 분명히 하고, 내부고발자 감경 조항을 통해 의·약사·브로커 간 유착을 끊어낼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은 크다. 국민 건강권과 의약품 선택권 침해 문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누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국회와 정부는 과감한 규제와 입법에 뜻을 모으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의료기관이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주는 대신 금품을 공공연히 제공받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개선 노력 없이 방치해선 안 된다. 법안에 반대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법리적인 관점에서 "개설예정자 간 담합을 이유로 처벌하는 입법은 행정편의적 발상이자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을 끝마친 의·약사들이 처방전 발급을 대가로 뒷돈을 주고 받는 불법이 해마다 적발되는 현실에서 법률가적 관점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이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과 환자 유인행위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사실상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병원지원금 관행을 위축시키고 물밑에서 이뤄지는 암거래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도록 법으로 환경을 마련해야 할 때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약사 출신 김순례 의원이 발의한 법안 역시도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예정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삭제된 채 입법이 이뤄졌었다. 내부고발자 조항 역시 함께 삭제됐다. 다행히도 21대 국회에서 문제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약사 출신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원지원금 근절 법안을 재차 발의했고, 가까스로 법사위 통과 기로에 서게 됐다. 만약 다음 법사위 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되거나 재차 계속심사 판정을 받을 경우 의원·약국 부동산 현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병원지원금을 법으로 근절할 수 있는 길은 멀어지게 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 직후 구성될 22대 국회에서나 같은 법안이 발의될 수 있는 데다, 이번 국회처럼 상임위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병원지원금 근절 법안은 비록 실제 불법 억지력이 다소 미흡하고, 선언적 입법에 그칠 우려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 국회에서 입법이 완료돼야 한다. 의사 갑질에 기인해 약사가 금품을 지급하고 처방전을 몰아 조제하는 불법성에 대해 완벽한 이해도를 보인 박 차관이 일부 국회 반대를 설득해 차기 법사위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입법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2023-07-20 15:42:24이정환 -
[기자의 눈] 마약중독재활센터 추가, 이제 시작일 뿐[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올해 초 유아인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정보시스템 레이더망에 걸리면서,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온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약 혐의는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1만8395명이 적발됐다. 역대 최고 수치다. 문제는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인 60% 가량이 30대 이하다. 이 중 20대 5804명, 19세 이하 481명 차지할 정도다. 2017년과 비교하면 각각 2100명, 119명에서 급속도록 증가했다. 마약류 사범이 젊은 층에서 빠르게 증가하면서, 단속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마약을 끊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재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마약예방재활팀이 신설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범부처 마약류 중독 예방·사회재활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마약류 예방 홍보& 8231;교육과 중독자 사회재활 지원을 전문적으로 맡게 된다. 그리고 오늘(20일)은 서울, 부산에 이어 충청권 중독재활센터가 개소한다. 중독재활센터는 마약류 중독자가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의지로 등록한 사람에게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중독재활센터 개소를 위해 올해 마약 관련 예산에서 마약퇴치운동본부 지원 금액이 4억5000만원 늘어났다. 충청권 중독재활센터 추가 설치는 서울·부산 2개 이외 지역의 중독자의 접근성을 보완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마약류 중독자 사회재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마약류 사범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에서 서울, 부산, 충청지역 3곳에만 있는 재활센터로 다양한 예방재활활동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식약처와 마약퇴치운동본부는 당초 중독재활센터를 더 많이 개소 하고자 예산안을 올렸지만, 정부는 1개소의 예산 증액만 진행했다. 그렇게 충청 중독재활센터가 문을 열게 된다. 30대 이하의 마약류 사범들은 재활 이후 사회복귀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중독재활센터 1개소 추가 신설을 계기로 더 많은 중독재활센터가 설립되길 기대해본다.2023-07-19 17:33:32이혜경 -
