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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에게 지급된 진료비 누수액, 누구 책임인가

  • 최은택
  • 2014-05-12 06:14:59
  • 심사·청구 이관 논란 속살을 들여다본다

건강보험공단은 급여비 청구와 심사권한을 심평원으로부터 이관받아 청구와 동시에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했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건강보험 재정누수는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청구·심사권한 이관에 따른 재정누수 사전 차단효과는 연간 2조~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 자료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급여비 청구·심사와 지급을 두 개 기관으로 분리해 재정낭비를 방치해온 정부와 국회, 보험자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건강보험공단의 주장은 사실일까?

◆재중동포 김씨 이야기=건보공단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진료단계에서 자격유무를 점검하고 진료 후에는 곧바로 의료기관이 진료내역을 정리해 실시간으로 급여비를 청구해야 한다. 또 청구된 급여비는 실시간 점검과 심사가 이뤄져야 가능한 얘기다.

현실은 어떤가? 현재 요양기관 중 95%는 급여비를 월단위로 청구하고 있다. 나머지 5%는 주단위 청구로 전환한 경우다. 상황이 이렇다면 병의원이 심평원이 아닌 건보공단에 급여비를 청구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청구 이관보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발의한 건강보험법개정안대로 진료단계에서 건강보험 자격 및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이는 까닭이다.

◆건보공단에서만 자격확인 가능?=자격정보는 현재도 심평원에 제공되고 있다. 자격변경 내역은 매일, 전체 마스터 파일은 매월 업데이트 돼 심사전에 자격유무가 사전점검된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연계하는 자격항목은 주민번호, 사업장기호, 지역·직장, 외국인 등 16개 항목에 달한다. 심평원은 이 자격DB를 이용해 무자격자를 사전관리하는 데 국가유공자, 이민자 등 무자격자 진료비 청구는 심사하지 않고 지급불능 처리해 건보공단에 통보한다.

오히려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자격상실 시점에 대한 이력이 없고 부정확해서 현실적으로 점검에 어려움이 많다는 게 심평원 측의 주장이다. 건보공단만이 사전 자격확인이 가능한 게 아니라 현재 연계되는 정보를 더 보완하면 사전점검을 더 정확히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대목은 현 시스템이 3단계에 걸쳐 자격유무를 엄격히 점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1단계는 진료, 2단계는 심사, 3단계는 지급 시점에서 이뤄진다.

다시 말해 건보공단은 급여비를 지급하기 전에 수진자의 자격유무를 점검한 뒤 급여비를 지급하도록 돼 있는 데 어떻게 된 일인 지 김 씨의 진료비는 건보공단에서 차단되지 않고 그대로 지급됐다.

이 쯤되면 시스템이 아니라 건보공단의 업무행태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될 법하다.

심평원 사전점검 대상에는 4대보험연계센터에서 취합되는 보건의료인과 가입자의 출입국관리 내역도 포함돼 있다.

◆세부진료내역 통보까지 4~5개월?=건보공단의 지적 중에는 심평원으로부터 세부진료 내역을 받는 데 진료시점으로부터 4~5개월이 소요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진료비 업무처리 기간, 다시 말해 심평원에서 머무르는 기간은 15일이다.

심평원은 통상 법정심사 처리기간인 15일 이내에서 진료비 심사를 마치고 건보공단에 결과를 통보한다. 월단위 청구기관을 예로 들면 진료기간(30일), 청구·심사(15일), 심사결정통보(2일)을 포함해 45일이 소요되는 셈인데, 상당기간은 요양기관이 늦게 청구한 영향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측은 "(건보공단 측의 주장은) 과장되거나 극히 드문 일"이라고 일축한다.

◆건보재정 2조~3조 누수 막는다?=건보공단은 마치 청구·심사권한을 이관받으면 수조원의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소 황당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건보공단의 지난해 환수결정금액은 총 3838억원 규모였다. 구체적으로는 거짓·부당청구 335억원, 사무장병원 2153억원, 보험사기 34억원, 무자격자 진료와 증대여·도용 53억원, 산재사고 은폐 후 건강보험 진료 713억원, 교통사고 은폐 후 건강보험 진료 268억원, 기타(폭행 등) 282억원 등으로 분포한다.

