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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입은 약사에게 주어진 권리를 쓸 때다전문가들이 규정하는 지역약국과 약사의 단위 업무는 처방 조제와 약료관리, 건강관리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그러나 의약분업 시스템 아래서 병의원과 지역 약국간 관계가 수직계열화됨으로써 처방 조제가 두드러지고, 상대적으로 환자들의 약료 및 건강관리 기능은 눈에 띄지 않는 기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환자를 위한 약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가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 현실이 지속될 경우 약국은 '약 짓는 곳'으로 한정되면서 사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복약지도는 가운입은 약사에게 부여된 배타적 권리다. 복약지도를 의무로서만 받아들일 때 복약지도는 숙제가 될뿐이며, 스스로 다 안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약사가 절대적 우위에 서려면 복약지도를 주도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복약지도는 의무이전 가운 입은 약사의 배타적 권리다=최근 약사들이 복약지도 과정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환자들이 점차 '스마트'해 진다는 점이다.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장치들은 환자들도 약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소유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는 약사들의 철저한 대비가 없다면,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관리하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시쳇말로 '전문가 노릇하기' 힘들어지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대한약사회 이진희 약국경영지원이사는 "젊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복용 할 약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숙지하고 약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약사들이 끊임없이 최신 약물정보를 공부하지 않는 한 약사가 약의 전문가라는 인식은 더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약물과 관련한 약사들의 끊임없는 공부는 자기개발을 넘어 전문가로서 약사의 위치를 튼튼하게 하는 버팀목이라고 조언한다. 1년에 2번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연수교육만으로 약사가 더 이상 약사일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이진희 이사는 "약사들이 조제를 위해 임상강좌나 자료를 끊임없이 숙지해야 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됐다"며 "현 사회에는 약사가 일반약, 건기식의 트렌드를 알기 위해 약물의 최신정보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이를 넘어 CEO로서 마인드 배양을 위한 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여 공부할 때"라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은 꼼꼼한 약력관리가 곧 약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객이 내가 갖고 있는 질병을 이만큼 알아주는 곳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고객들의 약국에 대한 믿음은 배가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약력관리' 서비스도 개별 약국들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환자의 건강과 약에 대한 철저한 정보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으로 약국 내 별도 약력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대한약사회 신용문 학술부위원장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환자들이 약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게 된 만큼 약사들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꾸준한 환자 약력관리를 복약지도에 적극 활용한다면 전문가 위상도 세우는 것은 물론 약국 경영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효과적인 약력관리를 위해서는 전산 프로그램 활용법이나 직접 약사가 약력관리 노트를 만드는 방법 등 다양하다. 일부 약국은 단골 환자를 중심으로 '약력 수첩'을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도 있다.서울 구로구 미소약국 양병찬 약사는 "제대로 된 복약지도를 위해 약사만의 고유한 약력관리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약력관리로 약사가 주체적으로 환자 정보를 수집, 필요한 약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환자들에게 약의 전문가라는 인식을 더 공고히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의 여러 진단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약사 스스로 '복약지도'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복약지도는 '가운 입은 의약품 전문가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인데 일선 약사들은 '의무차원에서만 소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부여한 권리행사의 주체자로서 약사가 환자를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의무자로서 마지못해 흔적을 남기는 식으로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의약품 안전관리 주도할 때 사회도 약사를 지지한다=약사가 약사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의약품사용의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이다.지난해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 중 약국 보고율은 0.01%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병의원 보고비율이 72.08%, 제약업체 27.8%, 일반소비자 보고사례가 0.06%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사실상 약국의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 기능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의약품 슈퍼판매 논리도 일부 약에 한해 약국만 판매해야 안전이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측면도 엄연히 존재한다.늦었지만 약국에서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위해서는 일선 약사들의 DUR참여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한약사회 이광민 정책이사는 "국민들이 DUR을 통해 의약품 중복투약에 대한 인식이 생긴다면 의약품 슈퍼판매는 시작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모든 의약품에는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이 존재하는 만큼 약국 DUR 역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이광민 이사는 "예측 불가능한 의약품 부작용 중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에 반해 그것을 책임질 주체는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며 "따라서 적절한 대비시스템이 필요하고 환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회수, 관리 시스템도 가동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무자격자 약사영역 개입 방치하면 약사가 먼저 죽는다=환자들이 약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든 대표적 사례는 '전문카운터'와 '조제보조원' 등 무자격자의 약사업무 개입이다.약국에서 무자격자가 약을 다룬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약국과 약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기대하기 힘들다.약사 사회가 현 위기를 돌파하고 기회로 전환하려면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전문카운터 등 무자격자의 약사영역 개입을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 약사영역에 무자격자가 개입하는 한 돌파구는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그만큼 국민들의 인식 속 약사는 '어느 전문가보다 깨끗하고 믿을만해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내·외부적인 자정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약 슈퍼판매 논란이 '편의성'이 증폭된 여론의 결과였든 아니든 간에 약국 역시 '접근성'을 포기하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환자들에게 약국은 편의점보다 상비약을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현재 약국과 편의점 간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저녁 시간대 개점 여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번약국, 심야약국 같은 키워드는 약사사회가 계속 안고가야 할 숙제나 다름없다.또 개별 약국별 경영전략으로 심야시간 약국의 일부를 상비약과 의약외품 등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 약사나 별도 판매원을 상주시키며 판매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대한약사회 오성곤 전문위원은 "현재 약국 수가 편의점 수에 비해 켤코 적지 않다. 심야시간 상비약 판매권을 무조건 편의점에 뺏긴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약사들이 경영전략만 잘 세운다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2012-05-09 12:24:58김지은 -