[기자의 눈] 적응증별 약가, 생각해 볼 때 됐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적어도 이젠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점점 쌓여가는 비급여 적응증과 꾸준히 늘어가는 신약의 적응증 확대는 이제 제법 큰 스노우볼이 됐다. 하나의 약이 다수의 적응증을 갖고 여러 질환에 쓰이는 시대,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깃하고 나아가 면역시스템 자체를 활성화 시키는 약물들의 등장은 질환이 아닌 기전에 집중, 그 효능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쓰임새가 늘어나니, 문제는 또 약가다. 사용량, 즉 쓰임새가 늘어나면 그만큼 하락하는 기전의 국내 약가 시스템은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을 더디게 만들고 환자의 기다림은 길어진다. '누구는 쓰고 누구는 못쓰는 약'의 존재와 그와 함께 거론되는 '적응증별 약가',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적응증별 약가'는 한 약물이 다양한 적응증으로 허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 각각의 적응증이 가진 혁신성에 따라 약가를 따로 책정하는 방식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대표단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적응증별 약가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답은 '검토하겠다' 보다 강한 'No'에 가까웠다. 문제는 어렵다는 대답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무려 13개 적응증에 대한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한번에 제출해 화제가 됐다. 바꿔 말하면 면역항암제라는 최첨단 신약의 13개 적응증이 실질적인 처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의 청구시스템 상 적응증별 추적이 어렵고 환자들이 질환에 따라 다른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쓰임새가 존재하는 약이 그에 맞는 환자들에게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어떤 방식이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과 3~5년만 지나도 신약의 적응증 확대와 이에 대한 접근성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대두될 수밖에 없다. 환급률의 차등 적용이, 아니 꼭 적응증별 약가가 아니어도 좋다.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할 때다.2023-07-19 06:52:03어윤호 -
[기자의눈] 전자처방전 도입 논의 미룰 이유없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정부는 논의가 중단된 ‘안전한 전자처방 협의체’를 하루빨리 재가동해야 한다.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전자처방전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숙제다. 전자처방전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처방전의 전달 방식을 전자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환자 기록의 전자 보관과 건강 기록의 연계 가능성이 열리는 일이다. 이미 해외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전자처방전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약사회가 주관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김대진 동국대 약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독일과 호주,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이들 국가에선 정부 주도로 전자처방전을 위한 근거 법률을 마련하고, 표준화와 인증 관리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냐, 민간에 위탁 운영을 맡기냐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국가 정책으로 전자처방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처방 전송에 그치지 않고 환자건강기록 서비스를 연계하면서 전자 방식의 이점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의사, 약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까지 전자처방전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운영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국민 수용도가 여느 나라 못지않게 높다고 평가되지만 전자처방전만큼은 진전이 없다. 민관 협의체도 작년 이후 논의를 멈춘 실정이다. 결국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법률적 근거나 표준화 없이 전자 처방 전송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 처방전이 중개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고, 플랫폼의 개인 정보 관리에 대한 감독도 문제가 생기면 사후 관리식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정부의 표준화와 인증, 보안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아슬아슬한 전자 처방 전송이 계속되는 것이다. 동국대 약대 김대진 교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 전자처방전과 중앙 서버 관리를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답변은 압도적이었다. 민간업체들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새로운 처방 전송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료법과 약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정비해야 할 법률들이 적지 않다. 바코드 표준화부터 운영 관리 기관 지정, 의사단체의 반발까지 풀어야 할 매듭도 많다. 하지만 더 이상 미뤄둘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자처방전을 위한 표준화에 의지를 갖고,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로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해가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2023-07-17 17:24:34정흥준 -
