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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환자 도와줬을 뿐 인데…"

  • 김정주
  • 2013-05-23 06:30:01
  • 조영규 차장(심평원 의료급여실)

"도와주세요!"

어느 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의료급여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이가 아파트에서 추락해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데, 병원비가 없다는 사연이다.

구구절절 절박했다.

임대아파트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이 아이 부모의 살림에 병원비 '폭탄'이 떨어졌다. 무려 1300만원.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수소문 끝에 심평원 응급의료비 대불제도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응급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데 보호자가 없거나 경제적 이유로 적기에 진료를 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병원에 진료비를 납부해주고, 추후 환자에게 받는 제도다.

이 부모는 근심거리가 해결됐다는 생각에 병원에 문의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자격이 안되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알아서 내라"는 싸늘한 반응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수화기를 든 아이의 부모는 무작정 심평원 의료급여실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부모와 조영규(47) 차장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의료급여실 의료관리부에 근무한 지 7개월 남짓. 민원서비스실로부터 대불제 관련 사연을 건네받는 일은 하루에도 수십건씩이지만, 생사의 기로에 있는 절박한 사연을 듣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제도 설명과 자격여부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환자 아이는 대불제를 충분히 적용받을 수 있었어요. 병원에 내용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더군요. 상황이 너무 급하고 딱해서 병원에 제가 직접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여곡절 끝에 대불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 아이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할 수 있었다.

돈 앞에서 자식의 생사가 갈리는 아찔한 경험을 한 아이 부모는, 두고두고 감동을 받은 듯 했다. 심평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 사연을 올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 일은, 어려운 형편의 그들에겐 최대한의 성의였다.

간절하면 이뤄지고,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게시판 내용이 심평원 내부에 퍼질 즈음, 때맞춰 심평원에서는 '고객의소리(VOC) '칭찬합니다' 우수사례 발굴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138명의 쟁쟁한 후보자들이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최우수상은 조 차장이 '따놓은 당상'이라고들 얘기했다.

"제가 고맙죠.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인데, 이렇게 상까지 주시니 쑥쓰럽습니다."

숫기없는 안색에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했다는 조 차장. 받은 상패와 상장도 멋적어 사무실 책상 한 켠에 두고 혼자 볼 뿐이다.

인터뷰를 마친 조 차장은 "조금 전에도 환자 문의를 받았다"며 서둘러 업무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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