여론은 약사사회를 왜 외면했나…'길은 어디에'의약분업 이후 끊임없이 약사 사회를 옥죄어 오던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한 약사법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굳이 풀어설명하자면 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다.이번 약사법개정안 통과로 20개 이내 품목의 일반약은 약사들의 품을 떠나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로인해 '약사=약'이라고 믿었던 약사들의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다.약의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전문 직능인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막으려 했던 약사들의 고군분투는 결국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약은 약사에게'라는 오래된, 그래서 너무도 당연했던 대명제는 어느 시점, 어떤 이유로 갈 곳을 잃은 것일까?◆'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란, 근본 원인=지난해 경희대 의료경영대학 김양균 교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70%이상이 의약분업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절반은 '편의성을 위해 선택분업이 도입돼야 한다'고 답했고 나머지는 '조제료 절감을 위해 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또 '조제료가 동일할 경우 약국과 의료기관 중 어느 곳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병원(73%)이 약국(27%)로 2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이같은 결과는 곧 의약분업 이후 국민들의 약국, 그리고 약사 직능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 적신호가 켜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의약분업 전후를 나눠 신뢰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계량화된 연구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업이전 보다 약국이 덜 편한 곳인 것만큼은 사실이다.그렇다면 약사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저하는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그 원인은 곧 약국 '접근성'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실제 의약분업 이후 약국들이 처방전 수요에 매몰되다보니 의원과 약국 간 관계가 건전하게 형성되기보다 마치 계약서상 갑을처럼 수직화됐다는 이야기는 약사사회에서도 늘 지적돼왔다.약국은 곧 주변 의원 처방전 수에 '울고 웃는' 종속관계처럼 비쳤고, 병원이 문을 닫는 저녁 7시만 되면 덩달아 문을 닫는 곳이라는 국민적 인식도 확산됐다. 결국 접근성 측면에서 약국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던 '예전 약국의 이미지'를 벗어나 있었던 것이다.정착되지 못한 당번약국과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의 사실상 실패도 약은 약국에서만 사야 한다는 소비자 의식에 나쁜 영향을 주는데 작용했다.복약지도 소홀은 더 이상 일부 일반약은 약국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라는 여론 형성에 기폭제가 됐다. 엄밀히 말해 복약지도 소홀이라기보다 과거했던 복약지도 수준에서 더 진화하지 못한 현실은 '그러면 약국에선 복약지도를 하느냐' 같은 비수를 만들어냈다. 약사 자신이 '약사=약'이라데서 더이상 걸어나오지 못하면서 '약사=약=복약지도'라고 본 소비자들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던 것이다.대한약사회 오성곤 전문위원은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의원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은 약사에게 가졌던 신뢰를 거둬들이게 됐다"며 "약국은 단순히 병원에서 나온 처방전을 조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늘면서 약사가 약의 전문가라는 명제 자체가 흐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결국 처방과 조제라는 구도의 공간을 채워줄 치열한 복약지도가 부족했던 셈이다.◆국민여론, 왜 약사에 등 돌렸나=이번 '상비약 편의점 판매' 도입은 철저하게 약사사회가 여론에 패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약사들이 여론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크게 약사사회 내부적 문제와 사회환경적 원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약사사회는 먼저 약의 안전성 이슈를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 '식후 30분'이 복약지도 소홀을 비아냥 대는 상징으로 부각되고, 약국 안의 일반 국민인 전문 카운터와 면대 약국 등이 전파를 타면서 '약은 약국에서만 구입해야 안전하다'는 국민들의 믿음을 와해시켰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논쟁처럼 일부 사례가 방송을 통해 증폭됨으로써 문제로 대두됐다는 식의 논리는 무의미하다.약사사회가 '약 편의점 판매' 반대를 위해 진행한 100만인 서명운동 국민에게 한발 다가서려는 약국의 치열한 노력의 부재도 여론이 전문직능인인 약사들에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약사회가 실천적 차원에서 진행한 스티커 복약지도가 일부 약국에만 국한되는 현실에서 약 편의점 판매 저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나 장외투쟁 등은 애초부터 국민 여론을 약사 편으로 돌리는데 역부족인 방법이었다.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회,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약사사회는 정치권과 연결된 이권집단'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가져왔다.곧 약 슈퍼판매를 저지하려는 약사들의 외침은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이기심으로 비쳐진 것이다.사회환경적 측면에서도 약사들의 전문성이 무조건적으로 '통'하는 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늘 연구하고 노력하는 전문성이 없는한, 면허증만으로 그 전문성을 영구히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의약품에 대한 정보 접근이 손쉬워지면서 환자들은 더 이상 약에 대한 정보를 약사에게서만 얻어야 하는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자기가 먹는 약에 관한한 의사와 약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데 약국의 대응은 '하던대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금 여론이라면 의약품 슈퍼판매를 넘어 약사직능을 더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번 약 슈퍼판매 논란은 한편으로 약사들이 정부가 아닌 국민 여론에 무릎을 꿇은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소비자 '니드'가 곧 '법'이 되는 사회=21세기는 소비자의 '니드'가 곧 법안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회다.약의 안전성이라는 근본적 대명제가 편의성이라는 국민들의 '니드'에 밀려 법안개정까지 이어진 일련의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약사 스스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사회적 중론이다이 같은 현실 속에서 약사, 그리고 약국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한 국민들의 인식 속에서 편의점 종업원과 복약지도 없이 약을 건네는 약사는 차별화될 수가 없을 것이다.환자들의 니드를 충족시킬 수 없는 한 약의 전문가로서 약사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다.의약품정책연구소 한오석 소장은 "현재 의약품 슈퍼판매를 약사 직능을 위협하는 현 정부의 움직임이라고 단순하게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약사사회는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약은 약사에게, 그리고 약사는 약의 전문가라는 인식을 다시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상황이 이렇다면 '복약지도를 듣지 않으려 한다'와 같은 약사들의 소극적 태도는 결국 또 다른 화를 부를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약사 스스로 이건 아니다 싶은 불합리한 조건까지 넘어서야 약사 직능의 길이 열린다는 의미다.2012-05-08 12:10:58김지은 -