[기자의 눈] 미국까지 소문난 'K-바이오 고평가'[데일리팜=황진중 기자]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BIX2023)'에서는 미국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을 초청해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에 미국 VC들이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션 주제는 '미국 VC들이 말한다, 한국 바이오기업에 왜 투자 안해요'였다. 세션에 참가한 미국 VC는 노보홀딩스, 비보캐피탈, 버텍스벤처스, 멘로벤처스, 프레지어라이프사이언스 등이다. 세션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크게 2가지 부분에서 의견을 모았다. 하나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과학 연구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 견줄만 하다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유사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해외 경쟁사에 비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다. 발표자들이 국내 과학 연구 수준의 잠재력 등을 치켜세운 것은 뒤에 나올 쓴소리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언술로 보였다. 영미권 일각에서 조언이나 충고를 들을 때 '그러나(But)' 이전에 나온 달콤한 말은 무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VC 관계자들의 말을 요약하면 '한국 바이오기업들의 과학 연구 수준은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다'였다. 세션에 참여한 한 미국 VC 관계자는 "한국 바이오기업들은 과학에 질에 있어서 혁신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연구와 유사한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러나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나 보유 자산 등으로 이뤄지는 기업 가치평가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의 기업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2년 전을 보면 미국 바이오기업보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기업가치가 3배 더 높았다"고 말했다. 국가나 업계마다 기업 가치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에서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는 관점으로 가치평가를 진행한다. VC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인정하기 어려운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진행할 때 VC는 미래 어떤 시점까지 기업이 얻는 수익을 계산하고, 여기에 이자율과 물가상승률 등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다만 바이오기업은 당장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려우므로 가치평가를 할 때 가치평가자의 편견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말을 듣는 것은 이 편견이 차지하는 부분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의견에 이어 더 쓴소리가 나왔다. 대부분 기본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문제는 미국 VC 관계자들이 지적한 내용을 국내 바이오기업 관계자나 국내 VC 관계자들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VC 관계자들은 가치고평가에 대한 의견을 제기한 후 기업설명회(IR) 방식과 투자자와의 소통 등에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아쉬움이 있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VC 관계자들이 너무 많은 기업의 소개를 듣는 만큼 일단 눈에 띄기 위해서 핵심을 짧고 간결하게 압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투자자도 사람이므로 IR 시 자사 기술에 대한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덧붙이면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투자금에 대한 말은 더 직설적이었다. 미국 VC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 시기에 얼마가 필요하고, 투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금을 활용해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이후 또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것인지 등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금회수(엑시트) 방법을 제안하는 것도 투자유치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 앞서 한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 IR 행사 등을 진행해보면 아쉽지만 성의가 없는 IR을 하는 바이오기업들도 여전히 많다"면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어느 정도는 포장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R&D 성과와 사업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투자유치 전략 등의 실력을 갖출 때까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거품 논란에도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대부분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차세대 약물을 허가받거나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을 개발해 팬데믹을 극복하면서 수익도 창출하기를 기대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벤처 투자가 크게 늘어난 후 2년이 지났음에도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아무리 신약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거품 수준의 투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이 그 돈을 다 어디에 사용했는지 의문이다. 한 번의 거품은 업종이 성장하기 위해 불가결하다고 한다. 국내 바이오 업종에 또 한 번 거품이 끼기 전에 견고한 바이오 생태계에서 한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 VC의 쓴소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2023-07-17 06:17:54황진중 -
