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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분업 20년, 의약 담합의 전성시대[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간단한 명제로 축약되는 의약분업이 오는 7월 1일이면 시행된 지 정확히 20년이 된다. 의약분업 시행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보험약가 30.7% 인하, 수가인상, 대체조제 허용 기준 설정, 복약지도 의무화, 조제기록부 작성 의무, 전문-일반의약품 분류 재정비, 담합금지와 사례 명시, 시민포상금 지급 기준 설정, 의약분업 예외지역 지정 등의 일련의 후속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분업 20년을 맞이했지만 의약분업과 관련된 미해결과 과제도 산적해있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처방전 2매 발행, 지역처방의약품목록 미제출에 의약담합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담합은 심각하다. 약국이 같은 건물에 의원이 들어올 때 건네는 개설의사 지원금은 하나의 옵션이 됐다. 약국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은 약사에게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개원하는 의사는 바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크게 3가지 유형의 지원금이 오간다. 첫번째 유형은 병의원 개업 시 인테리어비로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다.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의 요구 금액이 높은 편이고 그중에서도 내과가 가장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과는 서울 기준 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8000만원에서 1억까지도 돈이 오가고 있었다. 반면 1인 정형외과의 경우 약 2000만원의 금액이 암묵적으로 책정돼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번째 유형은 병의원 임대료를 매달 약국이 대납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유형은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처방 건당 Fee를 의원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는 의원이 있어야 약국도 생존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의 배짱과 안정적인 약국 경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투자라는 약사들의 생각이 합쳐진 상부상조 식의 결탁이다. 이러니 분업 정신인 의약 견제 기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부산지역의 한 환자는 자신이 다니는 약국이 사실상 의료기관에 종속된 약국이라며 소송을 냈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원과 약국의 검은 거래를 보건복지부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약정협의체에서 의약담합 근절을 주요 아젠다로 제시하고, 약사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약사회도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가진 환자의 약제비 전부 또는 일부를 할인 ▲처방전을 대가로 의료기관에 금품이나 경제적 지원을 주거나 요구 약속하는 경우 ▲의료기관에서 특정 약국에서 조제 받도록 유도하는 경우 등을 주요 담합사례로 보고,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복지부와 약사회는 분업 20년을 맞아 의사협회가 참여하는 담합근절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이다. 캠페인도 좋고, 자발적인 신고도 좋지만 의약담합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 규제완하 등이 이뤄지면 환자가 의원과 가장 가까운 약국을 가야 조제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없어지고, 서비스가 가장 좋은 약국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분업의 가장 큰 맹점은 서울 강남 의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서초동 약국에서는 조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만 이뤄져도 처방환자의 지역 이동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2020-01-19 23:23:44강신국 -
[데스크시선] 데이터 3법과 A.I 신약개발 가속화[데일리팜=노병철 기자]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 환자 데이터 확보는 필수불가결 요건이다. 세계 수준의 딥러닝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증상에 대한 처방 내용과 결과값을 시스템에 대입해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IBM 인공지능 닥터-왓슨을 도입해 항암진단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며, 머지않은 미래 A.I 닥터의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장벽이 많았다. 바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라는 법/제도를 포함한 사회 통념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상을 반영치 못해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A.I 신약개발 선진국의 눈부신 발전과 도약을 그림의 떡으로만 지켜봐야했다. 두드리면 열린다 했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물론 한국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의 설득과 이해 작업으로 철옹성 같았던 데이터 3법이 지난 9일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발의 14개월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이번 법 개정은 신상을 확인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개인정보를 과학적 연구, 공익적 통계 작성 등의 목적으로 활용토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협력을 강화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할 만한 혁신적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대웅제약, 한미약품,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 등을 필두로 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앞장서도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과 전문가 양성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인공지능 기반의 신약개발을 가속화하는 열쇠로 꼽히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는 점이다.