빗장 풀었으면 철저한 감시·처벌 종합대책 내놔야"빗장을 열었으니 이제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철저한 단속을 통해 의약품 불법판매와 유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게 정부의 마지막 약속이었다."정부는 약국외판매약 도입을 추진하면서 편의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혀왔다.지난 2일 약사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의약품 구입 편의성에 대한 교두보는 일단 확보됐다. 오는 11월 제도시행까지 이제 정부가 내놔야 할 것은 세부시행 방안과 함께 종합적인 사후 안전관리 대책이다.◆약 구하기 편한 나라=#안전상비의약품만 놓고보면 한국은 전세계에서 의약품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 중 하나가 된다.한국의 약국당 인구수는 2006년 12월 기준 2341명으로 일본 2459명, 호주 4127명, 영국 5031명, 미국 5053명보다 훨씬 적다. 그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안전상비의약품'이 도입되면서 판매처당 인구수는 1000명 수준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2만개가 넘는 약국에 편의점 2만여곳, 특수장소 1100여곳을 포함하면 4만개가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여기다 편의점도 없고 특수장소도 없는 전국 581개 읍면지역에는 약방 등 또다른 방식의 접근통로가 마련될 예정이어서 접근성은 훨씬 더 배가된다.문제는 이렇게 접근성만 키워놓고 사후관리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약화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안전관리 대책=개정약사법은 곳곳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 판매처 등록제와 판매자 사전교육 의무화, 안전상비의약품 표시기재 강화, 포장단위와 판매수량 제한, 구매연령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판매대상 품목을 지정할 때부터 안전성은 면밀히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관리 뿐아니라 사전조정도 이뤄진다는 것인데, 약사회와 협의한 이른바 '스무고개' 배제기준이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안전가정상비약 도입은 일반약 #DUR(처방조제지원시스템)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도 일정부분 보완책이 마련됐다. 일단 병용금기 조합에 포함된 일반약은 안전상비의약품에서 제외시킨다. 연령.임부금기 약물은 포스시스템을 통해 판매과정에서 노출, 점검돼도록 할 예정이다.이 관계자는 "제도 시행을 전후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알리고 주의를 당부하는 것도 중요한 안전대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행정력에 대한 불신=국회 관계자는 그러나 개정약사법이 규정한 안전장치나 규제력이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품목선정 과정에서의 특혜시비, 가격인상, 약화사고가 터졌을 때의 보고와 사후대책 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는 "사고가 안나기를 바래야 할 정도다. 문제는 반드시 야기 될 것이다. 제도도입의 적정성에 대한 회의와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와 불신이 가득한 전망인 셈이다.그는 "사후 감시체계를 가동하는 것도 행정력에 비춰보면 불가능해 보인다.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수준이 평균보다 낮고 약물의존도가 높은 농어촌은 이렇게 가면 안전관리로부터 무장해제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그는 "복지부의 후속법령 추진과정과 제도시행 이후 전 과정을 국회도 주도면밀히 감시할 예정"이라면서 "편의성 위에 국민 건강과 안전이 있다는 점을 당국이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약사회 관계자는 철저한 감시와 처벌 시스템을 내용으로 한 종합적인 사후 안전관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이 관계자는 "약국외 판매가 금지돼 있는 지금도 슈퍼에서 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에 풀리게 되면 이런 불법 판매행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는 "안전장치가 아무리 잘 구축돼 있어도 정부가 제대로 운영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면서 "철저한 단속을 통해 유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또한 "정부 주도하에 정기적인 사후감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 약사회도 전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약국외 판매를 주창해온 경실련도 "약국외 판매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은 안전성"이라면서 "유통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하지만 경실련 관계자는 선언적인 측면의 안전대책 요구 이외에 구체적인 관리방안은 고민해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다음달 중 내놓을 하위법령 제개정안을 봐야 뭔가 이야기 할 게 있다는 게 전부다.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사후 감시체계 구축은 우리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숙제"라고 공감을 표했다.◆약국에 등돌린 민심 되돌리기=안전상비의약품 오남용이나 무분별한 사용에 따른 약화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약국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국회 관계자는 "약사법이 통과됐다고 망연자실하고 포기할 게 아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약국외판매를 반대했다는 근거를 축적해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전문직능이라면 자체 감시체계를 가동해 대안을 제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만약 여기서 물러서면 나중에는 쓰나미가 몰려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약사회 관계자도 "약국외 판매 논란이 한창이었을 때 찬성론자들은 약국의 약한 고리인 복약지도를 문제삼았다"면서 "국민들이 의약품 전문가를 신뢰하고 복약상담을 받기 위해 편의점 대신 약국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결국 약사들의 몫"이라고 거들었다.신뢰도 확보에는 일반약 DUR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정부 측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된 이후 약사회와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부 제한점이 있지만 약사들이 DUR을 잘 활용하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2012-05-05 06:44:58최은택 -
상비약 약국외 판매 도심·취약지 '투트랙'으로의약품 전문가인 약사가 아닌 편의점주나 아르바이트학생 등 일반인이 의약품을 파는 시대가 도래한다. 판매자인 편의점주가 아니라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판매자는 복약지도를 할 수 없다. 약국 밖에서는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챙긴 뒤, 구매와 투약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구매 편의성과 함께 소비자의 책임도 높아진 것이다.개정약사법은 약국외 판매와 함께 무분별한 의약품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장치들도 마련했다.그러나 이런 장치들이 비전문가인 소비자의 약물오남용이나 약화사고 발생위험을 차단할 수 있을 지 여전히 물음표다. 편의성을 위해 약국외판매를 선택했지만 안전판을 보다 촘촘히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정책당국에 요구되는 이유다."진통제 등 4개 약효군 내 최대 20개 품목 지정"◆어떤 약이 편의점으로 가나=개정약사법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대상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심야나 공휴일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라는 입법취지에 입각하면 기본적으로 '응급성'(상비성)을 띄어야 한다.정부는 그동안 약국외 판매 대상으로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4개 약효군을 예시했다. 구체적으로는 24개, 이중 유통실적이 있는 제품은 13개다. 대상품목은 품목선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복지부장관이 고시로 지정하게 된다.복지부 관계자는 "품목선정위원회를 통해 지정품목이나 갯수는 변경될 수 있지만 4가지 약효군 자체는 늘거나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최종 지정대상은 24개 잠정 선택품목 중 유통실적이 있는 타이레놀(4품목), 어린이부르펜시럽, 판콜에이내복액, 판피린티정, 베아제정, 닥터베아제정, 훼스탈골드정, 훼스탈플러스정, 제일쿨파프, 신신파스에이 등을 포함해 '13개+α'가 될 것으로 보인다.◆판매처는 어디인가=지역 주민의 접근성과 위해의약품 회수가 용이한 장소여야 한다. 24시간 연중 무휴로 운영되면서 바코드같은 전산관리시스템이 구축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가 해당된다.그렇다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가 모두 안전상비의약품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장(보건소장)에 판매업소로 사전등록을 마쳐야 한다.법령에는 구체적으로 판매점포나 업소가 지정되지는 않는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니어도 조건을 충족하면 판매업소로 등록할 수 있다는 얘기다.