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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보니 한통 값이면 최신 아이폰 8.3대 구매

  • 데일리팜
  • 2017-01-02 06:15:00
  • '명상' 프로젝트의 시작...개념화·기준설정 시도

"요새 나오는 신약들은 다 비싸서 말이야…."

"그렇죠. 아, 그런데 도대체 '비싸다'는 의미는 뭘까요?"

"맞아. 나도 그게 궁금하더라. 백만원이 넘어야 비싼 건가? 만원짜리 약이라도 투약비용과 시간, 효능군에 따라 더 비쌀 수 있는 거 아닌가."

"환자 입장에선 50만원짜리 항암제보다 20만원짜리 일반 신약이 더 비쌀 수 있죠. 산정특례 때문에…."

데일리팜 기자들이 가진 물음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고 예기치 않은 '수다'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날숨 내쉬듯 내뱉곤 하는 '비싼 약'이라는 말. 그렇다면 과연 어떤 약을 '#고가약'이라고 할까. 과연 고가약은 '비싼 약'인가? 아니면 그저 추세를 말해주는 대명사에 지나지 않을까.

최근 급여 등재된 대표적인 경구용 고가 신약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하보니, 서튜러, 소발디, 델티바, 자이카디아, 카프렐사.
우리는 곧 야심차게 기획팀을 꾸렸다. 정부, 공공기관, 약국, 병원, 제약, 유통을 아우르기 위해 데일리팜 편집보도본부 안에서 이 분야를 직·간접적으로 담당하는 기자 넷을 모았다.

각자의 출입처와 현장에서 전문가들을 찾아 고가약에 대해 물었다. 그 전에 관련 연구자료를 찾고 정부와 약제관리 수행기관들이 말하는 정의를 조사했다.

"공식적인 '고가약'의 정의와 기준은 없어요. 약제마다 특성이 다르고 가격대가 제각각인데 얼마 이상은 고가이고 이하는 저가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약제 등재적정성을 심의하는 심사평가원과 약가를 합의하는 건보공단의 입장은 같았다. 교과서적인 답변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처음부터 빗나갔다.

약가 일괄인하와 대체조제 인센티브,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 등 약가제도 전반의 취지를 미뤄보건데 고가약이란 단어 속에는 '상대적인 고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는 짐작만 어스름하게 할 뿐이다.

하지만 국회와 업계, 학계 시각은 각자의 입장에서 뚜렷했다.

사실 외국에선 초희귀의약품(대부분 바이오)들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공급을 독점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보고서가 나오는 추세다.

미국 메사츄세츠 주 암 전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항암제 선택기준에 대한 연구에서 "비싼 약 때문에 처방을 주저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의사 수가 2003년에 비해 2008년 현저히 늘어났다는 사례 연구가 발표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어떨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소속의 한 의원실에서는 고가약 기준에 대해 단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단가에다가 치료에 필요한 수량을 곱한 총액을 기준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의 입장은 보다 신중했다.

한 교수는 "효과도 없는데 약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면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고가라고 봐야 한다"며 "다만 맞춤형 또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 추세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공정이 까다롭지만 효과나 가치가 충분한 약들이 생겨나고, 이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라면 고가라고 해도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효능·효과를 중심으로 한 가치적인 문제를 충족한다면 비싼 것이 비싼 게 아니라는 얘기다.

약과 생·사를 함께 하는 제약계의 관점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세계적으로 환자가 매우 적어 단가가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고 가중평균가가 계속 낮아져서 나중에 가서는 기존 약제 투약비용보다 신약이 더 비싸게 보이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굳이 정의를 내려본다면 약이 주는 사회적 이익의 가치가 아니라 시장논리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고 비싼 약"이라고 규정했고, 또 다른 전문가는 "기존 투약비용의 3배 이상 또는 전체 치료비용의 2배 이상을 동시에 만족한다면 고가약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비용효과성을 따져서 국내 고가약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는 "개인적으로 GDP 1.5~2배 이상 의약품을 고가약이라고 생각한다. 약가는 질환 치명률이나 환자 규모, 유병률, 임상개발비용 등이 결합돼 반영된다"고 말했다.

신약 1개를 만들기 위해 10년 이상 투자하는 제약사들의 입장에선 성공할 10년 보상에 더해 실패할 10년의 비용을 모두 약 1개에 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생산단가로 가격경중을 따질 수 없다는 전제도 덧붙였다.

사족을 달면, 우리 주변에서 보는 이런 '비싼 약'의 가격이 다른 나라에서는 더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어도 공식적으로 확인 가능한 약가수준에서는 그렇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가격은 효과에 비례한 값이다. 비교약제 대비 얼마나 효과 등이 개선됐는 지를 먼저 보고 판단해야 한다. 대체제가 없거나 대체치료법이 없는 신약은 (고가냐 저가냐가 아니라)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가나 저가 여부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A7 국가 또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데일리팜이 만난 정부기관과 국회, 업계 전문가들은 신약의 비싼 정도를 논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분명히 고가약은 있다고 했다. 고가일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더라도 비싼 건 비싸다는 얘기다.

우리는 최근 몇 년 간 업계에서 회자되고 이슈를 오르내렸던 #표적치료제들을 추려 데이터를 만들어봤다. 약제마다 용법·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단가를 배제하고 대표 함량의 1개월치 투약비용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결과는 입이 떡벌어졌다. 온갖 혁신기술이 다 담긴 획기적인 신약들이 급여권에 들어오려고 일정부분 조율을 거쳤는데도 한달 약값이 최저 84만원대에서 최고 1900만원을 육박한 것이다.

평면적인 수치비교에서 더 나아가 적절한 비교 대상을 찾기 위해 논의를 벌였다. '약 대 약'으로 갈 것인지 '약 대 생필품'으로 갈 것인지도 우리의 논쟁거리였다.

신기술을 집약하고 획기적인 기능(효능·효과)을 탑재한 의약품 하나가 과연 다른 업계에서 일컫는 '혁신'의 아이콘과 비교해 얼마나 비싼 지 보고 싶었다.

최근까지도 업계 관심이 뜨거웠던 C형 간염약 하보니정 한 통(28정)을 사는 것과 스마트폰의 종결자로 불리는 아이폰 최신기종 8.3대는 대략 가격이 같다.

사용범위와 적용 인구, 생산단가 등은 각기 다른 상황이지만 양 업계의 최첨단 제품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의 무게와 질감은 컸다.

우리는 중간 취재 점검을 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고가약 의미를 정의해 제시하려던 했던 당초의 계획을 급선회 하고 분야별로 흩어진 생각들을 주워모아 집단지성화시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처음 추구하려고 했던 고가약의 본질을 보다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취재]=최은택·김정주·정혜진·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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