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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약의 꽃'은 어디로…불안에 떠는 영업인들[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최근 제약업계 내 일련의 구조조정 소식으로 업계가 뒤숭숭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안에 떨고 있는 직군은 영업이다. '제약 영업은 미래가 없다', '영업 인력 축소는 예견된 미래'라는 암울한 말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제약 영업 위기론이 사실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다. 컴플라이언스(CP) 규정이 강화될 때마다 제약 영업 위기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 비중이 커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뉴스가 쏟아질 때 일부 한국법인도 타격을 받았지만, 국내 업계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 최근 분위기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르다. 마치 도미노처럼 제약계 구조조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강력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제약-바이오 라운지에 올라온 '제약영업의 미래'에 대한 설문에서 471명 중 71%(348명)가 '부정적'이라고 투표했다. 제약 산업의 미래는 긍정적이지만 영업만큼은 비전이 없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일동제약의 구조조정 선언은 제약 영업인들에겐 실체적 위협으로 다가왔다. 웬만하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국내 제약사, 그것도 제법 규모가 크고 견실한 일동제약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사실이 영업인들에겐 '국내사는 이제 시작'이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사실 일동제약처럼 공식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조용히 인원 감축을 시작한 국내사들도 많다. 퇴사한 자리를 뽑지 않고 부서를 축소하는 방법이다. 몇몇 대형 제약사들이 이 방식으로 영업 인력을 줄이고 있다. 다수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이미 영업조직을 전면 혹은 일부 외주화 한 상태다. 인건비보다 CSO에 주는 수수료가 덜 부담이라는 인식 탓에 영업의 외주화는 점점 확대하는 추세다. 기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방안이 감원이고, 그 대상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직군으로 향한다. 제약사에서는 인원이 가장 많고 전문직이 아닌 영업이 늘 구조조정 1순위에 오른다. 한때 제약 영업을 두고 '제약사의 꽃'이라 불렀다. 꽃을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드는 건지, 이제는 꽃이 아니라 떨어져도 되는 잎사귀 정도로 여겨지는 건지 모르겠다. 한 가지 씁쓸함이 남는 건 많은 회사들이 언제부턴가 영업의 가치를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데이터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신약은 신약 나름대로, 제네릭은 제네릭 나름대로 다양한 경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영업사원의 능력도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회사가 강력히 밀고 싶은 제품이 생길 때 적극적으로 영업사원을 뽑는 것도 사람이 하는 영업의 힘이 꽤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려울 수록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 필요하다. 언제 구조조정을 할지 모를 불안한 회사가 아니라 비전을 세우고 함께 가리란 믿음을 주는 회사가 필요하다. 영업인들이 '돈이나 벌고 빨리 탈출해야겠다'는 말이 아닌 '전문성을 키워 더 발전한다'는 희망적인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2023-05-26 06:15:11정새임 -
[기자의 눈]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 약은 예외일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이쯤되면 '하나의 화면이 끝나기 전에 다음 화면이 겹치면서 먼저 화면이 차차 사라지게 하는' 오버랩(overlap)이다. 상비약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부터, 상비약 배달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 상비약을 자판기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돌고 도는 상황이다. 불과 1년 새 편의점 업계와 배달 업계, 자판기 업계까지 업계를 망라하고 상비약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2013년 154억원에 불과했던 판매액은 2017년 345억원, 2020년 457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오미크론이 한창 유행했던 2022년 판매액 지표는 이보다 높아졌으리라 예상된다. 편의점 상비약 관련 이슈는 ▲품목 확대 ▲배송 허용 ▲자판기 판매 총 3가지로 압축된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은 13개 품목이지만, 약사법 모법상 '20개 품목 이내로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년 8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오남용 소지가 적은 제산제와 화상연고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상비약 배달 허용을 규제샌드박스에 신청했다 보류하기도 했다. 신청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다. 자판기 업체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상비약을 자판기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대한상의까지 가세해 약 접근권 개선과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나섰다. ▲9시까지 약국 연장 운영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 ▲원격화상투약기 설치 확대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 가운데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 건강권 강화 차원에서 약 접근권 개선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선 약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약국에 머물러야 했던 상비약이 국민 불편 해소라는 명분 하에 약국 밖으로 빠져나갔고,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한 노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18년도에도 정부 차원의 추가 효능군 검토가 이뤄진 바 있기 때문에 더욱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도 유사한 맥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을 통해 유지되고, 현재는 대상과 배달에 제한이 이뤄질지라도 전면 허용에 대한 요구가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다. 정부도, 국회의원도, 약사도, 의사도 국민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약품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기조 하에 '특례'를 적용한다면, 점차 의약품 배달, 상비약 확대를 넘어 온라인 약 판매, 일반인 약국 개설 요구도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약'과 '독'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모두 갖춘 의약품은 어떻게 했을 때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다.2023-05-24 16:26:44강혜경 -