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는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강국의 초석이 될 이번 법 개정으로 공공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역량이 향상되는 동시에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 증가에 따른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확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점점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는 지난해 9/10월, 국내 최초로 딥러닝과 신약 개발을 접목한 실무교육(각 40시간)을 제약사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교육생들은 구글 코랩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개인노트북으로 물질탐색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29종의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다운로드 받아서 유전자, 약물, 질환별 유사도 메트릭스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은 10월에서 11월까지 약 2달간의 기간이 소요됐고, 어떤 질환에 대해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약물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해 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일일이 페이퍼를 대조하며 1~2년 정도를 탐색해야 발견할 수 있는 결과로 한국형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데이터 3법 개정안은 A.I 신약개발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이터병원 시범사업의 원활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딥러닝기술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대전제로 데이터병원 시범사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데이터병원이란 A.I가 병원 처방 프로그램에 접속해서 환자의 약물 순응도를 분석해 최적의 신약·개량신약을 개발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말한다. 이 같은 인공지능 솔루션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상당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중순부터 몇몇 군병원, 시립·국립병원과 함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느린 진척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일명 '데이터병원 인공지능 솔루션' 도입 당위성은 약물 처방에 대한 환자 질병 결과 자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운 약물 개발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향후 시행령 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개인정보 보안 대책도 병행해 마련돼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과학자들은 A.I가 인간의 지적수준 초월 시점인 특이점을 2050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좋든 싫든 이제 인공지능 시대는 거부할 없는 생존의 파고다. 경쟁국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데이터 3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20-01-16 12:15:24노병철 -
[데스크 시선] 10년 전 약속한 '글로벌 신약 10개'[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지난 2011년 범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부처 경계를 초월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20년까지 10년간 1조600억원(정부 5300억원, 민간 53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이 사업단의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올해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을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의약품 산업에서 글로벌이라는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초대형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연거푸 따냈을 당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가 들썩거렸다. 이제 우리나라도 제약바이오 분야 선진국에 근접한 것처럼 모두들 환호했다.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동안 한미약품 이외에 굵직한 기술수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과제 중 일부 권리가 반환되면서 업계는 다시 침통해졌다. 이때 실체보다 과도한 기대감을 가진 것 아니냐는 ‘거품론’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았다. 그제서야 냉정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성과를 제외하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수준이 예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는 현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이후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SK케미칼, SK바이오팜, 레고켐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알테오젠, 인트론바이오 등 전통 제약기업 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도 기술수출 대열에 가담했다. 계약 상대방도 애브비,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시 업계에선 우리나라도 의약품 시장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부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이 FDA 허가 신약을 2개 배출했지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미국 허가 관문을 통과한 것은 이제 5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상업적 성공이라고 평가받을만한 신약은 아직까지 없다. 2018년 완제의약품의 수출 규모는 3조3963억원으로 국내 생산실적 18조5438억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완제의약품 수입액은 4조8880억원으로 수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완제의약품의 국내 자급도는 75.6%로 예년보다 감소했다.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한 신약의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개발이 포기됐다. 앞으로도 수많은 기술이전된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가 반환될 가능성이 성공 확률보다 크다. 글로벌 개발 동향을 보면 이미 국내 개발 신약보다 더 진보된 신약이 개발 단계가 앞선 경우도 흔하다. 기술이전 파트너가 유사 약물을 여러개 장착하면서 국내 기업의 신약에 대한 개발 의지가 빈약해보이는 사례도 엿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선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과 임상 실패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진실과 희망이 혼재된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며 주식 시장은 혼란이 가중됐다.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오르내리는 사례가 반복되며 연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물론 별안간 특정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해당 기업의 성과일 뿐이지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위상이 덩달아 올라가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각광받은 신약은 성분이 바뀌었다며 허가가 취소되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같은 시행착오는 반복돼서는 안된다. 올해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조금은 더 성숙해지는 한해가 되길 응원한다. 아마 올해도 국내 기업은 수많은 희망과 실패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전체 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도한 기대감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해야할 때다.2020-01-13 06:10:46천승현 -
