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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글로 주역, 미국 건너간 까닭은?

  • 이탁순
  • 2012-11-19 06:44:52
  • 고종성 보스턴 제노스코 연구소장

지난 12일 만난 고종성(57) 제노스코 연구소장은 전날(빼빼로데이) 짝사랑 여인에게 초코과자를 받은 것처럼 신나보였다.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신약개발 벤처회사를 세우고 실로 오랜만에 고국을 밟은 그였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3주간의 출장이 부담스러울만도 한데 인터뷰 내내 10대 아이들처럼 생기발랄했다.

그 역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신이 난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신나게 만들었을까?

제노스코는 국내 바이오벤처 회사인 오스코텍이 투자한 신약개발연구소로, 항암신약 등을 연구하고 있다. 1981년부터 2007년까지 LG에서 젊음을 바친 고 박사가 홀홀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세운 벤처회사이기도 하다.

그때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세계가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린 2008년 말경이었다.

"한마디로 역발상을 한거죠. 경제가 어려우니까 놀고 있는 인재들이 넘쳐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규모의 경제는 막을 내리고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그야말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거라고 봤습니다. 그게 제로에서부터 시작한 이유입니다"

더구나 당시는 빅파마들이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에 비해 성공률이 낮은 것에 염증을 느끼고 벤처에 눈을 돌릴 때이기도 했다. 연구만 잘하면 길리어드같은 성공모델도 가능해 보였다.

미국 신약개발 메카인 메사추세츠 보스턴 바이오협회의 지원도 훌륭했다. 협회 도움으로 기계도 빌릴 수 있었고, 시약재료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벤처가 연구원들을 붙잡을 넉넉한 총알이 있을리 만무했다.

"인도, 한국 등 다국적 출신 10명의 연구원들을 모아놓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습니다. '월급받아서 부자되지 말고, 연구해서 부자되자'고. 그렇게 성공에 대한 기대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그가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는 여러 기관들과 공동연구를 타진하기 위해서다. 이미 폐암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유전체 발굴회사인 '마크로젠'과 협력중인 제노스코는 국내 병원과 제약사와도 공동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CEO도 여럿 만나 긍정적인 답변도 들었다. 그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같은 넓은 무대에서 신약개발 노하우를 쌓기를 조언한다.

"아마 한국자본으로 미국땅에서 신약연구를 하는 곳은 저희말고는 없을 거에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지 않았나 싶어요. 이곳은 우수한 인재와 최신 정보, 무엇보다 그동안 쌓은 신약개발 노하우가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도전해볼만한 땅입니다. 전세계 CRO들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지요"

그래도 수십년 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작은 벤처에서 새롭게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그는 '긍정의 힘'이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고 말한다. 그가 LG생명과학에서 마지막 맡았던 프로젝트 '#제미글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제미글로는 올초 허가된 국내 최초 DPP4 계열 당뇨병치료제이다. 그는 물질발굴부터 초기 임상까지 진두지휘했다.

"제미글로가 LG에서 연구한 444번째 화합물이였어요. 그전까지 많은 약들이 실패를 경험했죠. 물질명이 444번으로 끝나다보니 이번 역시 '재수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들이 많았죠. 그래서 제가 사장님께 한마디 했습니다. '죽을 4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뽀뽀뽀'라고 치고, 개발이 완료돼 허가를 받으면 '사사 삽시다'라고 부르자고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연구도 잘 풀렸지요"

이런 긍정의 힘 때문에 그는 홀홀단신 미국에서도 신나게 일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기울기 인생(그의 표현대로라면)에서 새로운 도전이야말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신약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신약연구에 매진한 우리나라가 경험면에서는 미천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반도체가 그랬듯 정부와 민간이 힙을 합쳐 전진한다면 우리나라도 신약개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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