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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을 위해 여행을, 여행을 위해 약국을"

  • 정혜진
  • 2016-07-14 06:14:52
  • 1년 장기 여행 위해 약국 시스템 바꾼 김수길 약사

김수길 약사
약국체인 휴베이스 내 여행동호회 방장을 맡고 있다기에 김수길 약사(44·김제 효민약국)는 '여행을 많이 한' 약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만나보니 그에겐 '여행을 많이 할' 약사라는 표현이 적합해보였다.

'여행 많이 하려는 약사가 한 둘인가?'라고 되물을 것이다. 하지만 김 약사는 진짜다. 어느 때건 떠날 수 있는 환경과 마음을 갖춰놓고 있다. 더군다나 그는 1인 약국 약국장이다.

"주말, 공휴일 시간이 되면 언제든 떠납니다. 와이프와 아이를 데리고 생각나면 바로 출발하는 거죠. 그리 큰 준비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건 여행가서도 다 해결되거든요."

누구나 '여행가고싶다'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쉽지 않은 건 일상 때문이다. 특히 약국을 홀로 운영하는 약사라면 김수길 약사의 이야기를 들어봄 직 하다.

그는 가족들과 1년에 한번 15일 간 반드시 해외여행을 떠난다. 중요한 건 그렇게 자리를 비워도 약국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약국을 비운 기간과 돌아와서 수습하며 들이는 부담보다 여행이 주는 에너지가 훨씬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1년에 한번 꼭 보름 여행을 떠나자 다짐했습니다. 다짐을 하고나선 약국을 바꾸기 시작했죠. '내가 없어도 괜찮을' 약국으로요."

원체 여행을 좋아했던 김 약사다. 아이가 태어나고부턴 아이에게 아빠가 잘 하는 걸 해주자는 생각에 어디를 여행하든 아이와, 아내와 함께한다.

효빈약국 내 조제 관련 자동기기들
고비도 있었다. 4년 전 터키여행이었다. 여행 후 자신이 비운 약국에서 대타로 근무해준 약사에게 미안할 만큼 그의 빈자리는 컸다. 약국을 비우는 게 마음에 걸려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우연히 2014년 쿠바를 다녀와 마음을 먹었다. '1년에 한번, 15일 여행을 반드시 가자'라고.

그해 여름 바로 떠난 곳이 유럽이다. 텐트와 캠핑장비를 싣고 자동차로 유럽 전역을 돌았다. 15일간 하루 300km씩 운전하며 다녀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세계 어디든, 가벼운 준비로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여행을 간 15일을 위해 1년 간 약국을 준비시킵니다. 거의 모든 작업을 자동화, 매뉴얼화했습니다. 환자에 대한 아무리 작은 내용도 다 메모하기 시작했죠. 대타 약사님이 힘들이지 않게 복약지도를 할 수 있도록이요."

그의 약국에는 그래서 유난히 자동장비가 많다. 처방전이 많지 않은 약국이지만 자동조제기를 거의 초창기에 들여놓았고 제포기, 정제 카운터 기기, 자동출력기 등 기기가 나오면 먼저 사서 써보는 '얼리 어답터'가 되었다.

"기기 뿐 아니라 직원 교육, 대타 약사님의 역할이 명확합니다. 하다못해 직원에게 일반약을 물어보는 환자에게는 '말씀하신 제품은 일반의약품이라 약사님만 상담 판매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는 응대 멘트까지 정해져있죠."

여행지에서의 김수길 약사
여행의 즐거움을 알고 나니, 여행을 가능케 해준 약국 직원에 대한 고마움도 커졌다. 더 나아가 약사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약국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감사함도 느꼈다. 직원 복지를 늘리고 휴가 보너스 금액을 확대한 것도 그런 뜻에서다.

김수길 약사는 '이렇게 여행을 다녀 오면 또 1년 간 환자를 친절히 대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비싼 여행, 꽉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그 나름의 스타일대로 가족끼리 최대한 즐겁기 위해 떠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여름이 되면 단골환자들이 먼저 '여행 갈 때 되지 않았나'라고 챙겨 묻는다.

"오는 8월 초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비라고 해도 같이 가는 가족들과 다른 일행들과 연락하는 일 정도입니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최소한의 준비만으로 부담없이 떠나야 즐겁습니다. 지금 가면 여행이지만, 10년, 20년 후에 가는 건 관광입니다. 약사님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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