만약 미등록 점포가 안정상비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업주가 등록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판매할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가장 큰 자물쇠는 약국외판매약 품목수 상한 제한" 제약사, 편의점 공급내역 보고 의무화◆안전장치는 어떤게 있나=가장 큰 자물쇠는 지정 품목수 제한이다. 개정약사법은 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전상비의약품 갯수가 20개를 넘지 않도록 했다.의약품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자 복지부와 약사회가 전향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접점이었다.추후 약사법을 개정해 품목수를 늘리거나 제한규정을 삭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률개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사실 복지부와 약사회도 품목수 제한규정이 약사법에 명시될 것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복지부와 약사회의 '전향적 합의' 취지를 감안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입법적 관점에서 전격 수용한 조치였다.판매단위와 수량, 구매연령도 제한을 둔다. 판매단위(포장단위)는 1일투약량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회와 협의가 있었지만 제약업계 등의 의견까지 최종 수렴한 뒤 포장단위나 수량제한 폭이 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한 만큼 연령제한도 필수다. 해외의 경우 15세, 19세 등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8세나 12세 등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제약사가 편의점 등에 유통시킨 품목과 수량도 노출된다. 심평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공급내역을 보고하도록 의무화시켰기 때문이다.유통관리 뿐 아니라 안전상비의약품에 안전성 이슈가 생겼거나 리콜조치가 이뤄질 경우 신속한 회수와 폐기 관리가 가능하도록 통제권내에 묶어둔 것이다.또 안전상비의약품은 다른 상품과 구분해서 진열해야 한다. 주의사항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기재도 강화된다. 아울러 전문약, 다른 일반약과 구분하기 위해 겉포장에는 문자로 '일반(안전상비)의약품'이라고 표시해야 한다.의약품이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나 택배서비스도 금지된다.이밖에 판매등록자 사전 교육 의무화와 종업원을 포함한 판매점주 사후교육, 각종 준수사항과 위반시 벌칙조항 등도 안전판의 일종으로 마련됐다.취약지 대책 별도마련…내달 후속법령 입법예고 추진◆편의점이 없는 지역은=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편의점과 특수장소가 없는 읍면지역이 580여 곳에 달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들 지역에는 편의점 판매와는 다른 별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임채민 복지부장관은 "독거노인에 안전상비의약품을 보급하거나 보건지소 활용, 약방설치 등 다각적인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복지부 관계자도 "현행 법령내에서 가능한 지 아니면 새로운 입법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심야시간과 공휴일 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라는 대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약국외판매는 도심지 편의점 판매와 취약지 대책 '투트랙'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후속입법은 어떻게 진행되나=약사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개정되고, 안전상비의약품 지정고시가 제정된다. 약사법시행령에는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 등록판매자에게 부과될 과태료 등의 조항이 담긴다.약사법시행규칙에는 약국외 판매처 등록기준, 1회 판매수량 제한폭, 구매제한 연령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안전상비의약품 고시에는 품목선정기준과 약국외 판매 지정 의약품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복지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들 법령에 대한 입법·행정예고를 다음달 중 공고한다는 목표다.2012-05-04 06:28:58최은택 -
"환자 치료접근성 우선…조정보단 약가협상 활용""솔리리스, 조정 당사자가 대체 누구야?"급발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는 조정 상대방이 명확치 않아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위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국내 판권은 한독약품이 갖고 있지만 개발사인 알렉시온의 의지에 의해 협상이 좌우돼 왔기 때문이다.알렉시온은 지난 2차 회의 때는 '솔리리스' 조정논의에 관심을 갖고 보도해 온 데일리팜 기사를 문제삼기도 했다.위원회 운영규정에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데 정부와 일부 조정위원이 관련 정보를 데일리팜에 흘린 것이 명백하고 이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한 것이다.언론의 관심에 직접 반응할 정도로 이번 '솔리리스' 급여조정에 대한 알렉시온의 개입은 직접적인 것으로 보인다.실제 이 회사는 A7조정평균가로 산정된 655만원 이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정위원들 사이에서는 "조정을 위해서는 협상이나 양보도 필요한데 조정 당사자가 한독약품인지 알렉시온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한 조정위원은 "그동안에는 회의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 지 모르겠지만 당사자, 예컨대 의사결정 할 수 있는 파트너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초희귀약제 특성상 조정자체 처음부터 한계"하지만 위원회가 이렇게 부침을 겪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현행 약가제도는 환자 접근성을 고려해 급여조정 절차를 운영하고 있지만 초희귀의약품 특성상 조정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급여조정 절차를 두고 있는 현행 시스템을 개편해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초희귀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아닌 별도 재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론됐다.국회 한 보좌진은 건강보험법이 아닌 공적부조 개념의 새로운 법률에 입각해 초희귀약품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재정은 국고 지원이 가장 좋지만 건강증진기금이나 또다른 별도 기금을 조성해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만하다는 게 이 보좌진의 판단이다.별도 기금 조성해 가격결정·급여 관리 필요 공급거부시 강제실시·병행수입 검토할만그는 "19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급여결정 절차 전체를 놓고 해법을 찾아보겠다. 무엇보다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제약사의 공급거부에 대해서는 희귀질환센터를 통해 병행수입하거나 강제실시하는 방법도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강제실시의 경우 지난해 특허법이 개정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부)실시'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특허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강제)수용' 대신 특허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강제)실시'가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서울대보건대학원 연구자인 권혜영씨와 교신저자인 양봉민 교수도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에 게재한 논문에서 별도재원을 통한 급여방안을 제안했다.그러나 별도기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더라도 한정적인 재원으로는 제약사 요구가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분담기전(리스크쉐어링)을 적용해 협상기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실제 건강보험공단의 국외출장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희귀의약품을 관리하고 있다.유럽국가들, 다양한 위험분담기전으로 재정방어벨기에의 경우 약가결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희귀의약품은 다양한 협상부속합의를 통해 제약사 요구가를 수용한다.부속합의는 리펀드제나 패키지 협상, 예산체감제 등이 활용되고 있다. 모두 보험재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이다.또 보험재정에 영향이 매우 크고 대상환자가 한정적인 의약품은 특별연대기금을 조성해 지원한다.프랑스는 건강보험 3대 원칙 중 하나인 '환자 접급성 보장 원칙'에 따라 대체약제가 없는 필수약제는 반드시 등재시켜 환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신 사용량-약가연동제, 고정예산제 등 협상기법을 통해 재정영향을 방어한다.이태리도 프랑스처럼 환자 접근성 보장차원에서 대부분의 희귀약을 급여화하는데 재정은 보험재정과 제약사들에게 갹출한 돈으로 기금을 조성해 활용한다.