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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당사자에 50점 넘는 정책 이뤘나

  • 최은택
  • 2012-09-19 06:44:55
  • 보건의약계 "문제 만들고 해답 못내놔"...내부선 호평

[진단] 오늘로 취임 1년 맞은 임채민 복지부장관

임채민 복지부장관
"보건의료분야엔 문외한이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하지 않던가. 시끄럽게만 만들어놓고 제대로 된 건 찾아볼 수 없다."

"약값은 계획대로 대폭 떨어뜨려놓고 육성정책은 말잔치 뿐이다. 막막하다."

임채민 복지부장관을 바라보는 보건의약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그만큼 지난 1년은 갈등과 반목의 세월이었다.

이해당사자에게 최소한 50점 이상을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정책이 있다면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겠다던 취임 일성을 무색케 한다.

"말 잘하고 업무 장악력 뛰어나고 추진력도 대단하다. 업무 스타일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반면 복지부 직원들의 지지는 견고하다. 전임 장관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의료산업화 정책 집행관'으로 의심받았던 임 장관

임 장관은 처음부터 의심받았다. 그가 장관 내정자로 지명됐을 때 미적거리기만 하던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개혁'을 밀어붙일 대통령의 '행동대장' 쯤으로 평가받았다.

보건복지 분야를 전혀 모르는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태생이 경제부처에서 관록을 쌓은 전문 행정가였다는 점이 우려를 키웠다.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당시 보건의약계는 거센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었다.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란이 그랬고, 약값일괄 인하를 위시한 이른바 '반값약가제'는 불길이 솟아오르기 직전이었다.

원격진료 허용, 의료기관 채권발행 허용, 경제특구내 영리병원 설립완화, 건강관리서비스 등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컸다.

이 모든 것이 임 장관을 대통령의 '집행관'으로 지목하게 한 이유들이었지만 다른 인사가 지명됐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당시 일반적이 평가였다.

그렇다면 임 장관의 1년은 어땠을까?

일반약 약국외 판매 논란은 약사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종료됐던 지난해 8월18일 정점으로 치달았다. 당시는 임 장관 지명 전이었다.
일반약 편의점 판매-약값 일괄인하 목표대로 몰아부쳐

대통령이 거론했던 일부 감기약 등 일반약 13개 품목이 오는 11월15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게 됐다. 복지부는 당초 '약국외 의약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의약품 분류체계를 아예 3개 유형으로 바꿀 계획이었지만 약사회와 '전향적 협의'를 통해 한 걸음 물러섰다.

일부 상비의약품을 편의점에 내보내면 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분류체계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한쪽으로 힘을 강하게 가하면 좌우 운동을 거듭하다가 중간쯤에서 균형을 잡게 되는 이른바 전형적인 '막대기 구부리기' 전술이었다.

약가일괄 인하와 반값약가제 또한 제약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당초 복지부 계획대로 시행됐다. 의약품 상환제가 고시가제도에서 실거래가상환제도로 변경되면서 약값을 30% 이상 일괄인하했던 1999년 이후 23년만에 또다시 기등재의약품의 가격이 대폭 깎였다.

임 장관은 마침 발효된 제약산업육성법과 연계해 약값을 인하하는 대신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제약산업을 몰아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 43곳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받았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어울리지' 않은 산업육성 정책이 부내 한 켠에서 담금질되고 있다.

원격진료 허용 등 의료산업화 정책 입법에선 완패

반면 원격진료 허용, 건강관리서비스 도입, 의료채권 발행 등 이른바 '의료산업화' 법률들은 18대 국회임기 만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다. 임 장관 입장에서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합동작전에 옴쌀달싹 못하고 완패한 셈이었다.

의료계와는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4월과 7월 각각 시행된 만성질환괸리제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DRG) 병의원 당연적용 논란은 복지부와 의료계의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이런 갈등은 노환규 의사협회장 취임 이후 더 한층 강화됐다. 급기야 DRG를 추진했던 복지부 공무원이 협박성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의료계 인사들을 고소하는 사건으로 치달았다.

"전사적 대응 시스템으로 이슈 공략한 용장 스타일"

임 장관은 31년의 관록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슈퍼판매 논란 때도, 약값 일괄인하에 반발한 제약업계의 집단소송 때도, DRG 당연적용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휴업 움직임에도 '집행관'으로서 그의 지휘력은 탁월했다는 평가다. 이런 것들은 바로 '선택과 집중', 전사적 대응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

중요 이슈를 해결할 때마다 유관부서 전체가 총동원돼 만사 제껴놓고 해당 업무에 몰입하도록 했다. 대응매뉴얼도 유관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공수'가 자유롭고 효율적인 진용을 구축해 싸움터에 나선 것인데, 이해당사자로부터 50점 이상을 받는 정책을 만들고자 하는 '덕장'보다는 '용장'에 가까운 행보였다.

제약업계는 약가 일괄인하에 반발해 지난해 11월 8만 제약인 궐기대회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가졌다.
보건의약계의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더니...보건의료분야에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포괄수가제, 만성질환관리제 할 것없이 불협화음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미래 보건의료 체계 기틀을 새로 마련하려면 정부 논리대로만 갈등을 풀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 직능을 인정하면서 협력적 기반을 견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협화음만 만들어놓고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 없어"

국내 제약사 한 임원은 "리베이트 조사 강화에 일괄인하, 새로운 약가제도까지 고난의 행군만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신성장산업으로 키운다는 육성정책은 손에 잡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혁신형 제약기업도 생색내기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약업계는 막막한 심정 뿐"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사 한 임원은 "행정가로서 전문성은 있지만 복지부장관으로서 부처 전문분야에 대한 철학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건의료분야 이슈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부분에서 구호만 있고 방향성이나 콘텐츠가 공허하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임 장관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던 야당의 당시 한 보좌진도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1년을 보냈다. 여전히 문제는 보건복지분야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성보다는 효율성과 산업 연계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접근하는 것은 경제부처 출신인 임 장관의 근본적 한계"라면서 "MB정부 남은 임기동안 의료산업화 움직임들이 다시 꿈틀거릴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복지부와 대결중인 의사협회는 최근 서울역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갖고 세를 과시했다.
복지부 직원들에겐 "이 만한 장관 없다"...인기 만점

이 같은 외부 평가와는 달리 임 장관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역대 복지부장관 중 가장 말 잘하는 장관에 유시민 장관과 함께 임 장관이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실무자보다도 더 정확히 통계수치를 기억하는 등 업무 장악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경험 때문인지 정책을 바라보는 시야가 전 부처를 관통할 정도로 폭넓고 깊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복지부와 교과부, 지경부 3개 부처에서 서로 미적거리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복지부로 창구를 일원화해 속도감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뛰어난 지도자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무 업무를 잘 파악하다보니 아래로부터 창의적인 의견이 개진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만큼 틈이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목희 의원이 장관이 국회의원을 가르치려 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던 것도 임 장관의 이런 철저함 탓이라는 말이 한동안 회자됐다. 때로는 일부러 빈틈을 보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사협회 등 이른바 '복지부 안티' 세력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내부 평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직원들 내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면서 "오랜기간 공직에 몸담아 누구보다 공무원들을 잘 이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임 장관은 취임 초만해도 '집행관'으로 소임을 다한 뒤 조기 강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재는 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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