건보공단은 미국과 유럽의 부당청구비율을 5% 수준으로 보고, 한국의 환수비율(0.5%)과 비교해 금액을 추산했다. 작년 환수결정금액에 단순히 '10'을 곱한 것이다.

외국의 부당청구비율을 단순 비교하는 식의 셈법인 데, 더 큰 함정은 건보공단이 급여비 청구를 사전관리하면 부당청구율이 0%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청구이관으로 사무장병원 사전점검?=건보공단은 사전관리가 아닌 사후관리 체계로 인해 사무장병원을 색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무장병원에 지급된 누수액은 지난해 건보공단 환수결정액의 5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건보공단이 청구와 심사권한을 행사하면 사전에 사무장병원을 색출해 낼 수 있을까? 현재 사무장병원은 사법기관의 수사에 의해 적발되는 게 대부분이다. 건보공단도 대부분 수사기관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서류상으로 적법하게 개설돼 운영되는 사무장병원을 진료비 청구서만 가지고 건보공단이 사전에 변별해 낼 수 있을까? 심평원 측은 결과는 동일하다고 일축한다.

사무장병원을 색출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급여비를 환수하는 것인데 건보공단은 환수결정액의 10%도 채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심사권 이관보다는 검경의 수사를 통해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의료기관의 급여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의 건보법개정안이 하반기 시행되는 게 재정누수를 막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급여비 청구·심사권 이관 주장은 건강보험공단이 2012년 쇄신위원회 활동보고서를 낸 이후 3년 째 지속되고 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최근 월례조회에서도 "청구와 지급이 분리된 비정상적 진료비 청구시스템으로 인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재정누수를 나중에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과 건보공단의 일련의 행보에 심평원 직원들의 동요는 매우 컸다.

이 때문인 지 최근 손명세 심평원장도 작심한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손 원장은 역시 최근 월례조회에서 "건강보험 보험자를 공단이라고 규정한 현행 법률은 입법 당시 실수에 의한 것"이라면서 "건보법 규정 정상화 내지는 별도 입법을 통해 심평원이 국가에 더 크게 기여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원장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양 기관 간 신경전은 앞으로 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정향옥 심사1부장은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 부장은 "건보공단은 2000년 심평원이 설립될 때부터 건보공단이 심사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이 안 먹히니까 청구 이관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평원은 37년간 심사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기관이다. 건보공단의 행보는 업무혼란만 가중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우리 직원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부장에 따르면 심사는 건보공단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전문심사가 필요한 진료내역만 심평원에 의뢰하고 나머지는 전산심사하면 된다는 게 건보공단의 발상인 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전문심사 내역을 발췌하기 위해 심평원은 1050명(상근 50명)의 전문인력(진료심사 위원)을 두고 있다. 의학적 판단없이 전산으로 난이도를 체크해 단순 분리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산심사도 상병, 약제, 허가사항 등 7단계로 나눠 철저히 점검된다. 명세서 하나 하나도 전산점검, 요양기관 등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마련한다.

정 부장은 "이런 심사체계는 심평원 직원들의 수십년 땀과 혼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공지능 심사라고도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심사시연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 재정누수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이 주장하는 줄단위 청구내역에 대해서는 "건보공단이 원하는 정보는 거의 다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심사결과가 항목별로 가기 때문에 얼마든 지 건보공단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가령 약제심사에서 4줄의 급여비가 삭감됐다고 통보하는 데, 건보공단은 몇 번째 줄이 깎인 것인 지 세부내역까지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심평원 심사의 우수성은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한다. 의료급여와 보훈에 이어 자동차보험도 심사를 위탁받지 않았나. 그런데 정작 건보공단만 자기 식구를 믿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건보공단이 심사 이관을 이야기하면서 제시한 환수결정액 항목도 보면 무자격자 진료 이외에는 대부분 사전관리가 아닌 사후관리를 통해 가능한 것들이다. 이 것을 뻥튀기해서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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