[데스크시선] 변화 한복판에 선 제약바이오산업[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올해 보건복지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지원 예산을 분야별로 두자릿수 늘렸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지원 부문은 지난해 25억원에서 3억원(11.1%) 늘어난 28억원을, 제약산업 육성지원은 27억원(22%) 늘어난 153억원 규모로 배정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헬스 기술혁신을 위해 유전체·의료임상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부처 합산 15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국내에도 불어닥치면서 이제 제약바이오는 국가를 먹여살릴 신성장 먹거리임을 범정부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산업 창업기업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과 혁신성을 수치로 보여줬다.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의약품 분야 창업기업 평균 매출액은 15억9000만원으로 연관 업종인 화장품과 의료기기 등 중에서도 가장 높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뤄지는 분야로서, 창업이 활성화 된 화장품 분야가 15억5000만원, 의료기기 9억5000만원이라는 점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여기다 기업 당 평균 종사자 수를 보더라도 전체 평균 7.4명에서 의약품은 10.6명으로 확연히 많다. 연구개발업이 8.1명, 의료기기가 7.4명, 화장품이 7.2명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굳이 창업 부문이 아니더라도 의약품 산업 전반의 가능성은 이미 수치로 입증된지 오래다. 의약품 제조업은 22개 업종 등 향후 10년간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 예측한 고용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한다. 고용증가율은 제조업 평균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마냥 볕만 내리쬐는 건 아니다. 올해부터 현장에 불어닥칠 각종 정책과 제도 변화 때문이다. 획기적 보장성강화와 맞물린 고가신약 급여화 탄력적용과 동시에 제작년 발사르탄 사태 여파로 맞닥뜨린 공동생동 규제와 보험약가 연계 등 제네릭 약가개편, 기등재약 재평가, 약제비 절감을 위한 연구와 시범사업 등 지난해 예고한 각종 규제 이슈가 한꺼번에 코앞에 닥쳤다. 부처간 준비 중인 수많은 규제 이슈는 보장 확대의 속도에 규제의 질량을 맞추려는, 마치 단칼에 큰 성과를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다. 정부는 각종 규제를 통해 '클만한 떡잎'을 선별해 기업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시키겠단 포부를 갖고 있지만, 되려 자라날 기미가 보이는 떡잎마저 미리 쳐내는 게 아니냐는 제약산업계의 위기감도 팽배한 게 사실이다. 복지부가 제약 지원 예산을 순증시킨 것과 관련해 '숨겨진 보석'에 빗대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주기적 신약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도록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그만큼 정부의 산업지원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 지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할 때 R&D와 인력양성 지원만큼이나 규제 개선을 우선 사항으로 꼽는다. 규제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산업 분야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혹독한 구조조정과 동시에 '돈 되는' 제품만 만드는 쏠림현상 등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보장성강화와 산업육성,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되는 게 핵심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속도와 방향성, 이 아슬아슬한 균형추를 잘 맞춰야 할 숙제를 필연적으로 안게 됐다.2020-01-06 06:14:08김정주 -
[데스크시선] 역사에 남을 제약CEO를 희망한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세계 4대 해전인 '살라미스해전(기원전 480)·칼레해전(1588)·한산대첩(1592)·트라팔가해전(1805)'의 공통점은 뭘까. 시대적 배경과 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용(勇)과 지(智)와 덕(德)을 겸비한 최고지휘관이 치밀한 전략을 구상하고, 휘하 보좌진들의 조언을 적극 작전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대첩에서 수적 열세에도 지상전의 전유물로 여겼던 학익진으로 일본군을 섬멸하는 전공을 세웠다. 트라팔가해전에서 영국 넬슨 제독은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궤멸시켜,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계기를 이끌어 냈다. 반면 일본이 독점자본주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일으킨 '진주만공습(1941)·미드웨이해전(1942)'은 이와 반대되는 최고지휘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진주만공습은 성공한 작전일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격 자체가 전함과 전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토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국의 저력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 만약 진주만 1차 폭격 후 그 즉시 유류저장소와 도크를 겨냥한 2차 공격을 감행했다면 태평양전쟁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군사역사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흔히 군대의 사령관과 기업의 CEO는 동일선상에 놓여 비교되곤 한다.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모든 책임을 지고 문책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제약기업 CEO를 대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업의 명운은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이념과 사상에 따라 그 진폭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철학·이념·사상'은 한마디로 생각과 행동 그리고 언어구사로 보면 이해가 쉽다. 