[기자의 눈] 렉라자 무상공급과 R&D 선순환[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유한양행이 EGFR 표적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에 대한 파격적인 동정적 사용승인 프로그램(EAP)을 발표했다. 1차 치료 급여가 이뤄질 때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EGFR 변이가 있다고 진단된 새로운 비소세포폐암 환자라면 누구나 렉라자를 공짜로 쓸 수 있다. 렉라자의 한 달 약값은 약 600만원. 일년이면 7200만원이다. 10명만 지원해도 1년에 7억2000만원을 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물론 렉라자의 1차 급여가 1년을 넘길 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기간을 6개월로 잡아도 적은 금액이 절대 아니다. 유한양행은 제공하는 규모에 제한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얼마나 많은 지원금이 투입될 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제약사들이 가끔 자사 신약에 대해 EAP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환자를 대상으로 완전한 무상공급을 한 적은 유한양행이 처음이다. 유한양행도 얻는 부분이 있다. 렉라자를 무상 공급함으로써 방대한 리얼월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후발 주자인 렉라자는 타그리소와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 좋은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타그리소의 강점은 오랜 기간 글로벌에서 1차 치료제로 쓰이면서 임상뿐 아니라 리얼월드에서도 고무적인 데이터를 쌓았다는 점이다. 아직 국내에서 허가가 유일한 렉라자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대신 렉라자는 한국인 데이터에 힘을 주고 있다. 한국인에서의 확실한 효과를 입증해 국내 의료진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서 제약사의 치료제 무상공급은 더 없이 환영할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3세대 약제가 1차 치료 급여에 오르지 못했다. 뇌 전이 등에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3세대를 처음부터 쓰려면 약값 전체를 부담해야 했다. 의료진도 3세대 약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자에게도 선뜻 약제를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를 의식한 행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설령 그렇다 한들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가 재정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기꺼이 민간기업이 부담해 준다니 더없이 좋은 일일 테다. 이번 결정은 국산 신약 개발 지원이 만들어낸 선순환 효과로 볼 수 있다. 렉라자 개발 당시 정부는 유한양행에 초기 임상 비용을 지원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한양행은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계약금 550억원,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딜이었다. 현재 얀센은 자사 신약과 렉라자를 병용하는 임상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부는 국산 신약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렉라자는 첫 허가와 급여 등재가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항암제의 가장 높은 산으로 꼽히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42일 만에 통과했고, 약가협상도 빠르게 진행되며 6개월 만에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이번 1차 치료 적응증 확대 역시 약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거의 비슷한 속도라 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환자 무상 지원이라는 결과로 답했다. 국산 신약 개발 지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일으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표도 있지만, 국내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렉라자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만든 최고의 사례임이 틀림없다. 향후에도 제2, 제3의 렉라자가 나올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하길 기대한다.2023-07-13 06:16:19정새임 -
[기자의 눈] 명분·실리 다잃은 약사회 비대면 진료 전략[데일리팜=강혜경 기자] 6월 1일 시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이 벌써 절반 가량 됐다. 계도기간이라는 이유로 지침을 위반하는 각종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계도기간 내라도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뒤늦게 밝혔고, 늦은 감은 있지만 이달 들어 표면적으로는 비대면 진료가 안정화 단계가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 내지 이용률이 떨어졌고, 초진 불가라는 원칙을 지키는 의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성사되는 비대면 진료 건수 역시 종전 대비 대폭 줄었다는 게 여러 플랫폼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보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비대면 진료, 약 배달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제스처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최종안이 발표된 지난 5월 30일로 돌아가 보자.