공급 거부시에는 병행수입하거나 비급여 전환 후 기금으로 지원하는 등의 방법이 채택되고 있다."최우선 가치는 환자접근성…리스크쉐어링 도입해야"이에 대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소속 한 전문가는 "무상의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여논의도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보장이라는 가치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솔리리스처럼 독점구조가 확고한 초희귀의약품은 결국 제약사의 승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면서 "환자에게 일단 접근성을 열어주고 재정에 기반한 리스크세어링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환자단체 한 관계자도 "초희귀의약품은 재정논리로 접근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제라도 급여조정위원회에 기댈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약가협상에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할 때"라고 지적했다.복지부 관계자 또한 이번 사안을 두고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행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당장 현안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일축했다.2012-05-02 06:44:58최은택 -
"초고가약 직권등재도 공급거부땐 속수무책"약제급여조정위원들이 시름에 잠겼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 직권조정 시한은 20일도 남지 않았다.앞으로 많아야 3~4번 회의를 갖고 결론을 내야 한다. 고민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하기에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게 하나다.한독약품이 요구하는 가격과 건강보험공단의 최종 협상 제안가격을 감안해 '적정수준', 예컨대 중간가격으로 직권등재를 결정할 수도 있다.그렇지만 약값에 불만을 품은 제약사가 공급을 거부해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또 하나의 고민이다.보건의료계 한 전문가는 "이런 경우 급여조정위원들이 오히려 제약사 눈치를 봐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직권등재의 유명무실을 빗댄 말이다.실제 #급여조정위원회의 권위는 지속적으로 도전받아 왔다. 2007년 첫 조정회의를 시작한 이후 이 위원회에 회부된 의약품은 '솔리리스'가 7번째, 회의는 6번째 소집됐다.2008년 엘라프라제 약가협상 타결을 촉구하고 있는 한 환자 가족.2008년과 2009년 위원회에 회부됐던 헌터증후군치료제 '엘라프라제주', 뮤코다당증치료제 '나글라자임주', 폼페병치료제 '마이오자임주'는 제약사가 직권등재 가격에 불복해 제품공급을 거부한 사례다.이후 엘라프라제주는 관세면제 조치, 나글라자임주와 마이오자임주는 '리펀드제도' 시범사업으로 고시가(표시가격)을 인상한 뒤에야 제품 공급이 원활해졌다.1인당 연간 평균 2억원 내외, 가장 많은 경우 한명이 20억원 가량의 약값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혈우병치료제 '노보세븐'도 부침이 적지 않았다.이 제품은 2008년 급여기준이 2차에서 1차 치료제로 확대되면서 제약사가 약값을 45.5% 자진인하했다.그러나 회사 측은 같은 해 12월 환율 급등과 자진인하시 과도한 인하율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61% 약가인상 조정신청을 냈다.다음해 5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중에는 약품재고가 모두 소진돼 환자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협상결렬로 같은 해 7월 위원회에 회부됐고, 평균 33% 약값을 인상한 후에야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졌다.약값 결정은 1년 후 재협상과 20억원 현물지원을 조건으로 했다. '노보세븐'은 다음해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에서 다시 30% 가량 약값이 하향 조정됐다.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급거부 논란을 불러왔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은 기등재 의약품 가격을 낮춰달라고 환자들이 조정신청을 제기해 2009년 위원회에 회부됐던 경우다.위원회는 고용량 제품 미도입 등 5~6가지 이유를 들어 14% 직권인하 결정을 내렸다.그러나 제약사는 이 결정에 불복해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약가인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법원은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수용한 데 이어 1~2심 모두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될 경우 위원회의 권위는 실추될 게 뻔하다.보건의료계 다른 전문가는 "급여조정위원회에 올라오는 약제들은 필수약제이거나 약값 자체가 비싼 초희귀의약품들"이라면서 "협상력 자체가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제약사에 기울어있다"고 말했다.그는 "위원회가 가격을 정해 직권등재 결정해도 제약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 결정 당시에는 공급이 이뤄졌어도 나중에 수급 문제나 약값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지난 2월 복지부 앞에서 솔리리스 협상타결을 촉구하고 있는 환자단체 관계자. 초희귀약제 급여등재 논란은 2008년이나 올해나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솔리리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위원회는 그동안 두 차례 회의를 갖고 협상당사자인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 환자단체의 의견까지 청취했다.그러나 제약사가 제시한 바이알당 655만7098원,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450만5195원간 간극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제약사 요구가는 A7조정평균가, 건강보험공단 제시가는 영국 조정가격이다.심평원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당초 리펀드 협상을 전제로 A7조정평균가를 수용할 만하다는 의견으로 건강보험공단 협상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위원회는 2일 예정된 3차 회의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실제 '솔리리스'를 처방하고 있는 임상전문의를 초청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환우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 2차 회의에서 '솔리리스' 복용이후 정상생활이 가능해진 사례를 소개했다.임상전문가 또한 이 약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위원회 관계자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점은 거의 없다. 비싼 가격이 문제"라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적정한 조정가격을 내놓으려고해도 합당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의사결정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토로했다.위원회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 요구가격을 수용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안정 수급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근본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정위원들이 사안이 있을 때만 호출돼 주먹구구식 가격 논의를 이어갈 게 아니라, 그동안의 조정사례와 해외제도 등을 면밀히 연구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2012-05-01 06:44:58최은택 -
"준법 투쟁일 뿐"…의료계, 법안 무력화에 총력제도 불참을 선언한 의료계는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제27조 8항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 원장은 조정신청을 각하한다'를 통해 의사는 합법적으로 조정을 거부할 수 있다.결국 의사가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환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의료계는 이 점을 주목했다.37대 대한의사협회 출범준비위원회가 9일 긴급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열고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의협 출범준비위원회는 "조정에 응하지 말고, 소송에만 응하면 된다"고 밝혔다.조정에 응할 경우 조정원에 대한 협조 의무가 발생하면서 미협조시 500~3000만원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출범위는 "협조를 해도 피해자가 원하면 언제든 조정은 중지되고 소송으로 전환된다"며 "소송에 필요한 자료만 제공하는 꼴이 되고, 조정원의 판결이 강제성을 띄기 때문에 공단을 통해 강제 선납된다"고 지적했다.결국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한다면 의료분쟁으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마련된 분쟁조정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문화될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조정중재원이 설립됐지만, 의료계 단체가 감정위원을 추천하고 있지 않아 의료사고감정단이 꾸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도 문제 가운데 하나다.