[기자의눈] 비대면 진료 가산수가 최선인가[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6월 전 가산수가의 건정심 논의가 남았다. 정부는 대면 진료와 동일하거나 낮은 수가까지 열어두고 검토해야 하고, 만약 가산한다면 명확한 명분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선 한시적 허용 때와 동일하게 130% 가산 논의가 유력해 보인다. 의사협회는 150%, 200%까지도 제시하고 있지만 현행 유지도 반발이 있어 추가 가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130% 가산 수가도 납득은 쉽지 않다. 그동안의 130% 가산수가는 코로나가 한창인 상황에서 비대면진료를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한 유인책이었기 때문이다. WHO가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하고, 방역당국도 위기단계를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가산수가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동안과는 다른 명분이 필요하다. 해외 국가 어디에서도 비대면진료에 수가를 더 지급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대면진료와 동일하거나 대면진료 대비 낮은 수가를 지급하는 곳들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와 대면 진료의 수가를 동등하게 적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만 비대면진료의 수가가 낮았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비대면진료 필수 조건’ 연구보고서 중 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만 가산수가를 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시민사회단체들이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서는 ▲낮은 대면 진료 수가 수준 ▲환자에게 최적의 가치 제공 ▲늘어나는 진료 시간 ▲비대면 진료 의료 시스템 구비 및 관리 운영 비용 ▲위험 관리 등을 가산 수가 책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의료계가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이라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나열한 근거 중 선뜻 와닿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만약 이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재정 혹은 환자부담을 늘려야 한다면 납득할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정말 설득력 있는 명분이라고 한다면 환자 부담 금액을 키워 서비스를 제공해도 될 일이다. 대표적인 비대면진료 플랫폼인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난 3년 간 정부가 유인책으로 가산수가를 줬다. 제도화가 되면 같거나 조금 낮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높은 수가로는 국민 설득이 쉽지 않으리란 걸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부 약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진료에 들어가는 추가 업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대면진료를 하지 않아 놓치게 되는 검사, 주사 등의 비용까지 보상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의견도 내놓는다. 이 같은 추측성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가산수가에도 납득할 만한 명분이 제시돼야 한다. 또 한번 의료계 참여와 시범사업 안착을 위해 유인책을 쓴다는 이유를 내놓는다면 지난 3년의 유인책으로는 모자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2023-05-23 19:30:34정흥준 -
[기자의 눈] 각양각색 위기극복 노력과 흔들리는 상생[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1분기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영업이익이 악화한 성적표를 받았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6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곳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로 전환 혹은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60곳의 1분기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다. 너나 할 것 없이 위기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별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연 매출 5000억원 규모의 A사는 비용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선택을 했다. 재작년까지 꾸준히 성장하던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봉을 동결한다고 직원들에게 고지했다. 비용 절감이라는 명분 하에 점심시간 1시간 동안은 전 사무실 소등을 한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시도 내려왔으나, 때 이른 더위와 직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됐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적지 않은 인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연 매출 6000억원 규모의 B사는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각 부서별로 20%씩 인원을 감축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동시에 임원들의 연봉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20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R&D 비용을 대폭 늘려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실제 지난 1분기 이 회사의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로, 제약바이오업계 최고 수준이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C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1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지난 1분기 R&D 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전통 제약사 중 R&D 지출 규모가 가장 컸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도 1년 새 2배 가량 확대됐다. 