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정부가 시범사업 추진을 확정, 최종 발표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선 1인 시위는 거두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시범사업 추진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아무 준비 없이 회원 약사들의 피해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며 "여러 복안을 준비했고, 정부와의 지속적인 논의 과정도 거쳤다"며 "약사회는 회원 권익을 최우선에 두고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협의를 진행하며 회원 약국에 더 좋은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공적전달시스템(PPDS)과 관련해서는 "다른 보건의료 단체들과의 공조 범위를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 약사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의약단체와 플랫폼 대응에 공조해 나가겠다"며 가입을 독려했다. 'PPDS만 가입하면 개별 플랫폼에 가입할 필요 없이 환자가 약국을 지정해 보낸 비대면 방식의 처방전이 자동으로 약국에 전달된다'고 홍보한 결과 1만3000개 약국이 PPDS에 가입했고 현재 일부 약국이 관련 처방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유감이다. 회원들의 피해를 지켜볼 수 없어 복안 중 PPDS를 가동하게 됐다. 의약단체와 공조하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예의주시하겠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PPDS와 민간 플랫폼인 굿닥 연동 첫 날 발행된 처방은 1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지침을 준수하다 보니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 자체가 1/10로 줄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10일 대한약사회는 "10건 정도에 그쳤던 처방전달 건수가 일주일 사이 6배 성장한 60건 이상까지 도달했다"며 "이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처방전달시스템의 연동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순항'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처방전달시스템이 단순 비대면 진료 처방전 전달 기능을 넘어 민간 플랫폼의 처방의약품 배송 중단 유도와 같은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30개가 넘는 플랫폼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작 1곳과 연계해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달되는 시스템을 놓고 약사회가 자화자찬하자 회원들의 반감 역시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굿닥 이외에 다른 플랫폼은 미동 조차 없는 상황이다. 약사회가 민간 플랫폼을 홍보해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한약사회가 의협, 치협 등과의 공조 체계인 올바른플랫폼연대(이하 올플연)에서 탈퇴하자 일선 약사들 역시 약사회의 의중을 알기 어렵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올플연은 '약사회가 PPDS를 만들고 민간 플랫폼을 연동시키는 형태로 간 이 구조는 올플연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올플연이 갖고 있는 기본 원칙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어떤 명분과 어떤 실리를 얻었나. PPDS를 켜둬야 한다는 안내에 대다수 약국이 일주일 간 허탕을 치고 있다. 여전히 민간 플랫폼을 통한 선 넘는 진료와 약 배달이 이뤄지고 있다. PPDS가 회원 약국에 어떤 피해를 막아줬으며, 어떻게 권익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약사회의 설명이 필요하다.2023-07-11 15:36:21강혜경 -
[기자의 눈] 젬백스의 임상결과에 대한 재해석[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젬백스앤카앨은 지난 7일 GV1001의 전립선비대증 3상 결과를 공시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도 곧이어 배포했다. 보도자료 제목은 ▲젬백스, 전립선비대증 3상 임상시험 결과 공개, 부제는 ▲대조약물, 프로스카정과 유사한 효능 ▲국제발기능지수(IIER) 대조약물보다 긍정적, 안전성도 확인이다. 금요일 오후 6시를 넘긴 일명 '올빼미 공시'와 보도자료. 언뜻 제목과 부제만 보면 '젬백스의 전립선비대증 GV1001의 임상 결과가 좋게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한 작명 센스다. 내용을 보니 생각과 달랐다. 이런 저런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핵심은 단 한 줄이었다. 바로 '전립선증상점수(IPSS)의 변화량에 대한 대조군 대비 시험군의 우월성은 입증하지 못했다'라는 문장이다. 다만 보도자료 대부분은 ▲대조약 프로스카의 부작용은 어떻고 ▲국제발기능지수(IIER)에서 프로스카군이 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임상 디자인은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약의 효능과 안전성은 확인했고 ▲상업화 가능성을 발견했다 등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로 채워졌다. 그려려니 했다. 실패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다. 일부 표현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회사 입장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월요일(10일) 오전 보도자료를 접하고 든 생각은 달랐다. 여기에는 3상 우월성 확보 실패라는 내용은 단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젬백스는 월요일 장 시작 전에 또 다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동일한 임상 결과를 담았지만 제목과 부제는 앞선 보도자료에 비해 한층 희망적으로 변했다. 제목 ▲젬백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3상 결과 효능/안전성 확인, 부제는 ▲전립선치료제 시장 확대 가능성에 고무다. 내용은 더욱 발전(?)했다. 3상에서 대조군 대비 치료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고 국제발기능지수(IIER)은 더 좋게 나왔다. 약물 안전성도 확인했다. 전문가 코멘트도 실으며 "3상 결과는 긍정적이며 부작용에 대해 더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면 전립선비대증 신약 시장 확대는 물론 치료제 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3상 실패에도 게임체인저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는 GV1001의 전립선비대증 외에 알츠하이머, 진행성핵상마비(PSP) 임상 진행 현황 및 경쟁력에 대한 내용이 보도자료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어떻게 봐야 할까. 