의료분쟁조정법 국회 발의 및 통과 과정.◆환자 단체 의료계 참여 요구=14대 국회때부터 발의된 분쟁조정법은 15~17대를 거쳐 18대에서 어렵사리 통과됐다.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토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배제했기 때문에 환자 및 시민단체로부터 반발을 샀다.의료계는 법안 통과 즉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안 시행이후 환자와 의료계 입장이 뒤바뀌었다.환자단체연합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의료사고를 은폐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과태료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오히려 입증책임 전환 규정에서 대폭 후퇴된 내용이라는 주장이다.연합회는 "환자들이 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의사들도 같은 권리가 있다"며 "환자들이 이를 이용해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환자 입장에서 오랜 소송기간과 고액의 소송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의협 측 우려는 기우"라고 밝혔다.◆의료계 "독소조항 제거해야 참여 가능"=하지만 의료계는 현 상태에서의 제도 참여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의료분쟁조정법 TFT 김암 위원장은 "의료계는 현재 준법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모든 의료인이 대불금 제도, 불가항력 의료사고 등의 독소조항을 거부하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은 절충을 통해 법안을 만들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대로 밀어 부쳤다"고 지적했다.김암(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TFT 위원장따라서 법안 개정 없이는 의료계의 참여도 없다는 얘기다.김 위원장은 "이미 만들어진 중재원이 허공에 떠돌지 않으려면 독소조항이 폐기돼야 한다"며 "조항 1개씩 주고 받기식의 협상이 아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모든 조항을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의료인 비율이 적게 배정된 감정부, 조정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김 위원장은 "의료사고인데 전문가인 의료인의 숫자가 적으면 정확한 감정이 되겠느냐"며 "90일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비전문가들이 내린 판단을 따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김 위원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이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료계와 지속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며 "전문가끼리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을 위한 제도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제도가 연착륙 될 것"이라고 밝혔다.2012-04-26 06:44:58이혜경 -
의료계, 23년 숙원 '의료분쟁조정법' 반발의료분쟁조정법이 이달 8일부터 시행되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본격적으로 가동했지만, 법안 시행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 목소리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분쟁조정법 통과 직후 23년 노력의 결실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던 의료계는 8개월만에 입장을 바꿔 '전면 백지화'로 돌아섰다.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이 만들어지면서 복지부가 몇 가지 독소조항을 포함시켰다는게 의료계 반발의 이유다.'신청인·피신청인' 모두 참여의사를 밝혀야 조정·중재절차가 개시되기 때문에 의료계의 '보이콧'은 제도 시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지난 16일 중재원은 개원 일주일만에 700건 이상의 피해상담이 실시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의료계가 제도 불참을 선언한 만큼, 상담의 대부분은 환자 측이 아니겠느냐는게 의료계의 입장이다.◆의료계 반발① 조직 구성 문제=의협 출범준비위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배포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조직 구성과 독소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조정위원회 및 사고감정단 등의 조직 구성도의료분쟁조정위원 11인과 의료분쟁조정위원회 50~100인, 조정부 5인, 의료사고감정단 50~100인, 감정부 5인 등의 조직이 의사가 없어도 구성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현행 조직구성안에 따르면 50~100인으로 구성되는 조정위원회와 사고감정단에 포함되는 의사는 2~3명인 상황이다.의료분쟁 조정·중재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은 인과관계 및 과실유무 등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감정을 실시하고,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한 심리를 통해 판정을 내리게 된다.과실입증과 손해배상액 산정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감정단과 조정부에 의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게 의료계의 주장이다.의협 출범위는 "보건의료인단체 추천인이기 때문에 꼭 의사가 아니어도 조직원 구성을 완료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 TFT 김암 위원장은 "의사도 몇 없는 감정원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의료계 반발② 독소조항=산부인과를 시작으로 모든 진료과목 의사들을 반발하게 만든 조항은 '제46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부분이다.제46조 3항에 따르면 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보건의료기관개설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분담하게 할 수 있다.복지부가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모럴해저드'를 우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조정원과 의료기관개설자 5:5 부담을 원칙으로 세웠다.이후 의료계가 법안 백지화, 제도 불참 등을 선언하자, 복지부는 8일 시행과 함께 분담비율을 7:3으로 확정·발표했다.제도 시행 3년 후 분담비율 등의 적정성을 추가 검토하겠다는게 복지부의 의견이다.하지만 김암 위원장은 "무과실책임 분담비율을 7:3으로 하자는 안까지 나왔지만 거부의사를 밝혔다"며 "9:1의 비율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절차이밖에 의료계는 '제40조 소송과의 관계', '제53조 벌칙', '제46조 손해배상금 대불', '제51조 조정성 등에 따른 피해자의 의사' 등을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손해배상금 대불과 관련, 진료비 청구액에 대한 압류와 같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김암 위원장은 "정부가 예산이 없기 때문에 대불제도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방관이 100%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을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면 납득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16일 중재원 개원 행사에 참석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당국 차원에서 여러 의료계 인사들과 지향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중재원 "의료계와 지속 대화"=16일 개원행사를 가진 중재원은 의료분쟁조정법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환자의 항의와 농성에서 벗어난 의사에겐 더 안정된 의료 환경이 주어지면서 양측 모두 전문적인 기관에서 신속하게 의료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중재건수 연간 1만2000건을 목표로 하는 중재원은 ▲환자와 의사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해결과정의 공정성 ▲전문 인력을 내세워 기존절차와 차별화를 둔 전문성 ▲법원과 달리 빠른 시간내에 의료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다.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와 대불금에 대해서는 의료기관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계획이다.2012-04-25 06:44:58이혜경 -