각각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위기를 디딤돌 삼아 더욱 번창할 수도, 눈앞의 위기만 타개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각 회사 경영진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미래의 어느 한 시점에 결과론적으로 평가될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위기 극복의 부담을 직원들에게만 떠안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희생만으로 다시 일어선 회사라면 그 다음 위기 때 더욱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 직원과의 상생을 저버린 경영진 역시 이러한 결과와 함께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2023-05-23 06:16:12김진구 -
[기자의 눈]비대면 초진 제한과 '타다 금지법'은 다르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감염병 위기 단계 '심각'이 해제되는 내달 1일부터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한다. 이를 기점으로 지난 3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동안 허용했던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범위가 대폭 줄어든다. 심야 시간과 휴일 소아과 환자에 대해서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나머지 질환은 재진 시에만 비대면진료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복지부안인데, 소아과와 의료계 반대로 소아 진료 마저도 초진 허용 범위에서 제외될 공산이 큰 분위기다. 물론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도서·산간·벽지·군·교정시설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코로나19 등 고위험감염병 확진자에 대해서는 초진 비대면진료가 허용된다. 이 같은 시범사업안이 공개되자 닥터나우 등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정부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며 반발 중이다. 특히 경제지를 중심으로 한 다수 언론은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 시범사업과 입법 추진을 '제2의 타다 금지법'이란 프레임으로 바라보며 비판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을 타다 등 교통모빌리티 서비스 금지와 동치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보건의료행위를 소비자의 교통 이동수단과 같은 수준의 규제로 취급해 비교해도 될까. 국민의 정교한 진료와 처방·조제,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해 초진 비대면진료를 금지하고 재진 비대면진료 역시 허용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약사 주장을 단편적으로 '직능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있을까. 진료·처방·조제 등 의·약사 면허행위를 택시 등 교통 모빌리티 서비스와 같은 선 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되며, 보건의약 전문가인 의·약사 주장을 섣불리 직능 이기주의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타다 금지법은 당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라는 신사업 싹을 자르는 동시에 택시 대란과 택시 요금 인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초진 비대면진료를 제한하면 우리나라에 진료 대란이 일어나고, 환자의 진료비·조제비가 폭등하는 문제가 생길까. 그럴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우리나라는 도심, 부도심은 물론 소도시에도 건물 하나마다 병·의원·약국이 여러개씩 밀집해 환자의 의료·의약품 접근성이 세계 어느나라 보다도 우수하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과 질병관리청이 통계분석,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코로나19 팬데믹 위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공표하면서 환자는 필요한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을 직접 찾을 수 있는 환경마저 마련됐다. 초진 비대면진료가 아니라 비대면진료 자체가 중단돼도 의사가 단체 파업에 나서지 않는 한 진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진료비·조제비 인상 역시 마찬가지로 발생하지 않는다. 되레 한시적 비대면진료 시기 의·약사는 130%에 달하는 비대면진료·조제 수가를 받았다. 수가 재원은 국민 세금인 건강보험재정이 충당했다. 타다 금지법이 택시비 인상 문제를 촉발했다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초진 비대면진료 금지가 진료·조제비 인상에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은 할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제도화로 인해 의료비 폭등과 건보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단 점에서도 초진 비대면진료 금지를 타다 금지법과 견줄 수 없다. 상기 조명한 점들에서 비춰 볼 때 초진 비대면진료 금지를 제2의 타다 금지법으로 규정하고 초진을 허용하라는 주장을 펴는 것은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 국민, 환자, 건보재정에 크고 작은 위험을 키우는 존재는 비대면진료지 대면진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이름 그대로 환자와 의사, 약사를 연결하는 중재자다. 이들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했을 당시 공적의료 전달체계 마비 문제를 해소하는데 일조했다는 주장을 펴며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노고를 치하하기는 커녕, 코로나 위기가 끝나자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려 든다"고 외친다. 코로나 팬데믹 극복에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일부 기여한 사실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초진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으로 국내 의료전달체계와 약국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생명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자. 