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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바이오벤처의 빅파마 네트워킹 전략
기사입력 : 21.03.29 0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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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의 바이오톡] 유진산 파멥신 대표





◆방송 : 안기자의 바이오톡
◆기획 · 진행 : 안경진 기자
◆촬영 · 편집 : 김형민 기자
◆출연: 유진산 파멥신 대표


안경진: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데일리팜 안경진 기자입니다. 오늘 ‘안기자의 바이오톡’에서는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창업자로 꼽히는 분이죠. 파멥신 유진산 대표님을 초대손님으로 모셨습니다.

유진산: 안녕하세요, 파멥신 대표를 맡고 있는 유진산 입니다.

안경진: 바이오벤처 업계에서는 파멥신의 설립 과정이 전설처럼 전해져 오거든요, 유진산 대표님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재직하시던 시절이죠, 노바티스벤처펀드와 보건산업진흥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한국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마련한 GATE 프로젝트에서 유 대표님의 완전인간항체기술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상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잘 모르시는 시청자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유진산: 네, 말씀하신 GATE 프로젝트는 노바티스벤처펀드와 보건산업진흥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맥킨지, 삼성종합기술원 등이 마련한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파멥신이 대상의 영예를 얻으면서 노바티스의 지분투자를 유치하게 됐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스핀오프(spin-off) 형태로 2008년 9월 3일 파멥신이 설립됐습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9월 15일 월가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죠, 다행히 2009년 1월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파멥신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헬스케어 분야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 오비메드(OrbiMed)가 파멥신의 잠재력을 보고 노바티스와 함께 투자를 결정하게 됩니다. 덕분에 2009년 9월 노바티스와 오비메드 주도로 6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죠. 이후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파멥신에 농축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안경진: 요즘 워낙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워낙 많은 인기를 얻고 있잖아요? 사실 처음 (파멥신의 창업스토리를) 전해들었을 때는 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임영웅 씨처럼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리만 사태와 같이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도 하고, 바이오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파멥신 창업 당시 바이오벤처 생태계는 지금과도 정말 많은 차이가 있죠, 파멥신이 국내 첫 번째 항체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라고 알고 있는데요. 맞나요?

유진산: 예, (국내 첫 번째 항체신약 개발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우수한 항체라이브러리가 덕분이었습니다. 항체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져 있었고, 파멥신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올린바시맵(olinvacimab) 외에 다중표적항체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었죠. 그러한 잠재력을 인정받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 서울도 아닌 대전에 있는 작은 회사가 오비메드, 노바티스 같은 회사로부터 관심을 받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옥석을 가리기 좋은 시기라고들 얘기하지 않습니까? 돌이켜보면 지난 1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요. 지금은 워낙 젊고 훌륭한 과학자와 기업가들이 늘어났고, 자금도 풍부해지고 정부지원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다행스럽습니다. 저 역시 앞서가신 바이오벤처 창업 선배들로부터 혜택을 받았기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부족하지만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안경진: 대표님 말씀을 가만히 들어보면 '우리'라는 표현을 참 많이 쓰시거든요,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유용한 자료나 글을 아낌없이 공유해주시는데, 얼마 전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홈페이지에 여러 편의 글을 기고하셨더라고요.

올해 초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매출 상위 10개 제약사 임원들이 발표하신 내용을 정리한 자료였는데, 서두에 K-바이오 생태계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힘들게 정리한 자료를 공유한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유진산: 굉장히 미력한 부분입니다.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는 한해를 시작하는 행사고, 초청을 받은 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형태거든요. 저는 창업 초기부터 매년 참석하다 보니 JP모건을 통해 얻는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늘 가져왔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가 비대면으로 개최되서 아쉬웠는데, 글로벌 매출 상위 기업들의 비전을 업계와 공유하면 신선한 충격이 되고 각 기업의 사업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생명공학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리게 됐습니다.

안경진: 읽기만도 버거울 정도로 분량이 상당해서 대표님께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정리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가 유용한 발표를 들을 수도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킹하는 기회로서 역할이 크잖아요? 바이오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네트워킹 기회가 차단되는 데 대한 어려움을 많이들 토로하시더라고요.

대표님처럼 오래 기업을 운영해 오신 분들도 그렇지만 새로 창업하신 분들은 더욱 난감하실 것 같아요. 임상시험 스케줄은 물론이고 예정됐던 컨퍼런스, 미팅들이 줄줄이 취소되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으시죠?

유진산: 파멥신의 예를 들면 지난해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 참석차 출국했다가 여러 일정들을 보고 1월 셋째 주경 돌아왔거든요, 이후에도 수많은 해외 일정들이 잡혀있었는데, 미국 출장을 다녀온 후 인천공항에 간 적이 없습니다. 글로벌 임상시험수탁회사(CRO) 우시헬스케어포럼(Wuxi Healthcare Forum)에 연사로 초대를 받아 참석할 예정이었고, 중국 출장이 여러 건 예정되어 있어서 복수 비자를 받았었는데 한번도 사용하지 못한 채 한 해가 지나가 버렸네요. 미국암학회(AACR),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USA BIO 등 암관련 국제학술대회 기간 중에는 학회 참석 목적 외에도 해외 오피니언 리더들과 미팅을 잡아놨었는데 모두 취소되고 말았죠. 물론 파멥신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모든 바이오기업들이 동일하게 힘든 상황이었죠.

