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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조 단위 기술수출 시대 냉정함 갖춰야
    기사입력 : 23.11.21 05: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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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조(兆)' 단위 숫자가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8곳에 달한다. 올해도 연말까지 8곳 이상 제약사가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업계 최초로 분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제약바이오기업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9곳에 달한다.

    조 단위 수출 계약도 적지 않다. 종근당은 이달 초 총액 13억500만 달러(약 1조6200억원) 규모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엔 에이비엘바이오가 10억6000만 달러(약 1조36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돌아보면 조 단위의 숫자가 파격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사노피와 총액 39억 유로(당시 환율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조 단위 숫자를 업계에 알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미약품뿐 아니라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워졌다. 그 즈음 연매출 1조원 넘는 제약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심심찮게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졌다. 워낙 비현실적인 숫자 단위였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호재로 작용했다. 조 단위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지면 어김없이 주가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거품 논란도 제기된다. 총액 1조원에 가까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총 계약규모는 낙관적 전망이 가득 담겨 있다. 총 계약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해서 해당 후보물질의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후보물질이 개발이나 허가 등 세부 계약조건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수령하지 못한다. 그래서 제약업계에선 대체로 총 계약규모보다는 즉시 수령하는 계약금을 토대로 해당 후보물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의 실적 전망도 마찬가지다. 한 의료AI 기업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10년 후 매출 목표치를 10조원으로 제시했다. 작년 매출이 140억원 규모였으니, 10년 만에 기업 실적을 700배 이상 키우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10조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만 이어졌을 뿐이다.

    조 단위 숫자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숫자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이미 제약업계는 총액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반환되는 경험을 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 5000억원 이상(4억 유로)이 남았음에도, 해당 기업에겐 악재로 작용했다. 기대감이 높이 쌓일수록 무너졌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크게 마련이다. 냉정함이 더욱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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