최근 코로나 팬데믹 해소로 다수 국민들이 '비대면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켜 주문해 먹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다수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비대면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졌던 동네 치킨집, 피자집, 분식집, 커피숍 등 자영업자들이 소비자들의 갑작스런 수요 감소로 경영난 해소 자구책 모색에 나섰다는 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비대면 음식 배달 플랫폼들 역시 값비싼 배달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이탈 소비자들의 플랫폼 이용률을 높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실정이다. 3년만에 뒤바뀐 비대면 음식 배달 플랫폼 환경에 어떻게든 스스로 적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경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올랐다.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은 왜 코로나 팬데믹 종식 후 자동 종료돼야 할 초진 비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의 전면 허용을 유지해 달라는 일방적 요구를 하는 것 외 스스로 경영난을 타파할 자구책 모색에 나서지 않나? 애당초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허용 당시 팬데믹 종식 이후 자동 종료하는 게 사회적 합의이자, 모두가 인식하고 서로가 약속한 사실 아니었나? 어째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 비대면진료 필요성이 사라진 책임을 의·약사에게 물으려 하나? 한시적 비대면진료 종료로 플랫폼 경영 수익이 악화되는 문제를 왜 국민과 정부가 책임져야 하나? 코로나 종식 후 매출이 급감한 동네 치킨집, 피자집, 분식집 수익도 국민과 정부가 보전해 메꿔줘야 한다는 생각인 건가? 비대면진료 초진 전면 허용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훼손되고 약국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나? 만약 의료전달체계와 약국 생태계가 망가져 국민 건강·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그 때 책임은 누가 지나? 원산협은 상기 나열한 질문에 하나라도 명료히 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진 비대면진료 제한 시범사업·입법은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수 없다.2023-05-21 11:47:14이정환 -
[기자의눈] 재정운영위 늑장구성, 졸속 협상 우려[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병·의원, 약국 등 공급자단체와의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비롯한 건강보험 재정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12기 위원 구성이 지난 15일 완료했다. 11일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와의 수가협상 상견례가 있고, 나흘 후에야 위원 구성이 마무리된 것이다. 수가협상은 재정운영위가 정한 추가소요재정(밴드)을 토대로 각 공급자단체의 몫이 정해지는 구조다. 따라서 재정운영위가 협상의 '키'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공급자단체들은 재정운영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수가협상 법정시한인 5월 31일 직전이 돼서 밴드를 결정해 사실상 협상이 아닌 통보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급자단체가 재정운영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건보공단은 이런 공급자단체 지적에 따라 올해는 수가협상 전에 재정운영위와 공급자단체가 포함된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늦어도 3월 예상됐던 재정위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수가협상 직전에야 조직되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늦게 나마 공단이 재정운영소위와 공급자단체 간 소통을 주선한다고는 하지만, 며칠 남지 않은 협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올해도 일부 공급자단체들이 환산지수 인상률 결정 배경에 의문을 가진 채 불만만 터뜨리고 집에 돌아갈 공산이 커 보인다. 공급자단체 수가인상은 보험료 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재정운영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직장가입자 대표 10인, 지역가입자 대표 10인, 공익 대표 10인으로 구성해 전 국민을 아우를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 운영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정운영위는 늑장 구성도 문제지만, 이번 정권에 눈 밖에 난 단체(특히 양대 노조)는 배제하면서 구성에 균형감도 잃었다는 평가다. 뒤늦게 들어온 위원들이 건강보험의 1년 농사를 결정한 중차대한 일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도 알 수 없다. 건강보험에 대한 학식과 경험, 각 가입자의 대표성을 띤 전문가가 위원으로 활동해야 마땅하지만, 이번 재정위 구성이 과연 저런 조건들을 갖춰 이뤄졌는지 의문이 앞선다. 만약 재정위가 정부 입장만 대변할 것이라면 차라리 정부와 각 단체가 협상하는 게 나아 보인다. 정부의 이번 재정위 구성은 여러모로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어 보인다.2023-05-18 14:53:46이탁순 -
[기자의 눈] 첨단재생의료 데이터 활용 준비 됐나[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8월이면 시행 3년을 맞는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 확보 체계 및 기술 혁신, 실용화 방안 마련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유효성 확보 및 제품화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되고 국내에서는 세포치료시설 36개소, 인체세포관리업 32개소 기관이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세포치료제를 만들어 외국에 기술을 수출하거나, 바이오의약품의 CMO/CDMO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한 듯, 지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3'에는 처음으로 첨단재생의료관이 선보였고,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발전 방향 모색을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열렸다. 