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설명없는 천연물약 지원 약속 번복
- 천승현
- 2024-10-28 06: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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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약 약가 우대 정책은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된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및 보건안보를 위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이 배경이다. 당시 복지부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 선순환 등 혁신성장을 위한 노력에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제약·바이오 혁신 생테계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보건안보 차원에서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은 적정 원가 보전 등을 통해 안정적 공급유도와 국민불안 해소도 추진 배경으로 제시됐다.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안'에는 혁신형제약사 개발한 신약으로 식약처 신속심사를 받는 제품을 약가 우대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건정심에 보고한 안건 대부분이 포함됐다.
하지만 천연물의약품의 약가 우대는 건정심에 보고됐는데도 개정안에는 제외됐다. 복지부는 건정심에 ’천연물 기반의 약물 중 우월성이 입증된 경우 약가우대‘를 보고하고 우대 기준 요건 등과 관련해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시 추후 별도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당국과 제약업계가 지난해부터 가동한 약가제도 개선 민관협의체에서도 혁신신약의 약가우대 등을 논의하면서 천연물의약품의 약가우대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지난 1월 열린 회의에서 ‘신약 등 협상 대상 약제의 세부 평가기준’에 세포치료제 또는 천연물 기반 의약품 중 임상시험에서 대조약 대비 우월성이 입증된 의약품에 대해 약가 우대 필요성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처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지표를 통해 통계적으로 우월함이 입장됐다는 내용을 확인하면 약가우대 대상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복지부는 건정심에 보고한 안건 중 천연물 의약품 지원 방안이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천연물 의약품의 약가 우대 요구는 과거 특혜 논란이 있었다는 이유로 효과 좋은 약 개발을 역차별한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현재 국내기업이 자체 연구역량으로 개발한 천연물 의약품에 대한 허가와 약가 우대 조항이 소멸된 상태다.
천연물신약은 보건복지부가 2000년 제정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에서 용어가 시작됐다. 당시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 법이 신설됐다.
식약처는 2002년 의약품 품목허가 고시인 ‘의약품 등의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에 천연물신약에 대한 허가 요건과 심사 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천연물신약은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 규정했다.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의 경우 허가시 제출자료 요건과 심사기준을 다른 신약에 비해 완화하는 혜택도 부여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천연물신약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예를 들어 천연물신약은 독성에 관한 자료 12가지 중 유전독성, 생식독성, 발암성 등 10가지 자료 심사를 면제하고 동물에 대한 약리작용 등 약효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도 일부 면제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천연물신약 용어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통해 천연물신약이 허가 심사 과정에서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감사원은 “기존의 한약·생약제제 등 전통적 의약품과 차별화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과정을 적용해 유효 성분의 연구, 독성 및 약리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강화하고 천연물신약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천연물신약 허가심사 기준을 신약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감사원의 지적 이후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개정을 통해 천연물신약의 정의를 삭제했다. 약사법상 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새로운 의약품으로 정의된다. 생약이나 한약을 사용해 만든 천연물의약품은 신약이라는 단어 뜻과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금지했다. 제약사들은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광고도 금지된다.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규정에서 천연물신약의 별도 허가 요건을 삭제하면서 기존의 천연물신약의 허가 특혜도 사라졌다.
예를 들어 한약(생약)제제 추출물은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변경했다. 성분프로파일은 한약(생약)제제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분석자료의 패턴을 말한다. 한약(생약)제제의 품질관리는 주성분을 구성하는 특정한 지표성분의 함량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합물의 조성, 비율 및 함량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성분프로파일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한약(생약)제제의 허가를 신청할 때 잔류·오염물질에 대한 안전성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과거에 없던 규제다. 한약(생약)제제는 기본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배과정 등에서 유해한 잔류·오염물질의 혼입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유해물질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천연물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제도가 폐지되면서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 2012년 천연물의약품 R&D 파이프라인은 55개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16개로 급감했다.
물론 천연물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천연물이라는 이유로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에 대한 지원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1년 전에 우월성이 입증된 천연물의약품의 약가 우대를 건강보험 최고 의결 기구에 보고했으면서도 정작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아직까지 천연물의약품 지원 대상 제외에 대한 뚜렷한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 방향을 믿었던 제약업계는 이유없는 번복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왜 천연물의약품 지원 정책만 빠졌는지 의아해 할 뿐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약속 번복은 상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변수다. 다만 정책 방향 번복에 대한 설명을 내놓는 것도 신뢰 받는 정부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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