"제네릭 동등하다고? 무작위 수거 생동시험 하자""제네릭의 약효가 오리지널과 동등하다는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 정작 시중 유통 제품을 무작위 수거해 #생동시험을 해보자고 하면 손사래 친다."시민단체나 환자단체가 #참조가격제 도입 시기상조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생동조작 사태의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시판약을 수거해 생동의약품을 재평가하는 사례는 없다며 의료계나 시민단체의 이런 요구에 불편해 하고 있다. GMP와 제조공정 선진화 등으로 국내 제네릭의 품질은 충분히 확보됐다는 주장이다.식약청은 지난해 의료계 인사들을 초청해 제약사 공장과 생동시험기관을 탐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GMP시설 30여곳을 선정해 정밀약사감시에 착수했다. 모두 제네릭 품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하지만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나 환자단체도 정부의 이런 '진정성'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약가제도협의체에서도 제네릭 불신 해소차원에서 시중 유통중인 제네릭을 무작위 수거해 동등성 시험을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회의를 주재했던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식약청장 목 달아 날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 또한 100% 확신하지 못한다는 해석을 낳게하는 대목이다.의사협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식약청 초청으로 국내 한 제약사 생산시설을 직접 탐방했다.◆정부의 사후관리 노력=그렇다고 식약청이 시판약에 대한 사후관리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위탁해 매년 시중 유통품을 수거 검사해 사후조치하고 있다.결과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사후관리가 전무한 것으로 호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검사는 주성분 함량이나 제형, 표시기재 등을 점검하는 수준이어서 동등성 시험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생동파동 이후 생동재평가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재평가 대상을 미리 공고해 2년 이내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3차까지 기한을 채우지 못하면 허가가 취소된다.식약청이 공개한 재평가 결과 자료를 보면 2009년 906개 중 13개, 2010년 97개 중 1개 총 14개 품목이 2년간 자료미제출로 허가 취소됐다.그러나 2009년에는 195개, 2010년에는 25개가 생동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해 업체 스스로 자율 검증을 포기했다. 해당 품목의 매출이 미미해 품목 구조조정 한 사례도 없지 않겠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한 전문가는 "인력과 예산을 감안하면 식약청도 나름대로 사후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의사들과 국민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무작위 수거가 대안?=그렇다면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무작위 수거만이 유일한 해법일까? 시민단체 측 한 전문가는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시킬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그는 "정부가 방치하니까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가 직접 검증작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이러고도 참조가격제니 제네릭 활성화 운운하면 누가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하지만 동등성 검증작업이 녹록한 일은 아니다. 우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국내 생동시험 비용은 품목당 평균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게 통상적인 보고다.그러나 약제에 따라 적정 피험자수, 반감기(채혈기간) 등이 달라 실제 들어가는 비용폭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더구나 분석기관과 분석장비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올 수 있어 오점없는 과학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한 전문가는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시험을 잘못하거나 오류가 생기면 사회적 혼란과 제네릭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물론 시판 중인 의약품을 수거해 검증하는 방법이 생동성시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번 달 기준 급여목록표에 등재된 급여의약품은 1만4000여개, 이중 대조약을 포함해 생동인증 공고된 품목은 5000개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생동시험 제외대상인 5000개가 넘는 보험약은 실상 비용을 더 적게 들여서 검증작업을 거칠 수 있다.시민단체 측이 "(불신해소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절충 가능한 해법은?=제약계 한 전문가는 자율과 감시체계를 적절히 절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생동재평가는 향후 #품목허가갱신제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 전문가는 "갱신과정에서 시판후 안전관리 뿐 아니라 반드시 약효동등성을 재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이 동등성 자료는 생동재평가와 마찬가지로 제약사들이 자체 시험결과를 제출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도 행정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동등성 시험약을 제약사가 선택하지 않고, 식약청이 특정 연월일 생산 배지 제품으로 직접 지정해 주는 방식이다.불신해소를 위해서는 식약청이 직권으로 시판 의약품을 무작위로 수거해 검증하는 과정도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위탁하거나 연구용역 사업으로 매년 발주해도 무방하다.핵심은 매년 시중 유통약이 정기적으로 무작위 수거돼 검증되는 감시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것이다.이 전문가는 "매년 많은 품목을 검증할 필요도 없다. 걸리면 재수없다는 뒷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시판 후 사후감시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조업체에게는 상당한 압력이 될 수 있고, 국민들은 그만큼 정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적발 품목에 대한 엄정한 조치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예방장치다.2012-04-20 06:44:58최은택 -
"첫 단추 잘못 끼우면 환자 부담만 더 늘어날 것""제약산업은 혼비백산이다. 약가 일괄인하로 죽을 맛인데 무슨 새 제도를 들먹이나?"제약업계가 극도의 정책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참조가격제라니 기업의 사기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다.다국적 제약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혁신신약에 약가 가산을 인정하겠다던 복지부가 갑자기 발을 빼자 할 말을 잃었다. 정책당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의료계의 시각도 곱지 않다. 의사협회 측은 약가제도협의체에 불참한터라 논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제네릭의 동등성을 확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참조가격제는 시기상조라는 시민단체의 불신도 여전하다. 환자단체는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인프라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와 입장이 다르지 않다.복지부가 2002년 자초됐던 #적정기준가격제(참조가격제)를 다시 꺼내들었지만 지난 10년간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당시는 건강보험 재정파탄의 탈출구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위기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복지부, 약가제도협의체 활용 참조가격제 수면 위로복지부는 #약가제도협의체 공간을 활용해 참조가격제 도입 기틀을 마련하려고 한다.#보건의료미래위원회에서 중장기 개선과제로 참조가격제를 이미 수면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이 협의체에서 논의하더라도 갑작스러울 것도 없다.실상 이 협의체는 처음부터 참조가격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주 13차 회의에서 참조가격제 도입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협의체는 해산될 것으로 보인다.보건의료계 한 전문가는 "복지부가 어느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지금이 아니면 일을 낼 수 없다는 의식이 강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조가격제 밀어붙이기를 염두한 말이다.그만큼 복지부는 준비도 철저히 했다. 시민단체와 환자단체의 공감을 얻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정을 포함시킨 단계적 도입방안을 들고 나왔다.(박스기사 참조)어떻게 해서라도 이 참에 참조가격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노림수로 보인다.한국형 참조가격제 설계를 위한 연구용역도 오는 5월 완료 목표로 이미 진행 중이다. 연구책임자는 협의체 위원인 이의경 교수가 맡았다."제네릭 불신해소부터...참조가격제 논의는 그 이후에"하지만 참조가격제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여전히 팽배하다.핵심은 과연 참조그룹에 들어가는 제네릭들이 모두 동등한 품질을 갖고 있느냐다.