여기까지가 젬백스가 GV1001 전립선비대증 3상 우월성 입증 실패 임상 결과를 다루는 자세다. 젬백스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상업화 가능성을 언급하려면 일단 임상에서 성공이 우선이다. 어려운 디자인이어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말은 핑계다. 업계는 이를 명확히 '실패'라고 지칭한다. 모든 임상에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1차 평가지표의 충족(성공)이냐 미충족(실패)이냐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 개발 도전에 찬물을 붓자는 건 아니다. GV1001의 치매치료 적응증은 계열사 삼성제약과도 개발하고 있다. 물론 응원한다. 다만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는 과정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표현에 신중해야 한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임상 결과를 오히려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해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희망을 줘야겠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임상 디자인을 프로스카와 전립선비대증치료는 비열등성, 부작용과 국제발기능지수는 우월성을 설계해 '성공'했어야 했다. 임상은 결과로 성공을 보여줄 뿐 가능성만으로 성공을 논하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으로 한마디.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이라면 공시와 보도자료는 장 중에 공유하고 시장의 판단에 맡기는 게 좋아 보인다. 장 종료 후나 장 시작 전의 자료배포는 시장 판단보다는 회사 의도를 알리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2023-07-11 06:00:20이석준 -
[기자의 눈] 정부, 급여재평가 '말바꾸기' 논란 책임져야[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새로 마련한 급여재평가 방법의 적용 시점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논란의 발단은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월 30일 보건복지부는 2023년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급여재평가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여기서 정부는 급여재평가의 새로운 평가방법을 공개했다. 현행 평가방법과 비교해 일부 내용이 바뀌었다. 1차 평가는 '의학적 권고'라는 단어로, 2차 평가는 '임상효과성'이란 단어로 각각 대체됐다. 또 의학적 권고를 평가할 땐 문헌의 질적 수준을 고려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평가항목으로 '사회적 요구도'가 추가됐다. 논란이 되는 것은 새 평가방법의 적용 시점이다. 정부는 "올해 급여재평가부터 새 평가방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에선 정부가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꾸준히 쏟아진다. 기존에는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누누이 밝혀왔으나, 건정심 보고 이후 '올해 적용'으로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 4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담회에선 정부가 '새 평가방법을 올해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제약사들의 개별 문의에서도 정부는 '새 평가방법의 올해 적용은 없다'고 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올해 급여재평가 대상인 히알루론산 점안제 등 6개 성분(2개는 임상재평가 실패로 제외)은 졸지에 새 방법으로 평가받게 됐다. 정부 안내에 맞춰 급여재평가 자료를 제출한 제약사 입장에선 황당할 따름이다. 마치 수능시험을 치렀는데 성적표가 나오기 직전에 채점 방식이 바뀐 꼴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회적 요구도 항목이다. 의료적 요소, 사회적 요소, 재정적 요소 등을 종합 검토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게 급여재평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기사회생한 '고덱스'나 '이모튼' 사례도 새 평가방법을 적용할 경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말이 바뀐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비공개로 열린 급여재평가 설명회에서 심평원 측은 "기존 평가방법을 명확히 했을 뿐, 내용이 바뀌진 않았다"며 "평가 결과 역시 기존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제약업계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약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오히려 비판의 강도는 더욱 세지는 양상이다.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정부의 '평가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채점 방식이 바뀌어 한두 문제가 오답처리 된다고 하더라도 공부를 잘 하던 학생은 예전처럼 고득점을 하지 않겠냐는 수준의 해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정부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말이 바뀐 것은 맞지만 사실은 바뀐 게 아니라 구체화됐을 뿐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은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과거 한 발언을 연상케 할 뿐이다.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진행된 급여재평가 결과를 과연 제약업계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엉터리 해명으로 당장의 논란을 어물쩍 넘어간다고 한들, 올 연말엔 더욱 큰 논란과 마주할 수밖에 없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2023-07-10 06:15:14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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