실례로 A제약사 회장은 아침 6시 30분 출근 후 매일 30분 간 독서 명문장 사경을 한다. 벌써 2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심으로 마음공부에 임하고 있다. A 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해 보면 그동안 그가 작성한 사경 연습장 수십권이 책장에 꽂혀 있다.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로 부하 직원을 대하는 그의 언행 또한 귀감이 됨은 말할 나위 없다. 물론 매출액 향상이 최우선 목표였겠지만 전국 각 지점 영업사원과 함께 100대 거래처 병의원을 5개월 동안 동행 방문한 일은 지금도 이 회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실제 당해 연도 매출은 30% 성장했다. B바이오기업 회장은 매주 아침 5시, 1시간 가량 회사 인근 산을 오른다. 해발 300m가 채 안되는 야산이지만 그가 매일 같이 등산을 하는 이유는 회사를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키 위한 꿈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아울러 B회장의 경영신념은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로 살뜰히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연말이면 전직원에게 친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이벤트나 트렌디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한다. 종업원 수가 100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는 그 어느 제약사 보다 높다. 이 기업은 임직원이 하나 돼, 최근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C제약사 대표이사는 말 바꾸기 선수다. 항상 연초 또는 일상다반사로 직원들에게 성과금 지급을 약속한다. 실적 우수 영업사원에게 연간 초과이익 분배금(PS), 특별기여금,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등등을 외치며 매출 성장을 독려한다. 처음 1~2년은 약속 금액의 50%만 지급했지만 이제는 말만 근사할 뿐 실천은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인에 대한 회사차원의 보상은 '때에 맞는 승진과 연봉 인상'이다. 이 제약사 임직원들은 C 회장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일쑤가 됐다. 열심히 땀흘린 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탐욕에 쩔어 혼자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이직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D바이오기업 대표의 배임횡령은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만성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D대표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펜트하우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회사 재무상태는 백척간두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해외 출장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석만 고집한다. 물질 하나만 있으면 기술 특례로 코스닥 진입이 쉬운 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귀태(鬼胎)임이 분명하다. 사실 글로벌 임상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 회사의 신약 후보 물질 자체도 크게 부풀려져 확대 해석했거나 사기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강신호(93)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과 윤영환(86)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제약업계 큰별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외형 1조원대 기업 오너라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는 '이익 분배의 공평성과 신의'를 다함은 물론 대외적으로는 장학사업과 환우 돕기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함에 있어서도 눈앞의 이윤이 아닌 능력을 믿고 기다려 준 미덕과 넓은 도량의 소유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직장 생활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전장에서 장수에게 은혜를 입은 졸(卒·병사)은 그를 위해 초계와 같이 목숨을 던진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고경영자의 덕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19-12-30 06:15:10노병철 -
[데스크 시선] '깜깜이 정부 정책' 신뢰도 없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올해 국내 의약품 산업은 1년 내내 불순물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작년 여름 발사르탄에서 시작된 불순물 파동은 라니티딘, 니자티딘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의약품의 판매가 중지됐다.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쓰고 엄청난 양의 의약품이 회수됐고, 제약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불순물 의약품 후속조치는 제약사들에겐 공포나 다름없었다. 제약업계에서는 발사르탄부터 니자티딘까지 모두 국내 조치가 강경했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발사르탄은 유럽에서 회수 소식이 나오자 해당 업체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 즉각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은 모두 판매를 중지시켰다. 문제없는 제품도 회수되면서 손실이 커졌고 혼선도 확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의약품은 국내와 미국에서 모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국내에서 라니티딘은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수거 검사를 거쳐 전 제품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해외에서 라니티딘 전체를 퇴출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회수를 진행했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지난달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의 유해성은 구운 고기나 훈제 고기를 먹었을 때 노출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니자티딘제제는 13개 제품의 판매중지가 이뤄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회수 명령을 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 주로 생산된지 오래된 제품이 회수 대상으로 분류됐는데, 문제없는 제품도 판매를 중지하면서 제약사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불만이 또 다시 빗발쳤다. 현재 식약처는 당뇨치료제 메트포르민의 불순물 함유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싱가포르 보건부(HSA)는 지난 4일 최근 현지에서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제제 4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3개 제품을 회수했다. 