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GMP 선진화와 사전사후 관리 등을 통해 품질면에서 문제는 없다고 말하지만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고 정부의 노력도 미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그는 "제네릭의 동등성이 확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조가격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참조가격제 도입논의는 제네릭 품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한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환자단체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 단체 관계자는 "아직 정부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일단 정부안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 "하지만 제네릭에 대한 불신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의료계는 국민과 산업 모두에 이롭지 않은 제도라며 검토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건강보험공단이 2010년 12월 개최한 '건강보장 미래를 말한다' 연속토론에서도 의료계와 시민단체,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참조가격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노환규 의사협회장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새로 집행부가 구성되면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지만 정부가 약값부담만 줄이려고 막무가내식으로 정책을 주물럭거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과거에도 비판이 제기됐지만 참조가격제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려 국민에게도 이롭제 못한 제도"라고 주장했다.약사회 측은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성분명처방까지 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대체가능약제에 대한 약국의 설명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제약협회 반대로 입장선회..."지금은 때가 아니다"제약업계는 아예 손사래를 쳤다.제약협회 측은 2002년 당시에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극심한 저가 경쟁으로 산업발전을 위축시킬 것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약가 일괄인하 정책에 따른 피로감이 새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다.국내 제약사 관계자도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이후 온갖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 정책효과는 제대로 검증조차 않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했다가 1년만에 유예되지 않았느냐"면서 "이런 아니면 말고식 정책결정 때문에 제약사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도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 이윤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책만을 고수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가 기업논리 때문에 반대한다고 이야기 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도 이익될 게 별로 없다. 정보 접근력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불평등한 제도"라고 지적했다.그는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환자 주머니만 더 셀 것"이라며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은 향후 화를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데일리팜이 지난해 5월 국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결과전문가들 대체로 호의적...협의체 결정에 영향미칠듯한편 의료계와 제약업계, 시민단체 등의 반응과 달리 전문가들은 참조가격제 도입에 호의적인 편이다.데일리팜이 지난해 전문가 3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50%가 '필요하다', 44%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시기상조' 의견도 제반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면 동의한다는 입장이어서 전체적으로는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었다.협의체에 참여하는 전문가들 의견 또한 이 설문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책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프라 구축부터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도입하자" 복지부는 약가제도협의체에 참조가격제 단계적 도입방안을 제시했다.◆인프라 구축=1단계에서는 제도시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과정이다.대체조제 활성화,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적절한 대체약과 비용 정보를 제공한다. 제네릭 품질을 강화하고 홍보를 통해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도 이 과정에서 할 일이다.또 약값 절감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체조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모색한다.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아니 덴마크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아울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건강정보) 등을 통해 동일성분 최저가 의약품에 대한 정보 등 의약품 관련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인다.이 건강정보 애플리케인이션은 이미 심평원이 개발해 올해 1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보급 중이다. 참조가격보다 고가약을 사용하는 경우 처방전에 표기를 의무화하는 조치도 1단계 과정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단계적 시행=대체성 논란이 적은 1~2개 동일 약효 의약품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2002년에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소화성궤양용제 등 11개 약효군이 검토됐었다. 이어 3단계에서는 재정절감 효과 등 시범사업 평가를 실시하고 곧이어 4단계 본사업에 착수한다.본사업 또한 시범사업 평가결과를 반영해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고려사항=참조가격제의 성패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한 참조가격과 참조그룹을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또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참조가격선 이하 품목을 선택할 경우 본인부담금 경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선진국들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국가마다 제도 운영방식이 다르다. 독일은 참조그룹을 동일성분으로 시작해 동일약리 및 동일 치료효과군으로 확대해 갔다. 참조가격은 통계적 중앙값(다중회귀분석)의 하위 1/3이다.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는 참조그룹을 동일성분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참조가격은 프랑스는 제네릭 평균가, 이탈리아는 최저가, 스페인은 최저가 3개 가격의 평균, 벨기에는 오리지널의 70%로 각기 다르다.◆약품비 절감 효과=전문가들은 참조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물론 제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향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견은 존재한다.복지부에 따르면 참조가격제를 1989년 처음 도입한 독일은 참조그룹을 연방급여결정기구가 치료적 동등성을 갖는 3개 클러스터로 구분해 설정한다.레벨1은 동일 주성분 혹은 생동성을 갖는 의약품, 레벨2는 약리학적으로 비교가능한 주성분 의약품, 레벨3는 비교가능한 치료효과를 갖는 의약품을 말하는데 레벨1에서 시작해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갔다.제도 시행결과 2004년 기준 약 25억 유로의 재정이 절감되고 제네릭 사용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실제 제네릭 점유율은 1991년 28.8%에서 2006년 35.9%로 증가했고, 2005년 기준 보험약 2만7908개 중 1975개를 제외한 품목들이 참조가격 이하로 인하됐다.문제는 참조가격이 적용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병원의약품은 주로 참조가격이 적용되지 않는 DRG로 처방됐고, 비참조가격 의약품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2012-04-19 06:44:58최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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