당시 현장에 참석했던 한 연자는 바이오코리아에서 재생의료 세션이 처음으로 구성됐다면서, 국내 첨단재생바이오 연구 뿐 아니라 산업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 3년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나아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첨단바이오 재생의료 치료 기술 임상연구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임상연구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임상연구 결과가 인허가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긴데 실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천단재생바이오법을 근거로 임상연구 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 법적인 근거조항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있었지만, 여전히 개인정보의 벽에 부딪히면서 각 기관 간 연계율이 낮은 상황이다. 여러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성별, 이름, 생년월일 만으로는 활용하는데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현상은 첨단재생바이오 임상연구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도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첨단재생바이오법에 '안전관리기관의 장이 필요하면 고유식별정보 등의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제약회사나 임상연구 수행자들까지 확대 적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은 5년 마다 세운다. 이제 3년이 다가오고 있고, 얼마 후면 2차 기본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쌓여 있는 무궁무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했을 때, 수 많았던 허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막 1차 기본계획의 2/3 지점을 넘은 첨단재생 및 바이오의약품의 데이터는 차곡차곡 모이고 있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임상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기 위해선 개인의 고유식별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2023-05-17 16:48:26이혜경 -
[기자의 눈] 분할-매각에 따른 희망퇴직의 씁쓸함[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이제 사업부 매각과 그로 인한 희망퇴직 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 가동은 제약업계에서 빈번한 이슈가 됐다. 다국적사제약사들의 분할과 매각은 대부분 '혁신과 레거시의 분리'로 향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전제가 있지만 분할과 매각은 '감원'이라는 부정적 상황을 수반한다. 더욱이 매각으로 인해 진행되는 감원의 경우 일반적인 ERP와는 다르다. 희망퇴직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자원'의 성향이 훨씬 옅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ERP 진행 소식은 노사갈등으로 이어진다. 물론 다국적사의 ERP는 상당한 보상금을 제공한다. 특히 분할이나 매각으로 인한 ERP는 대부분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한다. 이직을 생각하던 사람에게 ERP는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직이 담보되지는 않는다. 또 어떤 이들에게 회사는 생계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한 곳 이상의 가치와 자부심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피해갈 수 없는 감원이라면 회사는 최대한의 보상과 고용승계에 집중해야 한다. 희망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행사되는 강제성 문제는 분명 해결돼야 할 문제며 감원의 규모 역시 퍼즐처럼 맞춰 나가선 안 된다. 좋은 감원은 없다.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이 '레거시'로 분리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상실감과 괴리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고 의지했으며 자부심을 느꼈던 회사로써, 일개 한국법인이 아닌 제약회사로서 조금이라도 나아질 여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본사 설득에 나서고 해당 직원들의 향후 거취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2023-05-17 05:50:00어윤호 -
[기자의 눈] AI 신약개발, 과장 말고 현실 직시해야[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은 유용할 것이지만 지나친 장밋빛 희망만을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내 AI 신약개발은 아직 초기단계 수준이므로 더 많은 연구개발(R&D)이 필요합니다." 최근 개최된 한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행사에 참석한 AI 신약개발 기업 대표가 청중석에서 토론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글로벌 곳곳에서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기업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신약개발은 하나의 신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 중 하나다. 유망한 후보물질 5000~1만개를 발굴하기 까지 5년 가량이 소요된다. 발굴된 후보물질 중 전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물질은 10~25개다. 이중에서 9개 물질이 임상 1상시험계획을 승인받는다. 2상에는 5개, 3상은 2개, 시판되는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성공률이 낮다. 신약개발의 낮은 성공률과 장기간·고비용이 필요한 진입 장벽 극복을 위해 초기 R&D 단계 등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이 나왔다. 전통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대상 질환을 정하고 관련 논문 400~500개 가량을 연구진이 검토해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AI는 100만건 이상의 논문 탐색과 수십만개 화학물 탐색이 가능해 연구자 수십 명이 1~5년 간 해야 할 일을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I 신약개발 시장은 성장성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I 신약개발 시장은 지난 2019년 4억7340만 달러(약 6362억원)에서 연평균 28.63% 성장해 오는 2027년까지 35억4860만 달러(약 4조7693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브비,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GSK, 얀센, 일라이릴리, MSD, 노바티스, 화이자, 사노피, 로슈 글로벌 제약사들도 AI 신약개발사와 협력해 활발하게 후보물질 발굴 등 연구에 나섰다. 