일일허용치 이상의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에서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과는 달리 메트포르민 조사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식약처는 메트포르민의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아직 수거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식약처는 올해 안에 메트포르민의 NDMA 시험법을 마련한 이후 수거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지난 13일 제약사들에 ‘메트포르민염산염’ 성분 함유 의약품의 생산내역과 사용 원료의약품 계통조사 자료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제약업체들은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국내에 들여온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메트포르민의 완제의약품은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약품의 국내 유입 여부에 대해 식약처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발사르탄 사례에 비춰보면 해외에서 불순물로 회수된 제품과 동일한 제조소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품은 국내에서도 판매가 중지돼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메트포르민제제와 동일한 원료의약품이 국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면 판매중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해외에서 회수된 원료의약품과 동일 제조소 제품이 국내에 유입됐더라도 수거 검사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합리적이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문제가 된 제조번호만 선별적으로 회수하는게 타당하다. 이미 발사르탄 파동에서 겪은 교훈이다.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내린 과감한 정책은 오히려 불안감을 부추겼다. 많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했다. 만약 식약처가 국민 불안감 확산이나 과거 정책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두려워 투명한 정보 공개를 꺼린다면 더욱 실망스러울 것 같다. 과거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진화된 정책을 펼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그땐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성할 줄 아는 ‘쿨’한 정부를 보고싶다.2019-12-23 06:10:41천승현 -
[데스크 시선] 문재인 정부의 원격의료 딜레마[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원격의료가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경제지 등에서는 정부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원격의료를 구체화하기 위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어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중에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한 경제단체는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주요 경제입법 과제로 꼽고,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통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면,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약사법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약사법을 개정해 온라인을 통한 약 처방과 배송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경우 원격진료와 더불어 의료기기 판매사업, 의약품 제조·배송, 건강관리서비스, 개인질병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분석이다. 경제계의 원격의료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도 곱씹어 봐야 하지만 우회적인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규제특구를 지정해, 제한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강원도가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지만 참여를 결정한 의료기관이 아직 1곳에 불과해 현장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만약 원격의료가 본궤도에 오르면 조제약 택배배송을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거동불편자가 병원에 가기 힘들어 원격진료를 했는데 약 조제는 직접 처방전을 출력해 약국으로 가라고 하면 동의할 환자가 몇명이냐 있겠냐는 것이다. 의약계의 갈등 과제인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영리법인, 조제약 택배이슈 등도 모두 의료가 산업의 대상이냐 아니면 공공재의 성격으로 봐야 하나의 충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보건의료의 영역에 산업정책 수혈이 필요하지, 아니면 정부의 규제 속에서 공공의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지는 찬반이 너무 팽팽한 의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도 쉽사리 원격의료 카드를 꺼내들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의료는 딜레마다. 보건의료정책에서 의료는 산업화 대상이 아닌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다는 기조가 분명한데, 경제단체나 경제관료의 눈에는 의료야 말로 돈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19일 발표되는 경제정책방향에 원격의료가 언급될지 아니면 기존대로 규제특례 시범사업 형태로 그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9-12-15 22:41:24강신국 -
[데스크시선] 기등재약 사후평가 필연성과 과제[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 수록 재정 지출 효율화와 지불에 있어서 가치 판단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된다. 그 중 의약품은 보장성과 함께 무게추도 변화해왔다. 과거 네거티브 리스트제도 하에서 의약품 보험등재 가치는, 더 많은 약제를 등재시켜 국민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었다. 당연히 업계는 시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품목허가에 중점을 두었고 당시 보험은 허가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포지티스 리스트로 보험 정책이 바뀌면서 무게 추는 빠르게 전환됐다. 제네릭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이 약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동일성분, 동일제제, 동일함량 약제라도 보험에선 같은 가치를 지니는지 끊임없는 의문부호가 생겨났다. 