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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금연 시범사업 "꾸준히 방문한 환자가 없다"

  • 데일리팜
  • 2015-02-03 06:15:00
  • 왜 또 병의원 중심인가...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는 복지부

#S/1(국회의원회관 한 의원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 모델을 보고서 그와 나는 다시 2년 전 파일을 불러냈다. "어처구니없군."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A4용지 두 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서울XX구 보건소 민간금연클리닉 시범사업 사업개요 및 결과 질의사항.' 201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그가 일하고 있는 국회의원실에서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 중 한 첨부문건의 제목이었다.

"정부예산을 투입한 사업인데 성과 자체를 평가할 수 없다는 보고내용이에요. 사업비 집행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추적관리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이 문건을 보면 누구도 이 사업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는 사업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문건을 보고, 그 문건의 행간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애로사항.

이 답변서는 2013년 4월 당시 복지부 건강증진과에 근무했던 A주무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복지부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평가조차 어려운 이 사업이 이렇게 망가진 건 '꾸준히 방문한 환자'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A주무관은 '의료기관의 원래 방문 목적이었던 질병이 완치되면 금연을 목적으로 다시 의료기관을 찾지 않게 됨'이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이건 결과론적 판단이다.

우리는 '환자의 의지 부족'과 '의사의 참여의식 부족' 때문에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었을 것이라고 결론 냈다.

'의사의 권유로 금연을 시도하는 환자가 많았다. 스스로 금연의지를 갖고 금연클리닉을 찾는 사람들보다 금연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 '진료 대기 중인 환자가 많은 경우에는 상담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금연상담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A주무관의 기술내용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복지부가 곧 배포할 '2015년도 금연치료 건강보험지원 사업안내' 길라잡이를 넘겨 읽다말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담뱃값이 올라서 경제적 부담을 키우는 방식으로 환자 의지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금연상담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의사들 문제는 진찰료보다 상담료를 더 많이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풀면 된다는 거군요."

#S/2(서울 사당역 인근의 한 커피숍). B교수의 말에는 평소 같지 않은 '불[火]'이 담겨있었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가도 되는 건가요? 언제부터 흡연이 질병이었죠? 정부가 흡연은 질병이나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한 걸 들어 본적이 없었는데…."

실제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담뱃값 인상이나 금연소송이 제기되기 전엔 금연 급여화 요구에 신중론을 펴면서 사실상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가 건보공단은 금연소송을,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하루 아침에 흡연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공론화하기 시작하더니 내친김에 금연치료 급여화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1년도 채 안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과장을 보태면 금연운동 영역에서는 '상전벽해' 같은 일이다.

B교수는 목소리를 더 높여갔다.

"금연치료를 급여화한다면 급여 타당성 검토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해야 지 6개월 만에 뚝딱 해치우겠다는 건 대체 뭐죠? 더구나 급여화 추진도 엄청난 일인 데 그 때까지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한다고? 이건 원칙도 원리도 없는 거잖아요. 그냥 담뱃값 올렸으니까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보자는 식이구만."

나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딱히 틀린 구석도 없어보였으니까. "건강보험 지원사업 기본모형은 어때요? 병의원이 금연참여자 등록부터 유지관리, 금연보조제 선택과 약 처방까지 모든 걸 다 하는 구조네요. 약국은 금연보조제나 약만 주고 건강보험 지원금을 대신 청구하는 역할이군요."

B교수의 답은 거침없었다.

"정부가 경험에서 배운 게 없는 거죠. 급하게 밀어붙이다보니까 그런 여유도 없었겠지만요. 기본적으로 수요자 중심적 사고가 부재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B교수의 주장은 이런 이렇게 요약된다.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올랐다. 연초이기도 하고 금연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가 새해 들어 보름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담뱃값 인상 영향이 흡연자들을 흔들어 놓은 건 맞지만 사실 흡연자 10명 중 4명 정도는 평상 시에도 금연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 한다. 의지가 부족하거나 동기부재, 주변여건이 받쳐주지 않아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작심삼일'이기 십상이다.

이런 사람들이 금연에 성공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이용 가능한 자원을 충분히 동원해 지지, 독려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접근성부터 보자. 일반 직장인은 병의원에 개설된 금연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의사들은 금연보조제를 잘 모른다. 그러다보면 의사와 금연참여자 모두 복잡한 금연보조제 대신 손쉬운 금연치료 약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경우 약물 부작용은 간과될 수 있다.

B교수는 "결국 금연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 측면이나, 금연약물 대신 적정한 금연보조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병의원 뿐 아니라 약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복지부가 금연사업에 '치료'라는 용어를 채택하고, 의료기관 중심으로 모델을 구축한 것은 의사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분쟁소지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텐데요. 수요자 입장에서 접근했다면 절대 이런 모델은 나오지 않았을걸요."

*공동취재 = 최은택·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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