지난 2021년 홍콩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를 통해 발굴·설계한 폐섬유화증 치료제 후보물질이 임상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미국 AI 신약개발사 버지 지노믹스가 AI 신약발굴 플랫폼 콘버지를 이용해 확보한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루게릭)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을 시작했다. 버지 지노믹스는 일라이릴리, MSD, 우시앱텍, 블랙록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이오기업이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신약개발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258억원을 투자했다. 신약개발 단계별로 맞춤형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주목표였다. 후보물질 발굴과 약물재창출, 스마트 약물감시 등 3개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고자 했다. AI 신약개발 분야 3년 지원 사업을 통해 신경퇴행성질환, 항암신약 등에 적용 가능한 AI 모형을 개발했다. 개발된 AI 모형을 공공 플랫폼 KAIDD에 탑재해 산학연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후속사업으로는 오는 2026년까지 AI 신약개발 모형을 고도화 해 데이터 공유·활용 환경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임상시험계획 신청이 가능한 수준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도 AI 신약개발사와 후보물질 발굴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협력 사례는 주로 후보물질 발굴과 관련한 공동연구나 위탁 수준이다. A 제약사는 B AI 신약개발사에 후보물질 발굴을 위탁해 수억원의 비용을 활용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12월 첫 AI 신약개발사가 상장한 후에도 아직 AI 신약개발 업계에 긍정적인 성과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임상 예측, 임상 대상 환자군 타깃 등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여럿 있다. 민감 정보로 구분되는 개인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한 사안이다. AI 신약개발 업계가 기술의 이상적 활용 방안과 해외 사례, 글로벌 AI 시장의 성장성 등만 말하면서 매출 등 실체적 성과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탄탄하게 다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2023-05-15 06:16:15황진중 -
[기자의 눈] 전략없는 약사회 비대면 진료 투쟁[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회는 정확하게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건가, 아니면 약 배송을 반대하는건가.” 정부가 오는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행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공고 역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공고의 폐지는 곧 시범사업 시행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만큼, 약사회는 또 다시 큰 산을 만났다. 시범사업 추진이 임박해오면서 약사회는 부랴부랴 거리로 나서고 머리에 붉은띠를 두를 태세다. 약사회 비대위는 긴급 회의를 갖고 이번주 일요일인 14일 전국 약사회 임원을 한자리에 모아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지난해 화상투약기 실증특례가 승인되던 시점이 오버랩된다. 약사회는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 화상투약기가 상정되기까지 철저히 외부에 관련 내용을 함구해 왔다. 시범사업이 임박해오는 시점에서야 서둘러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고, 최광훈 회장은 예고 없던 삭발식을 단행했다. 하지만 집회 하루 뒤 화상투약기 실증특례는 승인됐고,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이미 정해진 판에 보여주기식 집회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제도화 추진 과정에서도 약사회가 같은 악수를 두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약사회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시범사업을 공론화한 수개월 동안 이렇다할 내부 방침이나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국회는 물론이고 회원 약사들조차 약사회가 구상 중인 비대면 진료 대응방침에 의문을 제기해 왔지만 돌아오는 답은 항상 ‘의료법 개정 먼저’였다. 지난해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사법 개정을 대비해 약사회는 1억9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형 로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결과가 나온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결과나 해당 내용에 따른 약사회의 대응 전략은 현재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수차례 기자와 기자단이 연구 결과 중 일부를 공개하고, 회원 약사들과 공유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다 보니 보건의료계의 큰 변화를 가져올 제도 변화를 앞두고 회원 약사들의 의견 수렴과정도 약사회가 구상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설득 과정도 전무했다. 정부의 시범사업 추진이 임박해 오고서야 입장문을 내어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해당 입장문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전이 약국에 전송되고, 환자에 투약되는 과정에서의 회원 약사들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구체적인 전략은 차치하고라도 해당 입장문에서는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자체를 반대하는건지, 약 배송을 반대한다는건지 명확한 의도가 읽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약사회는 다시 또 다시 붉은 띠를 두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이쯤되면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자체를 반대하는건지, 약 배송만을 반대하는건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는건지 헷갈린다. 적어도 이번 주말 열릴 결의대회에 참석할 전국의 임원들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사회 전략과 방침을 이해한 상태에서 띠를 두를 예정인지 묻고 싶다.2023-05-11 18:48:57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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