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 약은 예외일까?
- 강혜경
- 2023-05-24 16: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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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비약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부터, 상비약 배달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 상비약을 자판기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돌고 도는 상황이다.
불과 1년 새 편의점 업계와 배달 업계, 자판기 업계까지 업계를 망라하고 상비약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2013년 154억원에 불과했던 판매액은 2017년 345억원, 2020년 457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오미크론이 한창 유행했던 2022년 판매액 지표는 이보다 높아졌으리라 예상된다.
편의점 상비약 관련 이슈는 ▲품목 확대 ▲배송 허용 ▲자판기 판매 총 3가지로 압축된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은 13개 품목이지만, 약사법 모법상 '20개 품목 이내로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년 8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오남용 소지가 적은 제산제와 화상연고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역시 상비약 배달 허용을 규제샌드박스에 신청했다 보류하기도 했다. 신청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다. 자판기 업체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상비약을 자판기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대한상의까지 가세해 약 접근권 개선과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나섰다. ▲9시까지 약국 연장 운영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 ▲원격화상투약기 설치 확대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 가운데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 건강권 강화 차원에서 약 접근권 개선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선 약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약국에 머물러야 했던 상비약이 국민 불편 해소라는 명분 하에 약국 밖으로 빠져나갔고,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한 노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18년도에도 정부 차원의 추가 효능군 검토가 이뤄진 바 있기 때문에 더욱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도 유사한 맥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을 통해 유지되고, 현재는 대상과 배달에 제한이 이뤄질지라도 전면 허용에 대한 요구가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권력인 시대다. 정부도, 국회의원도, 약사도, 의사도 국민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약품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기조 하에 '특례'를 적용한다면, 점차 의약품 배달, 상비약 확대를 넘어 온라인 약 판매, 일반인 약국 개설 요구도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약'과 '독'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모두 갖춘 의약품은 어떻게 했을 때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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