다행히 줌(Zoom), 웨벡스(WebEx) 같은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 하고 적응해 왔던 것 같습니다. 대면행사가 취소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여전히 비대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셔서 글로벌 기업들에게 (본인들의 기업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에 앞서 (우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환자들과 시장의 수요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안경진: 글로벌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2상임상 혹은 그 전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사업 모델을 표방하는 사례가 많잖아요, 바이오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도 글로벌 기업들과 네트워킹하거나 빅파마의 관심영역을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들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바이오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신 분들을 위해서 국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유진산: 아주 간단한 방법을 소개하자면 구글 검색창에 'Global Top 10 Pharma'라고만 입력해도 매출 1~100위 기업 명단과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들이 어떤 기술과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다 나와있어요. 사업개발(BD) 분야 수장의 이메일주소도 공개되어 있고요. 본인 회사의 기술이 그쪽이 찾는 것과 맞는다면, 그 회사들만 일단 추려서 리스트를 다시 한번 만드시는 겁니다. 그 회사들의 사업개발 부서장에게 이메일로 사업 제안서를 보내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쪽에서 관심을 보인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고요. 만약 관심은 있는데 다른 회사(경쟁업체)의 기술이 더 매력적이라고 한다면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굉장히 비싼 컨설팅을 무료로 받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안경진: (빅파마 사업개발 담당자들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나요?

유진산: 물론 답변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요, 정말 관심이 없다면 (제안서가) 휴지통에 버려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빅파마의 관심이 없다는 것도 일종의 평가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방법들을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이야 예전보다 벤처캐피탈업체가 늘어나고 투자유치 환경이 좋아졌긴 합니다. 내 기술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수준인지가 정말로 궁금하다면 이런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매출 상위 30위권에 드는 글로벌 기업들은 벤처캐피탈 부서를 두고 있거든요. 거기에 투자해달라고 제안한 다음 받는 피드백을 컨설팅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죠. 지금처럼 대면 미팅이 어려운 시기에는 이메일 등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이 (우리 회사의 기술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다면, 화상회의를 통해 얼굴을 보면서 Q&A를 주고받을 수 있고요. 이 때 시차가 있으니 화상회의 일정을 상대방에게 맞추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안경진: 와, 정말 13년간 바이오벤처를 운영하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해주신 것 같아요. 물론 이런 과정들이 가능하려면 (본인 회사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선행돼야 하겠죠?

유진산: 물론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퀄리티입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만 한다고 착각하면 안되고요, 경쟁업체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구글에 검색만 해봐도 경쟁업체 현황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경쟁업체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죠.

안경진: 바이오벤처를 운영하려면 정말 부지런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군요. 바이오기업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정말로 유용한 내용들을 많이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파멥신 얘기를 좀 해볼까요? 올해 중요한 이벤트가 많이 예정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유진산: 파멥신은 '올린바시맵;과 머크(MSD)의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하는 2건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재발성 악성 뇌종양과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연구인데요. 프로토콜상 환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등의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020년 초까지 지속하게 될텐데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관련 글로벌 2상임상을 진행하기로 머크와 합의하고, 프로토콜을 확정했습니다. 최종 계약만 남겨둔 단계입니다.

안경진: 작년 12월 샌안토니오유방암학회에서 삼중음성유방암 관련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셨죠?

유진산: 맞습니다. 임상 중간결과를 샌안토니오유방암학회에서 소개했었죠. 뇌, 폐, 골수 등으로 전이가 발생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은 예후가 상당히 불량합니다. 앞서 머크가 진행한 글로벌 임상에 따르면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 ‘키트루다’를 단독 투여했을 때 객관적반응률(ORR)이 9.6%로 집계됐거든요. 그런데 중간 분석 결과 현 시점에서‘올린바시맵’과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한 환자들의 ORR은 50%, 질병통제율(DCR)은 67%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반응률이 5배 이상 높아졌으니, (병용약물로서)‘올린바시맵’이 해야 할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환자수가 적으니 환자수를 늘려서 추가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게 된거죠. 이 연구는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키트루다’와 ‘올린바시맵’ 병용투여의 효과를 평가하는 디자인입니다.

혁신신약 후보물질인 PMC-402 와 PMC-403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PMC-402 는 올해 말에 암환자 대상으로 글로벌 1상임상에 진입할 계획이고요. PMC-403은 암과 노인성황반변성, 당뇨병 환자들에게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안질환 등의 적응증을 공략하게 됩니다. 그밖에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인 PMC-309도 해외에서 임상시료를 생산 중인데, 내년 임상시험계획 제출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올린바시맵’을 다양한 약물과 병용하는 연구를 준비 중입니다. 물론 특허 문제로 인해 공개하지 못하는 유망한 후속 파이프라인들이 수면 아래에서 핵잠수함처럼 열심히 항해하고 있습니다.

안경진: 마지막에 핵잠수함이란 표현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그동안 파멥신 하면 ‘올린바시맵’만 떠올렸는데, '올린바시맵'을 제외하고도 유망한 혁신신약 후보물질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되네요. 바쁘신 중 자리해주신 대표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알찬 방송으로 찾아뵐께요.

안경진∙유진산: 감사합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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