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약만 아니라 약사 관심과 조언 사고 싶다"
- 이혜경
- 2016-01-04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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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약국선택 패턴 변화...약국 '감춰진 기대감'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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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을 방문할 때면 어느 약국을 가야할 지 고민을 좀더 하게된다. 다양한 약을 장기처방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 봉투는 뜯기 편할까' '복약지도문 인쇄는 제대로 되어있을까' 등 생각이 많아진다.
지난해 이석증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두 달 가량 모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근처엔 문전약국 4~5개가 있었다. 매주 약국을 바꿔가며 약을 조제받았다. 약국마다 스타일이 달랐다. 최종 낙점한 약국은 약 봉투와 복약지도문이 깔끔하고, 한 마디라도 더 건네주는 약사가 있는 곳이었다. 어이없게도 어지럽고, 미식거리며 토할 것 같은 내기분을 알아줬으면 하는 감춰진 속내도 있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공감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집과 꽤 거리가 있는 문전약국을 막상 단골약국으로 삼기는 쉽지 않다. 일반약이 필요할 때는 또 다시 편한대로 약국을 찾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집 근처 약국은 "목감기약 주세요"라는 요구에 "4500원입니다"라는 말만 되돌아온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상처를 받았던 약국엔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소심한 복수일까? 인지상정일까?

하지만 그 날은 뭔가 달랐다. 말할 기운도 없는 상태에서 머리가 '핑' 돌면서 휘청였다. 달랑 직원 1명, 약사 1명만 있던 작은 약국이었는데, 둘이 동시에 "괜찮냐"며 달려 나왔다. 직원은 따뜻한 물을 건네고, 약사는 몸 상태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것 저것 챙겨먹어야 할 영양제도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느껴지기에 '팔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그 분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라도 꼭 챙겨먹으라는 한 마디에 진심이 느껴졌다.
내가 까탈스러운 소비자일까? 주변에 물어보니 약국에 대한 느낌,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약국을 찾는 기준이 뭐냐', '단골약국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반응은 대개 비슷했다.
서울 종로에 사는 홍모(34) 씨는 "집이나 회사 근처 약국을 주로 방문한다"며 "아플 땐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약국 가운데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를 보고 들어갔다가 친절한 약사 때문에 믿고 다닌다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이모(40) 씨는 "약국 인테리어를 보고 가장 깔끔한 곳을 찾게 된다"며 "그곳에서 친절한 약사를 만나면 기분이 덤으로 좋아진다"고 귀띔했다. '친절'이라는 말은 모호한데, 일반 서비스업에서처럼 인사성 밝고 사근사근한 태도 만은 아니었다. 약국과 약사에게서 기대하는 친절은 아파서 마음이 약해진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전문가로서 권위가 실린 조언을 해주는 것이었다.

약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경향은 자신이 가고 싶은 약국을 직접 찾아 나서는 특징이 있다. 꼭 약국을 찾지도 않는다. 급할 땐 편의점에서 비상상비약을 사고, 온라인몰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고, 홈쇼핑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한다. 약국과 약국의 경쟁 못지 않게 약국과 다른 소매점들과 경쟁도 이미 벌어지고 있다.
종종 약국이 아닌 곳에서 건강, 미용 관련 상품들을 구매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인 약사의 말이 없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주위에 새로운 의원이나 약국이 들어서면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무슨 소리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말이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많이 아파보니 어르신들의 그 말씀이 이해가 간다. 개인적 경험과 주위 몇몇의 이야기에 얼마나 대표성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소비자가 약국에서 구매하고 싶은 건 의약품 뿐만은 아니다.
전문가의 관심과 조언을 구매하고 싶은 것이다. 환자가 "목 감기약 주세요"라고 말했을 때 "4500원 입니다"라는 답변에 앞서 목이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지 정도만 물어봐 줘도 아픈 사람들은 충분히 위안을 받게된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면 어떨까. 공감이 일어나면, 약사에 대한 믿음은 훨씬 커지니 말이다. 물론, 환자에 따라서는 귀찮게 왜 물어보냐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봐 주는 약국이 2016년엔 크게 늘어나기를 소비자의 일원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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