이 것은 세계적인 흐름으로서, 인구구조와 질병구조, 재정구조, 사회적 양상이 변화하는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 흐름 속에서 정부도 기업도 복잡다단해졌다. 정부의 심사와 평가 구조는 세밀해지고 까다로워졌으며 이에 맞춘 제약기업들은 제조공정과 R&D, 마케팅과 유통에 이르까지 더 많은 노력과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 선별등재제도, 기등재약목록정비, 약가 일괄인하, 제네릭 약가개편 등 약가 사후관리를 관통하는 수 많은 제도들이 이를 방증한다. 보험 진입 문턱을 낮춘다면 당연히 수반되는 사후관리 강화인 셈이니 두 개의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을 것이다. 최근 정부와 보험당국은 또 다시 약제 사후평가 방책을 내놨다.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안'이 그것인데, 아직 관련 위원회에서 확정하진 않았지만 공청회를 열어 일부를 꺼내보인 것이어서 전체 방향성과 맥락으로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사후평가는 크게 재정기반과 성과기반 평가로 나뉘는데, 임상적 유용성에 방점이 찍혔다. 재정기반 사후평가는 제외국 가격비교 재평가와 등재년차 경과 약제 재평가, 성과기반 사후평가는 문헌기반 재평가와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RWE 기반 재평가로 구분된다. 이에 대해 제약계는 사후관리 기전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재평가를 하는 데 대해 이중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재평가는 결국 보험약가를 떨어뜨리거나 하향조정하는 결과로 실현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2011년 시범사업 형식으로 마무리 했던 기등재약목록정비 이후 등재된 약제에 대해선 가격적인 사후관리 이외에 별 다른 기전 없이 약제등재 제도가 이어져 왔다. 그런 의미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이고 상시적인 약가제도체계를 갖추는 이 작업은 보험자와 가입자, 지불자와 환자의 측면에서 보험약제 신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동시에 선별목록제도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이 흐름이 필연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라는 데까지 인식이 따라왔다면,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방향에서 간과해선 안 될 이면을 넘겨 살펴야 한다. 환자와 가입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무엇이 고가약인가'에 대한 정의, 고가약과 희귀질환약, 항암제가 이 제도 안에서 실제로 'and'로 적용될 지 'or'로 적용될 지를 판단하는 실효성 예측, 콜린알포세레이트와 같이 RCT(무작위 임상)가 어려운 약제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여기에 현행 사용량-약가연동제도나 사전약가인하제도처럼 기존 사후관리와 중복되는 부분이 생길 경우 사회적 합의 부분을 비롯해, 제외국 가격비교 시 실거래가 파악의 어려움, 'efficacy(효능)'과 'effectiveness(효과성)' 안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제약산업계와의 갈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좋은 제도는 '간단명료'와 '보편타당' '예측가능성'을 전제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런 좋은 제도 뒤에는 합리성과 수용성을 고려한 정교함이 치열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2019-12-09 06:14:21김정주 -
[데스크시선] 20초 종합예술, CF에 대한 단상[데일리팜=노병철 기자] TV CF광고는 상업성을 떠나 종합예술로 평가받는다. 모델과 배경음악, 슬로건, 스토리, 장소 등 5대 구성요소의 어우러짐은 때론 영화나 다큐멘터리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 흥미 그리고 여운을 남길 때가 많다. 광고계에서 말하는 역대 빅히트작은 '또 하나의 가족, 삼성' '사랑해요, 엘지' 'KTF 쇼를 하라, 쇼!' 등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제작한 3분 다큐 형식의 실향민이 이북의 고향을 자동차를 타고 가상현실로 경험하는 영상은 광고를 넘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CF 제작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투자 대비 수익이다. 소비자로 하여금 탄성과 박수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그 광고를 보고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제작비를 포함해 연간 50억원을 쏟아 만든 광고영상임에도 10억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본 셈이다. CF 제작비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은 모델 캐스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A급 배우의 출연료는 7~10억원을 호가한다. 그 밖의 A·B·C등급은 수천만원부터 수억원 정도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무조건 유명 모델을 기용한다고 해서 그 광고가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십 수년 전, 국내 모기업들은 세계적인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 맥라이언, 드류 베리모어를 전격 발탁해 소비자로 하여금 이목은 끌었지만 기대와 목표치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반면 천호식품과 여명808은 그에 비해 저렴한 CF 제작비를 들이고도 빅히트 상품 반열에 오른 좋은 실례다.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음료 담당 PM들은 한정된 마케팅비용으로 최적의 CF광고를 탄생시키기 위해 에이전트와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한다. 과거 20~30년 전, CF 모델 선정 트렌드는 은막의 스타와 탤런트가 주를 이뤘다. 지금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아이돌 가수를 전격 기용해 1020세대 젊은 팬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폭발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드링크류 제품에 원더걸스, 소녀시대, 미쓰에이 수지 등을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와 실적을 퀀텀점프 시키기도 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로 실패를 점치기도 했지만 해당 제약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출시 2년 만에 250억원 외형으로 성장해 첫해 매출의 5배를 넘겼고, 지금은 1000억원대 블록버스터 드링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향과 시도는 경남제약 비타민C 레모나가 리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경 방탄소년단(BTS)과 광고계약을 맺고, 12월 초중순 CF를 온에어 할 계획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레모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BTS 멤버의 얼굴과 레모나 제품이 함께 인쇄된 홍보포스터는 물론 개별 제품(하트캔60포, 드링크, 20포 포장)이 출시도 되기 전에 품절사태를 예고할 정도다. BTS팬들은 SNS를 통해 '약국에서는 레모나만 확보해 주세요. 매출은 저희가 책임집니다' 라는 식의 문구와 구호로 그야말로 '전투적 구매'를 준비 중이다. 말 그대로 초대박이다. 이런 기세가 1년 간 지속된다면 전년도 더블 매출인 400억원 돌파도 유력해 보인다. 레모나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활기찬 에너지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전면 사용해 존재감과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 젊은 소비층이 선호하는 모델을 시의적절하게 기용하는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2012년에는 가수 아이유, 2014년에는 김수현 레모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여 중국과 동남아권 팬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광동제약 비타500으로 촉발된 제약업계 초호화 아이돌 CF 캐스팅이 경남제약 레모나로 이어져 매출 순기능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고, 이 시대 새로운 특화 트렌드로 확장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2019-12-02 15:15: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제네릭 품질향상' 외치는 정부의 궤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몇 년 전 한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시장에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고품질’을 표방한 적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엄격한 생산관리와 제품 모니터링, 품질보증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품질 좋은 제네릭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 담당 과장은 “제네릭 제품의 품질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제네릭이 허가받으려면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 제조시설까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또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물 흡수 속도와 농도 등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정한 기준을 모두 통과해 판매허가를 받은 제네릭 제품들은 품질이 동등하다고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제네릭 허가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18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전공정 위탁제조 제네릭의 허가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위탁제네릭 허가심사자료 중 면제됐던 GMP평가자료와 기준 및 시험방법 자료 등을 제출해야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식약처가 제네릭 규제 강화 배경에 대해 ‘고품질 제네릭’을 언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정 규정의 규제영향분석서를 보면 제네릭 규제를 강화하는 항목마다 “제네릭의약품의 품질 향상을 통해 '고품질'의 의약품 제공하고 의약품 유통의 건전성을 제고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제네릭 규제 강화로 고품질 제네릭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도다. 이는 제네릭 제품마다 품질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식약처의 엄격한 허가절차를 통과했다면 품질은 동등하다”라는 기존의 시각과 배치되는 견해다. 식약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품질 낮은 제네릭도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과연 허가 기준 강화 내용이 품질 향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애매하다. 위탁제네릭의 GMP 평가자료 제출은 이미 식약처가 검증한 적이 있는 자료를 다시 내라는 의미와 같다. 위탁제네릭의 GMP평가자료 제출은 불과 5년 전에 사라진 제도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적합판정서의 유효기간내에 있는 제조소에서 GMP 실시상황 평가에 관한 자료를 적합판정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GMP 적합판정서 제도’ 도입으로 품질관리 강화 기반을 마련했고, 검증받은 시설에서 허가용 의약품의 적합 판정을 내린 상황에서 위탁제네릭의 GMP평가자료를 또 다시 받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판단에 내린 조치였다. 하지만 5년만에 이미 검증한 GMP자료를 허가 때마다 제출토록 하는 것이 제네릭 품질향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현재 추진 중인 공동생동 규제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지난 4월15일 위탁(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시 시행 1년 후에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 3개까지만 허가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된다. 생동성시험 1건당 제네릭 4개까지 허가를 내준다는 뜻이다. 이후 3년이 지나면 위탁생동이 전면 금지된다. 고시 시행 4년 뒤에는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1개의 제네릭만 허가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4년 뒤에는 똑같은 제조시설에서 만든 동일한 제품도 생동성시험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같은 제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고품질 제네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위탁제네릭의 허가심사 규제 강화는 과학적 판단에 따라 면제해준 서류를 제네릭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다시 제출하라고 규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제네릭의 품질 향상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식약처의 제네릭 규제 강화의 목표는 뚜렷하다. 제네릭 난립이 심각하기 때문에 허가 장벽을 높여 시장에 유통되는 제네릭 개수를 줄여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전 제조공정 위탁제네릭의 범람이 시장 난립의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네릭 난립은 정부의 허가 규제 변화가 기폭제로 작용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차라리 정부 정책이 제네릭 난립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기조를 바꿀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규제 내용과 연관없는 ‘품질 향상’이라는 명분은 오히려 산업 현장에서 혼선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물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가 규제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에 대한 명확한 명분과 근거를 제시해야 기업들도 믿고 따라올 수 있다. 정부가 명분없는 정책을 양산하고, 손바닥 뒤집 듯 정책기조를 바꾸면 신뢰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2019-11-25 06:10:52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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